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직의 퇴직금 지급에 관한 다양한 사례들
봉직의사(일명 페이닥터)란 개업의가 아니라 병원·의원 등 타인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급여를 받고 근무하는 의사를 말합니다. 그런데 의료계에서는 봉직의에게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하여 지급하거나, 아예 퇴직금 없이 계약하는 관행이 오랫동안 만연해 왔습니다. 이러한 관행은 서로에게 예측 불가능한 법적 리스크를 초래하여 빈번한 법률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모든 사업장(동거 친족만 고용한 사업장 등을 제외)과 주 15시간 이상 근로하는 1년 이상 계속근로자에 대해 퇴직급여 지급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에 퇴직금 의무가 없었으나 법령이 2010년대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되어, 2013년 이후로는 직원 수와 무관하게 1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게 적용됩니다.
근로자성 판단은 계약의 형식(고용, 도급, 위임, 프리랜서 계약 등)에 구애받지 않고, 그 실질에 비추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여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사용자가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 노무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그리고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등을 고려합니다(대법원 2023.9.21. 선고 2022도8197 판결).
특히 위 대법원 판례는 의사의 경우, 진료 업무의 특성상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더라도, 이는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이 사례에서 의료생활협동조합(개설자)이 의사와 “위탁진료계약”을 체결하며 “근로자가 아니므로 노동관계법상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두었으나, 의사가 △매월 고정급여를 받고 △평일 및 토요일 일정 시간 진료하며 △병원에 매월 실적을 보고하는 등 실질적으로 정해진 장소·시간에 사용자의 지휘 아래 근무한 점을 들어 근로자로 판단하였습니다.
과거에는 전문직의 경우 업무 자율성이 높다는 이유로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를 비롯한 최근의 경향은 의사가 병원이라는 조직 내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고정적인 임금을 받으며 진료 업무를 수행한다면, 비록 진료 행위 자체에 대한 세세한 지시가 없더라도 병원의 운영 목적 달성을 위해 종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봉직의가 1년 이상 근무 후 퇴직했다면 병원 규모와 무관하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고, 14일 이내 미지급 시에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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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해 지급한다”는 특약을 두어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봉을 책정하면서 매월 급여에 퇴직금 상당액(연봉의 1/12)을 미리 얹어주는 방식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이미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임금과 함께 일정 금액을 퇴직금 명목으로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이는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설령 근로계약서에 봉직의가 동의 서명했다 해도, 매월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돈은 퇴직금이 아니라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의 일부에 해당할 뿐이므로, 퇴직 시 법정퇴직금 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며 사용자는 법정 기준대로 퇴직금을 별도로 지급해야 합니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이처럼 법원이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무효로 보고, 이미 지급된 퇴직금 명목의 금액을 임금으로 간주하여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하는 것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강행규정성 때문입니다. 퇴직금은 근로관계 종료를 요건으로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며, 근로자의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퇴직금 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미리 정산하여 지급하는 약정은 법의 취지에 어긋나 무효로 보는 것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노동법의 경직된 해석은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면이 있습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하여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그 약정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병원의 자율적인 경영 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예측 불가능한 재정적 부담을 안깁니다. 그간 의료계에서는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하는 총액 연봉제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이러한 판결은 기존의 급여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중소병원의 경우 원장보다 봉직의 급여가 더 많기도 한 현실을 감안하면 "퇴직시 말을 바꿔서 추가 퇴직금을 요구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영역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법원 또한 이와 같은 견지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기 지급한 퇴직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참조). 하지만 이런 약정의 존재를 입증하기는 실무적으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어찌되었던 현행법과 대법원 판례의 태도는 존중되어야 합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퇴직금 중간정산은 무주택자의 주택구입, 본인·가족의 의료비 등 제한적 사유가 있고 근로자 신청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데, 병원이 일방적으로 “퇴직금을 매달 미리 준 것”으로 처리하는 것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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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네트(Net) 연봉제 계약: 봉직의에게 세후 실수령액 기준으로 연봉을 제시하고, 병원에서 해당 의사의 세금까지 부담해 주는 대신 퇴직금은 지급하지 않기로 내용의 계약이 빈번하게 이루어집니다. 예컨대 월 세전 2,000만원 수준의 급여를 봉직의에게 세후 1,300만 원으로 “통장에 꽂아주기로” 약속하는 경우입니다. 세전 2,000만원 계약이나, 세후 1,300만원 계약이나 당사자간에는 당장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세후 계약을 통해 매달 정확한 금액을 약속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직들은 세후계약을 널리 선호하고 있습니다. .
다만, 네트제 계약을 정확히 하지 않을 경우, 연말정산 과정에서 세금 부담 주체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거나 의사들이 퇴직 후 평균임금(퇴직금 계산기준)을 세전 금액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는 사례가 흔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네트 계약을 악용하여 퇴직금을 적게 주거나 아예 안 주려 한 병원이 많았고, 고용노동부도 “네트제 계약으로 인한 노동관계법 위반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며 의료기관들에 주의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특히 네트계약은 봉직의가 여러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때 복합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봉직의가 A, B, C 병원에서 요일별로 일을 하며 모두 네트계약을 했다고 가정하면(마취과 의사 또는 교정전문의 등에서 이런 사례가 종종 발생합니다), 각자가 약정한 금액에 따라 적정한 원천징수 금액은 얼마인지, 연말정산에서 발생한 추가 세금은 누가 부담해야 할지 복잡한 계산 문제가 남습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세전 연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서로에게 바람직합니다.
② 위탁진료 계약(독립사업자 명목)으로 고용: 의료기관이 봉직의사와 정식 근로계약 대신 “위탁진료계약”, "프리랜서계약" 등을 맺어 형식상 그 의사를 근로자로 취급하지 않는 방식도 있습니다. 계약서에 “A의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며, 진료과정에서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는 등 형식을 취하여 마치 동등한 관계인 듯 계약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위 대법원 2023.9.21. 선고 2022도8197 판결에 따라 "실질적인 근로자성 여부"를 다시 판단받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특정 마취과 의사가 병원과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병원에 상주하지 않은채 진료를 하였다면, 추후 퇴직금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프리랜서 계약서를 제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마취과 의사와 병원이 체결한 계약의 형식을 불문하고, 급여 책정 방식(건별 책정인지, 연봉제 방식인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사용자가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등을 다시 한번 판단받게 될 것입니다.
③ 계약기간을 1년 미만으로 쪼개는 방식: 퇴직금은 1년 이상 계속근로자에게 발생하므로, 일부 의원에서는 봉직의와 단기 계약을 반복하여 퇴직금 요건을 회피하려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11개월 근무 후 계약을 종료하고 곧바로 재계약하는 식으로 퇴직금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이런 방식의 계약은 근로자에게 실질적 손해를 끼치므로 그 실질이 드러아는 순간 보호받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봉직의 고용 시 퇴직금 분쟁 예방을 위한 실무적 방안
퇴직금 문제로 인한 법적 분쟁을 방지하려면 사전에 철저한 대비와 준법경영이 필요합니다.
① 표준 근로계약서 작성 및 명확한 임금 산정:
봉직의 채용 시에는 표준근로계약서를 기본으로 하되, 임금구성표(기본급·각종 수당·인센티브)를 별첨해 항목별 정의와 지급기준을 명확히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연봉 계약이라면 지급주기와 방법, 성과급·당직료의 포함/별도 여부를 구분하고, 퇴직금은 1년 이상 계속근로 시 법령에 따라 별도 지급함을 분명히 기재합니다. 연봉이 세전(Gross) 기준인지 세후(Net) 기준인지도 반드시 표시하고, 세후 계약을 택한다면 세금 부담 주체, 그로스업 계산식, 퇴직금 산식을 문서로 합의해 둡니다. 가급적 세전 기준을 통용하고, 불가피하게 세후 계약을 쓰더라도 퇴직금은 세전 임금 기준으로 산정됨을 서면으로 확인받는 것이 분쟁을 줄입니다. 채용 오리엔테이션 단계에서 계약서 주요 조항을 설명–확인–서명 절차로 남겨두면 이후 해석 다툼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② 퇴직금 별도 적립 또는 퇴직연금 도입:
병의원들은 연봉 계약 시 제시한 급여에서 매월 1/12에 해당하는 금액을 별도로 적립해 두었다가 퇴직 시 지급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을 도입할 경우 사업주는 현금흐름을 평탄화하고 체불 리스크를 낮출 수 있고, 근로자는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호됩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 동의·취업규칙 반영 등 절차 요건이 있으므로, 사전 설명회와 서면 동의로 절차를 정비해 두면 실무가 한결 매끄럽습니다.
③ 불합리한 특약 지양:
퇴직금은 피해갈 수 없는 비용이라고 인식하고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퇴직금 관련 특약(예: 퇴직금 포기, 퇴직금 포함 지급 등)은 애초에 계약서에 넣지 않아야 합니다. 설령 넣더라도 법적으로 효력이 없으므로 분쟁 발생 시 병원에 불리할 뿐입니다. 퇴직금 포기, 연봉에 포함하여 월할 분할지급, 형식만 위탁계약으로 돌려 근로자성 부인 같은 특약·관행은 분쟁의 지름길입니다. 넣어도 효력이 없거나, 오히려 사용자의 악의로 해석됩니다. 계약서에는 간결하게 “퇴직금 및 법정수당은 관련 법령에 따라 산정·별도 지급한다”는 원칙 조항을 두고, 계약기간 쪼개기(1년 미만 반복) 같은 회피 시도는 애초에 배제합니다.
④ 투명한 임금 관리와 자료 제공:
급여 체계에 대한 투명한 관리도 중요합니다. 봉직의에게 제공하는 급여 명세서에 총임금, 공제내역(세금 등)과 실수령액을 정확히 기재하여 교부해야 합니다. 2021년부터 근로기준법상 임금명세서 교부가 의무화되었습니다. 임금명세서에는 총액임금–공제내역(세금 등)–실수령액을 빠짐없이 표기하고 제때 교부합니다. 네트제라도 명세는 정확·일관해야 합니다. 분쟁 예방을 위해 평균임금 산정 기준(세전 기준, 포함·제외 항목)을 안내하고, 급여대장·원천징수영수증 등 증빙을 체계적으로 보관하세요. 퇴직 시에는 퇴직금 정산서와 평균임금 산정표(필요하면 사용자 부담 세액 포함)를 교부해 논점을 미리 정리합니다.
⑤ 적법한 절차에 따른 퇴직 처리:
퇴직이 확정되면 14일 이내 지급 원칙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불가피한 지연이 예상되면 지급기일 연장 합의서를 서면으로 받고, 정산 항목(미지급 임금·연차수당·퇴직금)을 체크리스트로 관리합니다. 지급 지체는 곧장 임금체불 이슈로 전환되고, 법정 지연이자(최대 연 20% 수준)와 소송비까지 부담할 수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리스크 관리법은 기한 내 전액 지급입니다. 이를 위해 인사·총무 책임자를 지정하고, 퇴직 프로토콜(서식 묶음, 결재 라인, 지급 캘린더)을 상시 운영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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