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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희 Sep 09. 2023

초조해하지 말자, 나를 더 믿어주자

자기 확신이 없을 때

세종으로 이사를 오고 나니

대전은 크게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다.


오늘은 큰맘 먹고 대전으로

싱잉볼 클래스를 들으러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문득 초조한 마음이 올라왔다.


역을 빠져나오는 출구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  

유독 쓸쓸했다.


다음 주 월요일이

자기표현 클래스 첫 수업인데,


아직도 강의안을

계속 고치고 있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일까?




강사를 하겠다고 한 지

3개월.


나, 잘하고 있는 걸까?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뾰족해지지 않은 상태의 이 이야기들이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자꾸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배우려고 하는데,

최근에 욕구 검사를 하고 나서

이런 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성장 욕구와 기여 욕구가 매우 높은 나는

요즘 기여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성장에 더 매달리고 있던 것이다.


요즘따라 더 위축되고

에너지가 낮아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생각의 늪에 빠지면

허우적대면서도

그 안에 머무는 걸

또 좋아하는 나인데...


다행히 내가 오래 머물러 있지 않는 건

내 옆에 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어제도 엊그제도

남편은 "산책 안 할래? "라는 말로

나를 끌고 나가주었다.

 

가끔씩 이렇게 나를

생각 밖으로 건져 올려주는 남편이 있어

감사하다.


남편과는 밤 산책을 자주 한다.

우리에게는 이 시간이 매우 소중하다.


로스쿨을 다닐 때는

고된 수험생활에

유일한 숨 쉴 구멍 같은 시간이었다.


현실성 없는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나눈다.


현실이 답답할수록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다.


그러다 웃고

또 힘을 낸다.





40년 차 그림책 작가를 인터뷰한

어느 기자의 글이 생각난다.


"작가님도 자기 확신이 없을 때가 있나요? "라는 질문에

세르주 블로크라는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매일 그러는데요. 창작자한테

두려움과 떨림, 모호하다는 느낌은 좋은 신호예요.

뭔가 새로운 걸 한다는 뜻이죠. "



기존의 언어로 정의되지 않고

아직은 딱히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나의 강의.


그 답답함과 막막함을

한 사람에게라도

온전히 이해받고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오늘 싱잉볼 클래스를 듣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소중함, 감사함을 떠올리다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말았다.


조금 창피한 마음이 올라오긴 했지만

내 마음에 솔직한 내 모습이

나는 좋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건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거


40년을 일한 저명한 작가도

자신의 일을 매일 의심하고 망설인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힘주어 읽어본다.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길 위에 서 있다는 신호이다."






사람들이 과연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인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인가


하고 싶은 말, 이야기는 있지만

듣고 싶은 사람은 없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나를 짓누르지만


이렇게 흔들리는 나를

나보다 더 믿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또 힘을 내본다.


아, 그나저나 강의안

언제 떠나보내지? ^^;;;


고치고 또 고치는 나 좀

말려주라~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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