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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Oct 26. 2018

파리의 즐거운 카페로 오세요  


Vivez joyeux      


삶을 즐겁게 살아라      


- 프랑수와 라블레-          



산티아고 길 중간에 영혼의 길을 걸었을 때 몇 백 년의 역사를 지닌 수녀원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때 호스트 수녀님이셨던 스페인 수녀님은 무척 유쾌하신 분이었는데 장뤽의 얼굴을 보더니 말했다.     


“네 남편은 마음씨가 무척 좋은 사람 같아”      


“그걸 어떻게 알아요?”     


“얼굴을 보면 보여”     


“그럼 저는요?”     


수녀님은 내 얼굴을 잠시 바라보더니 말했다.


“Tu eres una persona alegre(너는 즐거운 사람이야)”      


“즐거운 사람이요?”     


남편처럼 ‘좋은 사람’ 혹은 적어도 ‘착한 사람’이란 말을 듣기를 기대한 나는 즐거운 사람이라는 수녀님의 말에 내심 조금 실망했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누군가를 칭찬할 때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저 사람은 착한 사람이야’라고 하지 ‘저 사람은 즐거운 사람이야’라고 하지는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저 사람은 재밌는 사람이야’라는 말도 종종 하지만 재밌다는 말과 즐겁다는 말은 어감이 조금 달랐다.


'뭐야 수녀님이 괜히 나에 대해서 별 할 말 없으니까 즐겁다고 하는 거 아니야'


나는 수녀님의 솔직함 앞에 괜히 뿔이 났다.




파리의 기쁨의 카페

하지만 오늘 파리의 Café Joyeux (즐거운 카페)를 처음 와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즐거운 카페는 파리 오페라 근처의 파사즈 쓔아즐에 위치한 카페로 많은 단골손님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카페 앞에 도착하면 간판에서 즐거운 카페라는 상호명 아래 '마음으로 서빙해요'라는 문장을 볼 수 있다.


카페에 들어가니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고 동시에 ‘삶을 즐겁게 살아라’라는 프랑스의 대표 작가인 프랑수와 라블레의 문장이 보였다. 우리가 들어감과 동시에 모두가 환한 미소와 따뜻한 인사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마음에 온기를 준다는 것이 눈빛과 미소만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테이크 아웃 커피 두 잔을 주문하니 노란색 레고 조각을 주는데 처음에는 ‘왜 이걸 주지’ 어리둥절해서 물어보니 주문을 받은 종업원이 말했다.

     

“당신을 위한 거예요”     


선물인가 싶어 주위를 돌아보니 알 수 있었다. 카페 서빙하는 사람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것과 같은 레고 색깔을 지니고 있는 손님을 찾아서 주문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이 카페는 인지 및 정신 장애를 지닌 이들이 평범한 환경에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소로 이 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거의 대부분이 정신장애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연약함을 받아들일 때 강해진다> - 카페의 슬로건


하지만 여느 카페보다 더욱 서로 도와가며 일하고 있었고 주문부터 계산까지 큰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 곳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손발을 맞춰가며 함께 협업하고 있었다.


이 카페는 프랑스 한 사업가에 의해 2017년 처음 렌느에서 문을 열었다. 그는 사업에 성공하여 번 돈으로 범선을 사서 사회의 소외받는 여러 계층에게 바다 항해 경험을 무료로 제공했다.


정신장애인들에게도 정기적으로 바다에서 배를  타고 항해를 하게 해 주었는데, 어느 날 항해가 끝나자 한 장애인이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항해 경험은 너무 멋졌어. 근대 혹시 나 일을 소개해 줄 수 있어?”


이 물음은 그로 하여금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가 돌아보게 했고, 그렇게 첫 번째 즐거운 카페를 열게 되었다. 이들에게 일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들에 대한 세상의 시선을 바꾸고자 한 것이다.


커피를 기다리는데 계속 여러 사람이 너무도 따뜻한 미소와 함께 ‘이 곳에 온 걸 환영해요’라고 맞아주었다. 이토록 어딘가에서 환영받아본 것은 오랜만이었다.


왜 이 카페의 매니저가 한 인터뷰에서 이 카페에서의 경험이 단순히 미식의 경험을 넘어선 마음의 경험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이 카페를 평범하지만 특별한 마음의 경험을 하는 장소라고 했다.


'마음으로 서빙해요' 


나 또한 여느 소비를 할 때처럼 지불 뒤에 공허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아주 작게나마 나눌 수 있다는 거 그건 바로 즐거움이었다


어쩌면 즐겁다는 말이 단순히 재미를 뜻하는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과연 즐거운 사람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일까?


즐거운 카페에서는 즐거운 사람을 다른 이들의 마음을 여는이라고 하고 있다. 기쁨으로 다른 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들, 이들을 즐거운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좋다, 착하다는 변하지 않는 영구적인 상태를 말한다고 생각하고 기쁘다 즐겁다는 한시적인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즐겁다’라고는 해도 ‘즐거운 사람이다’라고 하지는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연약함을 받아들이고 감사와 기쁨으로 다른 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다면 그러면 우리는 즐거운 사람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영구적으로 즐거운 사람보다는 그때그때 상황과 기분에 따라 한시적으로 즐거운 사람에 더 가까운 거 같다.


언젠가는 진정으로 즐거운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즐거운 카페가 내세우는 ‘아름답고, 맛있고, 진실하다’를 마음에 새겨본다. 내 인생도 여기서 멀지 않기를 희망하며.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맛있다


모든 음식이 신선한 재철 재료와 홈 레시피로 준비되기 때문이다


진실하다


이 카페에서는 아무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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