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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Oct 13. 2019

출간 전 마음

"기분이 어때? 설레? 두근거려?"


두 번째 책의 출산(?)을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는 나에게, 요즘 만나는 이들이 종종 묻는 질문이다.


"아니. 전혀."


기대 섞인 이들의 표정은 금세 의아함으로 바뀐다. 적어도 '그럼 설레지' 혹은 '많이 떨리지'라는 대답을 예상했을 텐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나의 단호한 대답에 상대는 잠시 놀란 눈으로 말을 멈춘다. 작년에 위클리 매거진에 생텍쥐페리를 읽고 떠난 사하라 도보 여행기를 연재했을 때만 해도 감히 꿈꾸지도 못한 일이었다. 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 게 될 거라는 것을. 하지만 연재가 끝나고 기적같이 출간 제의를 받았고, 올해 초부터 연재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결과물이 세상에 곧 나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에 연재를 하고 거기에 살을 붙이고 수정을 하여 한 권의 책으로 다시 작업하는 과정이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고, 수없이 설레고 가슴 뛰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책을 출간한 사람으로서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 책이 나에게는 내 아이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그건 온전히 나만의 사정이라는 것을. 현실은 이보다 더 냉정하고 차갑다는 것을.


책은 엄연히 출판 시장이라는 시장 속에서 돈을 주고 구입하는 하나의 문화 상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팔리지 않으면 저절로 생명이 꺼지게 된다. 시장의 원리는 이 책이 태어나기까지 많은 이들이 쏟아붓은 노력과 애정과는 무관하게 작동하기에, 그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이 자비출판이나 독립출판이라면 마음은 아주 조금은 더 가벼웠을지 모르겠다. 자비출판이나 독립출판에 노력이 덜 들어간다는 게 아니라. 책을 쓰며 너무도 행복했기에 내가 책에 들인 건 그 무엇도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판사와 이 책을 위해 수고해 주시는 모든 분들을 생각하면 또 다르다. 출판사는 책에 투자를 하고 시간과 노력을 쏟았으며, 책이 팔려야 또 다른 좋은 책들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내 책을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해 주시는 게 맞나라는 생각에 겁이 덜컥 들 때가 있었을 정도이다. 아무리 책을 열심히 만들었어도, 팔리지 않으면 이들의 노력과 수고가 모두 물거품이 된다는 걱정에.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들뜬 마음이 아닌 조금 무거운 마음이다. 그렇다고 가끔 브런치에서 보는 유명 작가분들의 책처럼 일명 '베스트셀러'라는 홈런을 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모든 엄마가 이제 막 태어날 아이에게 바라듯 그저 건강히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서점의 그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죽지 않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첫 책을 쓸 때만 해도, 책이 나오면 삶이 변할 줄 알았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책은 나의 삶을 적어도 외관상으로 바꿀 만큼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이 일이 내가 무엇을 바라서가 아닌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투자한 노력만큼의 결과가 나올 거라고 단 일 퍼센트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의무가 아닌 무언가를 할 때는, 정말 좋아서 할 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아니더라도 이 책을 위해 너무나 수고해 주시고 또 응원해주신 분들이 조금이라도 보상받을 수 있길 바란다면. 그것도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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