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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Aug 10. 2018

반짝이는 순간이 서로 다를 뿐

당신도 빛나는 사람입니다

너무 좋아하는 언니를 이 년 만에 한국에서 만나 함께 일박 이일의 짧은 통영 여행을 했다

 

언니와는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에 잠깐 회원으로 활동했던  시민 단체에서 만났다언니는 나보다 일 곱 살이  많았지만, 우린 처음부터  통했다

 

나처럼 아니 나보다  자주 감탄하고   아닌 것에도 쉽게 기뻐하는 언니와 함께라면 모든 것이  배로 즐거웠다그렇게 나는  단체의 열혈 신입 회원이 되어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때 나는 언니가  빛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빛나려 일부러 하지 않아도 빛나는 그런 아름다운 사람이라고언니 주위엔 항상 밝고 따뜻한 빛이 있는  같았고언니와의  만남은 마치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도 같았다. 

 

내가 다시 프랑스로 떠나게 되어 우리는 연락이 잠시 끊어졌지만우린 몇 년  다시 만났을 때도 전혀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럽지 않았다그렇게 언니와 나는 몇 년에  번씩 내가 한국에 올 때마다 보게 되었다. 

 

몇 년에 한 번씩 얼굴을 보면 어색할 만도 한데아침 이른 시간함께 통영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버스터미널에 나타난 언니는 마치 엊그제 보고 오늘  보는 사람 같았다.

 

  이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간 게 무색할 정도로 마치 어제 보고 오늘  보는 듯한 느낌에 서로 웃었다가깝다는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닌 아무리 오랜만에 봐도 매일   같은 사이에서 하는 말이라는  체감한 순간이었다.

 

언니와는 이년  한국에 왔을 때도 일박 이일의 정동진 여행을 했다그때도 일박 이일 동안 웃고 울면서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언니와는 그게 좋았다서로가 서로를 판단하려고 하지 않을 거라는 깊은 믿음이 있었기에우리는  서로에게 솔직하고 진실된 이야기들과 속살 같은 고민들을 꺼내 보여줄  있었다.

 

언니는 나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야 돼 혹은 이건 이렇고저건 저래서 그래’ 말하는 대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따뜻하게 말해주는 흔치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 동안 그런 언니가 나에게 털어놓은 고민은 나에게 굉장히 의외였다언니는 친한 친구가 이유 없이 미워질 때가 있어 힘들다고 말했다

 

 친구는 잘못한  없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인데 친구가 괜히 미워지는 순간이 있어그러면 그런  자신에 대해 회의감이 들고 힘들어져.”

 

 안에 그런 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싫은데그런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꾸 다른 사람의 관계에서도 움츠려 들게 돼.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요즘 피하고 있어.”

 

 역시  자신이 싫어질  그런 감정들이 가까운 사람에게 투사되는  경험한 적이 있기에 그런 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그런 자신이 싫어 괜히 친구의 흠을 찾아 남을 탓하기보다는 힘들어도 자기 자신을 먼저 들여보며 고민하는 언니가 건강하고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언니와 저녁에 숙소에서 술을 한잔하며 오후의 이야기를 계속하자 언니가 그런 감정을 지니게  예상치 못한 이유를 들을  있었다

 

내가   친구를 가끔 미워할까 생각해보니 아마  친구가 빛나는  두려웠던  같아.”

 

 친구랑 그렇게 친하면서도 한 번도  친구에게 내가 좋아하는 모임이나 단체에 같이 가자고  적이 없어친하니까 한 번쯤 같이 가자고 물어볼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아마도 내가 빛나고 싶었던  같아

 

그럴  있지’라고 대답을 했지만나는 언니의 고백에 적잖이 놀랬다언니와 헤어지고 곰곰이  저녁의 대화를 다시 생각하는데 무엇이 나를 놀라게 했는지   있었다언니가 친구가 빛나는  두려웠다고 해서 놀란  아니었다


나에게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은 언니가 언니 자신이 얼마나 빛나는 사람인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빛나는 사람인  알고 있었다면 아마 애당초 저런 두려움도 없었을 텐데.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후회가 되었다 나는  자리에서 언니에게 ‘그럴  있지라는 뻔한 대답 대신 ‘언니도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야그러니까 그런 두려움은 없어도 돼’라고 말해주지 않았을까.

 

얼마 전에 나보다 어린  친구에게 다른 친구를 말하며 ‘그런 사람이 많지 않은데 빛나는 사람이야라고 말을  적이 있었다그러자  친구는 나를 가르치며 붉은 얼굴로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빛나는 분이세요너무 피곤하실 때만 빼고는 빛나세요.”

 

 친구의 진심 어린   마디가 빛나기는커녕 스스로가  시든 잡초 같다고 여겨지던 그때의 나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었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빛나는 사람이구나

 

나에게는  친구 역시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었는데 말이다문득  친구가 떠오르면서 후회가 되었다 나는 언니에게 그렇게 말을 해주지 못했을까

 

물론  당시에는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랬지만언니는 나에게  누구보다 진심 어린 따뜻한 말로 격려를 해주었는데 말이다 생각이 나를 이번 한국 여행 내내 계속 따라다니다가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언니에게 떠난다는 인사 겸 문자를 보냈다

 

 

- 언니도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야그걸 잊지 말기를

 

 

반짝이는 순간이 다를 뿐우리는 모두 별처럼 빛나는 존재들이 아닐까다만 자신도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같은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다른 별을 부러워하며 바라보고 있는.

 

 하나로 은하수가 생길  없는 것처럼우리는 서로 반짝이기에 함께 별길을   있는지도 모르겠다파리에 도착하니 언니에게 답장이 와있었다.

 

 

⁃ 너무 고마워힘들 때마다  떠올릴게!! 반짝반짝 빛나는!!!

 

 

 문자를 보고 생각했다어쩌면 우리는 혼자서 빛나는  아닌 서로가 서로를 알아봐 줄  반짝반짝 빛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그리고 그렇게 서로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과 삶의 별길을 함께 걷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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