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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Dec 31. 2019

예기치 못한 소식

사하라 사막 여행을 다녀온 그다음 해자 올해 첫날인 1월 1일 하루가 지나갈 무렵 전혀 예상치 못한 슬픈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다음 브런치에 사하라 사막 여행기로 위클리 연재를 하는 동안 한 독자가 내가 다녀온 사하라 여행사 정보를 물어봐서 에이전시 이름을 알려 주었는데, 그 후 그분이 다시 연락이 오셔서 그 여행사를 통해 연말에 사하라 사막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고 말을 해주었다.

 

좋은 사막 여행되셨으면 좋겠다고 하고 까마득히 잊어 먹고 있었는데, 올해의 첫날이 지나갈 때쯤 그분이 이미 연재가 몇 달 전에 끝난 사하라 사막 여행기 중 하리파 이야기에 댓글을 올리셨다. 여행 마치고 어땠는지 감상을 공유하려고 연락했구나 싶어 반가운 마음에 바로 확인하는데, 글은 사막 여행 무사히 마쳤고 사막을 떠나면서 이 모든 게 꿈인 것 같았다고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 이어지는 글은 내가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제 가이드를 해 주신 분은 이브라힘 씨였습니다. 이브라힘 씨랑 얘기를 하다가 뮤지션인 동생이 자고라와 모하미드 사이에서 몇 달 전에 사고를 당해 하늘로 떠났다고 했습니다. 동생 이름을 물었는데 하리파라고 했습니다. 가슴 아픈 이야기라서 차마 더는 묻지 못하겠고 미안해 미안해 이러니 괜찮다고 하늘의 뜻이고 인생이고 어쩔 수 없다고 이브라힘 씨가 오히려 저를 위로했습니다. 글에 적힌 분과 동명이인일 수 있으나 혹시나 해서 부고를 전합니다.


이 글을 보는 순간 엄청난 충격이 찾아왔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토록 사막의 하늘을 닮은 그가, 별처럼 노래하는 그가 이제 정말 사막의 하늘에 별이 되어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니. 슬픔과 충격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여러 생각으로 새벽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밤, 나는 예기치 못한 부고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죽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유목민들은 사막의 모래에 묻혔고 누군지 알아볼 수 있는 비석도 없이 단지 모래 위에 놓인 돌 만이 무덤을 표시하고 있었다. 처음엔 모르고 그 무덤들 위로 걸은 후 그 사실을 알고 당황하고 있을 때 내가 민망할까 봐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한 것도 그였고, 죽은 부족장의 무덤에 가면서도 돌아가신 분이라고 하지 않고 도착해서 계시는지 먼저 확인해 보고 들어가야 한다고 한 것도 그였다.


혹시라도 동명이인일 수 있다는 생각 혹은 희망에 바로 그다음 날 아침에 내가 처음 사하라 사막 여행 관련하여 문의했던 카렌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녀는 프랑스 사람인데 사하라 사막 여행을 떠나 유목민 가이드 사이드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 후 결혼 후 둘이서 함께 사막 마을에 에코 트래킹을 전문으로 하는 ‘사막의 멜로디’라는 현지 로컬 여행사를 세웠다. 그녀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지난 5월에 교통사고로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은 당신이 아는 하리파가 맞아요. 지금도 그의 죽음은 그의 가족과 우리 팀 그리고 당신처럼 그를 알았던 모든 사막의 여행자들에게 매우 힘든 일이에요.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는 정말 특별한 존재였고, 여기 사막 마을에서도 그가 없는 빈자리가 굉장히 커요.


그때 사막을 여행했던 이들에게도 부고 소식을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두 다 하리파와 잊지 못할 추억을 지닌 이들이었다. 내 메일을 받고 속속들이 답변이 오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사막 여행이 끝나고 마라케시에서 다시 만났던 프랑스 자매도 있었다.


나는 지난 6월에 그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었어. 이 소식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어. 게다가 한참 사막 여행에서 돌아와 거기서 받았던 감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을 때였거든. 그때 들었던 그의 소식은 굉장히 충격적이었어. 나는 언젠가 그를 프랑스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믿었거든.

 

그가 속한 그룹인 Generacion Taragalte는 그가 저세상으로 떠난 바로 다음 달인 6월에 프랑스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고, 투어 대부분이 파리 혹은 파리 외각 콘서트였기 때문에 어쩌면 무대에서 그를 다시 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 그가 속한 그룹이 페이스북에 올렸던 부고 소식에 그를 알았던 그를 알았던 전 세계 여러 이들이 애도의 글을 남겼었는데, 그중 한 글이 마음을 울렸다.

 

너의 대한 추억이 너를 사하라 사막의 모래 언덕이나 예술의 길에서 만났던
모든 이들의 영혼에 오랫동안 남아있기를.
이제 하늘에는 별 하나가 더 뜨겠네.


다음에 사하라 사막으로 떠나면 매일 밤 모닥불 옆에 누워 촘촘히 별로 수 놓인 하늘을 보며 그 어떤 별 보다 크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그의 별을 찾고 있을 것 같다. 기적 같은 우연으로 언젠가 사막 혹은 삶에서 당신과  또한 만날  있기를. 그래서 함께 하리파의 별을 찾을  있기를.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고 노래를 부르며 하리파가 그랬던 것처럼 온전히 자유롭고 행복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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