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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Dec 19. 2019

북극성을 찾아서

미 항공우주국은 2008년 2월 4일 NASA 창립 50주년과 이 곡의 리코딩 40주년을 맞이하여 비틀스의 대표 곡 중 하나인 ‘우주를 넘어서(Accross the Universe)’를 북극성을 향해 전파 형태로 쏘아 보냈다. 노래는 1초에 18만 마일의 속도로 우주를 가로질러 가서 400년이 넘은 후에야 북극성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주는 `그 무엇도 내 세상을 바꿀 수 없어’라고 외치는 존 레논의 가사를 듣고 있을까. 아니면 우주 저 어딘가에서 반짝이고 있을 존 레논이 자신이 만든 노래를 들으며 지구에서의 지난날들을 회상하고 있을까. 전 세계의 비틀스 팬들은 2월 4일을 ‘우주를 넘어서 데이’로 정했고, NASA가 우주로 이 곡을 쏘아 올릴 때는 동시에 이 노래를 부르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왜 수많은 별 중에 북극성을 향해서 인류가 그토록 사랑한 이 노래를 쏘았을까?


그건 아마도 북극성이 수천 년 동안 인류에 지니고 있었던 의미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장 북극에 가까우며, 다른 별 보다 훨씬 빛나며 찾기 쉬운 북극성은 수많은 항해자와 조난자들의 배를 안내했고, 육로 여행자에게도 그가 있는 자리의 위도와 방위를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였다. 북극성 덕분에 길을 떠난 수많은 이들이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여정을 마칠 수 있었다.


내 인생에도 이런 북극성이 있을까? 있다면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신영복 선생님은 나침반이라는 시에서 떨림과 전율을 말했다.


북극을 가리키는 나침반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북극성을 찾으면, 그 어느 곳에 있든 간에 두려워하지 않고 길을 갈 수 있다.

길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만약 길을 잃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고 해도, 적어도 다시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안타깝게도 아직 삶에서 이런 믿음을 지닌 사람들을 자주 보지는 못했다. 많은 이들은 애당초 북극성을 찾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 아니면 중간에 포기하고 신기루만 찾아 정처 없이 사막을 헤매다가 점점 사막처럼 영혼이 메말라 간다.


비틀스가 노래하던 ‘그 무엇도 나의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의 ‘나의 세상’ 역시 가치와 내면의 중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살면서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 무엇도 우리가 우리 자신처럼 살아가는 것을 방해할 수는 없을 거라는. 어쩌면 우리의 삶의 북극성은 우리의 머리 위에 떠있는 게 아닌, 우리 내면의 가장 깊고도 가장 은밀한 곳에 떠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살아가면서는 어떻게 된 게, 내 머리 위 밤하늘에서 북극성을 찾는 것보다 내 마음속의 북극성을 찾는 일이 더 어렵다. 고요한 곳에서 홀로 마음 깊숙이 들여다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보일 때가 있지만, 이렇게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순간은 안타깝게도 드물다. 또한, 어쩌다 찾았다 할지라도 이를 믿고 따라가는 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용기와 인내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희망이 필요하다.


나 역시 내 북극성이 어디인지 아직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아주 어렴풋이 떨림으로만 느낄 뿐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시처럼 하루에도 여러 번, 많게는 수 십 번 나침반의 바늘 끝처럼 불안한 전율을 하면서. 두려움으로, 의심으로, 회의로. 이 떨리는 바늘 끝이 향하는 곳, 그곳이 나의 북극성 인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신영복 선생님 시의 마지막 구절처럼, 이 떨림 아니 전율이 멈추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바늘 끝이 불안한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 곳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나침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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