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의 글을 달아주는 천사표 회원도 있지만 전문가인 척하며 찬물을 끼얹는 사람은 항상 있는 것 같아. 무시하고 싶은데, 이상하게도 그런 건 무시하려고 할수록 더 마음이 쓰이고 그렇더라. 경쟁자를 한 명이라도 더 줄이려는 속셈인 건지... 상처되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어.
그런데, 나는 사실 애초부터 나이 관련 질문은...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나이는 이미 정해진 것이고 어차피 바꿀 수 없는 건데... 그 시간에 차라리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
부끄럽지만 나도 그런 커뮤니티에 글을 남겨본 적이 있어. 부정적인 댓글에 '그래, 가능성이 거의 없긴하지. ' 의기소침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해보고 싶은걸 어떡해.'라는 마음이 올라오더라고...
'너희들이 나에 대해 뭘 알아? ' 싶기도 하고...
너를 수치화해서 표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정보들(출신학교, 학점,나이) 말고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그래서 네 잠재력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손가락에 네 미래를 좌지우지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왕 할 거라면 '성공 Vs 실패' 이런 부담스러운 프레임 말고 뭐든 '시도'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될까? Vs 안될까?'가 아니라 '되려면 뭘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로 생각을 전환하고, 뭐가 됐든 Try라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2017년, 로스쿨에 가기로 마음먹은 36살의 나는 주변에 로스쿨에 간 지인이 전혀 없었어. 그래서 막막한 마음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했던 건데, 그곳에서는 응원이나 지지를 받기 어려웠어. 부정적인 댓글을 뒤로하고 그때부터 30대 중반의 여성이 로스쿨에 입학한 사례를 검색하기 시작했어. 강원대 로스쿨의 정혜진, 전남대 로스쿨의 이은의 변호사 기사를 찾아냈고, 지역 국립대에는 늦은 나이에도 입학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한줄기 빛이 보이더라.
학벌을 많이 보는 학교인지, 나이를 많이 따지는 학교인지... 통계로 대략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법률저널에서 매년 나이별, 출신학교별 합격률 발표 기사를 쓰거든. 합격자의 출신학교가 다양하다면 학벌을 상대적으로 덜 보는 거야. 통계로 나타나는 표에 구체적인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 있지는 않지만 경향성을 살펴보기에는 좋은 자료라고 생각해.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으로부터직접 얻는 인적 정보가 정말 중요해.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로스쿨 공동 입학설명회에서는 강원대, 충남대 이렇게 부스 2곳을 찾아갔는데, 강원대 교수가 입시 상담 중에 황당한 이야기를 했어. "나이가 많은데... 공부 안 한 지도 오래됐고... 머리가 굳어서 수험 공부를 할 수나 있겠어요?"
그 순간에는 공격적인 뉘앙스에 상당히 언짢았지만... 평가자인 교수가 지원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알아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대화를 이어갔어. 그랬더니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어.
10년 동안 방송 일만 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법학 공부를 해서 변호사가 되려는 이유를 타당성 있게 풀어내고 평가자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자기소개서 통과도 쉽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덕분에 자기소개서 작성에 엄청 공을 들였고, 결과적으로 원서를 쓴 두 곳 모두 최종 합격할 수 있었어.
멋진 포부나 꿈을 자기소개서에 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교수 입장에서 학생의 성장이나 꿈은 큰 관심사가 아니야. 학생들이 중도 포기하지 않고 3년의 수험공부를 끝까지 마치는 것, 합격해서 합격률을 높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거든. 나이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끈기와 체력을 강조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꾸준히 자기 계발을 위한 공부를 놓지 않아 힘든 수험공부를 버텨낼 수 있다고 썼던 것 같아. (실제로는 로스쿨 다니면서 저질 체력 때문에 엄청 고생했지만 말이야. 붙기 전에는 무슨 말을 못 해? ^^ )
강원대와 경북대는 학교 자체적으로 입시설명회를 따로 개최했는데, 직접 참석하기 위해 춘천과 대구를 갔던 기억이 나. 강원대는 수험생을 저학점, 저리트, 고연령 등 유형별로 나눠서 그러한 약점이 있음에도 합격한 선배 재학생들이 직접 1대 1로 상담을 해주는 게 인상적이었어. 경북대는 봉사활동 경력이 무척 화려했던 재학생의 사연이 기억에 남고, 다른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토익점수가 높은 합격자가 많다는 느낌을 받았어.
다소 늦은 나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 왜 로스쿨에 가고자 하는지, 그 이유를 반드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해. '저 사람은 아나운서이니까 나이가 있어도 쉽게 붙었겠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기 위한 핑계를 찾고 싶은 건 아닐까? '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봤으면 해. (나는 명색이 아나운서인데 서울로 면접 특강을 들으러 다녔어. 너무 아나운서처럼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였는데, 다른 응시자들은 어떻게 말하는지 연구하고 따라 하려고 노력했어. ㅜㅜ)
어쩌면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이나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큰 불만이 없어서일 수도 있어. 그리고 나는 결국에 우리가 가야 할 종착역이 반드시 로스쿨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물론 나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준비를 했어. 그 당시 다니고 있던 방송국이 너무 싫어서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고 싶었거든. 현재 처해있는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더 간절히 준비했고 만약 그런 간절함이 없었다면 로스쿨 입시를 단번에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 하지만 로스쿨 입시에만 집중하느라 로스쿨 생활 자체는 잘 모르고 입학했고 재학중 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입학을 후회한 적도 있어.
모든 일은 기회비용이 있어. 너 또한 지금껏 쌓아온 그 분야에서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더 나을지 고민이 되겠지. 나와 똑같은 사연의 사람은 없지만 최대한 비슷한 경험을 겪은 사람들을 찾아보고 그들을 직접 만나봐. 그게 힘들다면 그들의 사연을 담은 인터뷰 기사라도 찾아봐. 그렇게 지금의 고민을 좀 더 심화시키는 것이 중요해. 오늘도 망설이는 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