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인갈매기 Jul 08. 2021

슬기로운 엄마생활

언젠가의 로망- 미니멀 라이프

 언제나 꿈꾸는 로망은 미니멀 라이프다. 그러나 현실은 넘쳐나는 인형과 장난감과 옷더미들이 가득한 게 지금의 집이다. 카오스 그 자체다. 몇 년 동안이나 꾸준히 물건들을 정리하고 처분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니멀 라이프는 그림의 떡일 뿐.

 오늘은 분리수거일. 미루고 미루던 ‘장난감 솎아내는 날’이다. 무슨 장난감이 잡초도 아닌데 ‘솎아내기’라는 말이 어울리나 싶기도 하지만, 낡고 자잘하며 목적이 놀이가 아닌 단순 저지레 용인 장난감이라면 마땅히 솎아져야 한다! 게다가 드레스룸에 처박혀있는 물려받은 옷들과 산더미 같은 ‘내 돈 내산’이 아닌 봉제인형들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우짜노…언제 치우노…’


 그렇다. 기본적으로 난 물건 많은 게 힘든 성격이다.  좋은 품질의 물건을 종류 당 하나씩만 구비하면 되며(생필품 제외), 애초에 조금이라도 망설여지면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신중하게 골라 오래 쓴다. 게다가 필요 없는 물건은 나눔도 버림도 쉽다. 나에게 물건이 많은 것은 그만큼 정리해야 할 것이 많다는 뜻이다. 물건이 많은 것은 정말 날 숨 막히게 만든다. 골칫거리 그 자체다.

 한편, 이렇게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건, 그만큼 내 속에 복잡한 생각들이 많아서 일지도 모른다. 내 속도 복잡하고 시끄러운데, 나 이외의 것들은 좀 단순하고 간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한 번 씩 몸도 마음도 힘든 시기를 지날 때마다, 아무것도 안 하기보단(더 우울해짐) 무언갈 할 때 마음이 평안해지고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는 걸 알았고, 그 무언가는 ‘정리’였다.

 매 번 정리를 하지만, 아직도 뭔가 갈급하긴 하다.

사실 여긴 내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께서 잠시 내어주신 집). 나에게 여긴 온전한 ‘내 집’ 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결혼 후 아직까지도 ‘아! 집이 제일 편해!’라는 생각은 여행 갔다 올 때뿐인 것 같다. 아마도 마음속 깊은 곳에선 몇 년을 살아도 여전히 내 집이란 애착이 안 드나보다.

 또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만의 공간’ 이 없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나 혼자 온전히 있을 수 있는 내 방. 결혼 전엔 언제나 내 방이 있었는데 왜 결혼 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무대가 부엌이란  빼곤 나만의 ‘케렌시아(피난처)’  없는 것이다. 언젠가 친구 아들이 ‘엄마방은 부엌이잖아라고 했다던 말을 듣곤, 폭소하면서도 어머나 생각해보니 나도  방이 없잖아 하며 무릎을  치기도 했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난 남편 방, 내 방, 첫째 방, 둘째 방, 이렇게 각자 방이 있는 곳을 내 집으로 삼을 것이다. 각자의 방에선 각자가 알아서 치우고 꾸미며,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한 간섭하지 않는다(물론 거실과 부엌은 내 취향 가득히 하하하하).

 이렇듯 오늘도 꿈꾼다.

 미니멀 라이프 그리고 내 방을.

작가의 이전글 슬기로운 엄마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