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응원 일기
언젠가 쓰고 싶은 글이었는데... 그 언젠가가 오늘이네요.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변호사시험을 한 번에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초시 합격에 실패해 이듬해인 2022년에 변호사가 되었는데요.
3년의 로스쿨 공부도 괴로웠지만 나홀로 방에서 했던 1년의 재수 기간은 정말 버티기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공부 방법은 시험의 특성과 본인 성향에 따라 저마다 다를 테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는 멘탈 관리와 관련된 이야기로 한정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이 온전히 기억할 수 있는 과거는 단 8일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기억은 왜곡되겠죠.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미화되기도 하는 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나마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했던 인스타그램 글을 다시 보면서 이 글을 씁니다.
2022년 1월 8일(변호사시험 3일 전), 인스타그램에 쓴 글입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괴롭고 고통스러웠던 수험생활을 지나가게 된다면... 나는 이렇게 합격했다는 글보다는 수험생, 고시생으로서 겪었던 시간들의 힘듦과 아픔을 기억하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저는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재수 생활을 해서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었어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당시 남자친구 그리고 1주일에 한번 기록형 문제를 같이 풀기 위해 만났던 여자 동생이 전부였습니다.
지나고 보니 사람들의 안타까워하는 눈빛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였던 것 같아요. 나의 아픔과 슬픔, 분노를 온전히 이해받기 어렵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러한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는 걸 꺼려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본래 외로운 존재잖아요. 나홀로 좁은 방에서 인터넷 강의 속 강사들의 얼굴만 쳐다보고 책을 들여다보며 하루를 보내는 일정을 매일 반복하다 보니 너무 힘든 날이 있더라고요. 유난히 지치는 날, 저는 제 나름대로 이것저것 시도했는데요. 물론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은 방법이 대부분이었지만 (합격만이... 진정한 해결책이니까요 ^^;;;) 그중에서 그나마 제게 힘을 주고 위로가 되었던 것들을 하나씩 공유하려 합니다.
수험생활하면서 무척 힘들었던 순간에 우연히 배우 오정세 님의 수상소감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울컥한데요. 처음 봤을 때 정말 펑펑 울었던 것 같아요.
저는 로스쿨을 다니면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는데요. 재학 중 TJB 방송국과 소송을 2년 반 동안 했거든요. 변론 기일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법정에 갔는데, 회사 측의 주장을 듣는 일이 너무 가슴 아프고 괴로웠어요.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변론 기일이 다가올 때면 심장이 쿵쾅대고 뜬 눈으로 잠을 설쳤고요. 또 다녀오고 나면 한동안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슬프면서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힘든 나날을 보냈어요.
변호사시험 준비에만 집중해도 3년이란 시간이 빠듯한데 이렇게 시간을 뺏겼으니 어찌 보면 불합격이란 결과가 당연하다 싶기도 하지만... 저는 세상이 많이 원망스러웠어요. 특히 TJB 방송국 원망을 많이 했네요. 그 방송국이 동료들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은 그 사건들만 없었다면 로스쿨에 오지는 않았을 텐데... 하지만 원망을 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미 저는 로스쿨에 와 버렸고 저로서는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합격에 필요한 시간들을 더 버텨내야 이 고통을 끝낼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자책하지 말라는 말과 여러분 탓이 아니라는 말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모든 시험에는 상당히 운이 작용합니다. 제 주변에는 평소 실력이 좋았음에도 시험 직전, 사랑하는 가족이 아프거나 세상을 떠난 일로 인해서 변호사시험에 떨어진 사람들이 꽤 있어요. 그래서 아무리 실력으로 붙게 되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꼭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힘든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끼더라도 곧 나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말도 참 좋았습니다. 많이 지치고 힘드시다면 꼭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mgWxezH7cc
곧 여러분도 여러분의 동백을 만날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