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O도 병원 상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병원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 상표권 분쟁 시 어떻게 판단되는가

by BHSN 오승준 변호사

네트워크 병원·MSO 운영 시 상표권 행사 가능 여부를 판례로 해설합니다. 의료법 위반 리스크, 브랜드 사용 계약, 손해배상 쟁점을 명확히 설명합니다.


사건 개요 및 쟁점


의료법상 영리법인(for-profit corporation)은 병원 등 의료기관을 직접 개설할 수 없습니다(의료법 제33조 제2항). 이러한 제한 하에 영리법인인 MSO는 합법적으로 의료기관 운영을 지원하며, 공통 브랜드를 사용하게 하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합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상표권자(브랜드 소유 회사)가 의료기관을 직접 운영하지 않더라도 병원 상표권을 행사하여 상표 침해를 주장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에 분석할 판결들은 이러한 상황을 다룬 치과 네트워크 사례로서, 1심과 2심에서 상반된 결론을 내렸습니다. 1심(서울남부지방법원 2017.2.14. 선고 2015가단242157)은 영리법인의 상표권 행사를 부정한 반면, 2심(특허법원 2018.10.5. 선고 2017나1582)은 일정 범위에서 이를 인정하였습니다.


핵심 쟁점은 의료기관을 직접 운영하지 못하는 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가 자신이 보유한 병원 브랜드(서비스표)에 대한 상표권을 행사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입니다.


1심 판결: 영리법인의 상표권 행사 부정


서울남부지법 1심은 영리법인 원고 A가 치과의원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상표 라이선스 사업만 영위한 경우,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자격이나 손해 발생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상표권자의 사용 요건: 상표법상 상표권 침해로 인한 영업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상표권자 자신이 그 등록상표를 업으로 사용하고 있어야 합니다. 상표권자는 스스로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상품/서비스에 상표를 사용하면서 영업을 해야 하며, 그래야 침해로 인한 영업이익 침해를 논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단지 상표를 등록만 해두고 쓰지 않는 경우에는 침해로 인한 손해가 추정되지 않습니다.


(2) 영리법인의 의료업 금지: 원고 주식회사 A는 영리법인으로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고, 따라서 치과업(치과의원 운영)을 적법하게 영위할 수 없습니다. 원고가 한 일은 치과의사들에게 상표 사용을 허락하고 사용료(가입비·월회비)를 받은 것뿐인데, 이러한 영업은 사실상 “상표 대여업”에 불과합니다. 이는 상표법이 보호하려는 상표의 기능(자타 식별 및 출처 표시 기능)을 벗어나므로, 원고를 치과업 자체를 영위하는 자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3) 동종 업종 여부: 피고 치과의사는 실제 치과의원을 운영하며 원고 상표와 유사한 표장을 사용했지만, 원고는 치과업을 직접 하지 않으므로 원고와 피고가 동종 영업에 종사하는 관계도 아니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피고가 유사 표장을 사용해도 원고의 영업이익 침해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고, 원고는 상표법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원고 부담으로 판결하였습니다. 요컨대 영리법인이 의료업을 할 수 없는 이상, 그가 보유한 의료서비스표에 대해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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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판결: 영리법인의 상표권 행사 인정


특허법원 2심은 1심과 달리, 영리법인 원고 A의 상표권 행사가 권리남용이 아니며 상표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손해액 산정에 있어서는 원고가 청구한 액수를 상당 부분 제한하였습니다. 2심의 판단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MSO의 설립 목적과 영업 방식: 원고 A는 “치과병의원의 설립·운영 지원, 경영 컨설팅, 재료 유통”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입니다. 원고는 여러 치과의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상표 사용을 허락하고, 재무·세무·노무·마케팅 등 경영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그 대가로 가입비와 월회비를 받았고, 그 결과 여러 개별 치과가 공통 브랜드(원고의 서비스표) 아래 “네트워크 치과”로 운영되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의 등록서비스표를 관리·홍보하고, 네트워크의 신용을 유지하는 업무를 수행하여 사실상 의료기관 운영지원 사업을 영위한 것입니다.


(2) 의료법 위반 여부: 의료법상 영리법인은 의료기관을 직접 개설할 수 없지만, 치과의 경영지원 사업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원고의 사업 방식이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상표권 행사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이유는 없다는 전제입니다. 2심은 원고가 직접 환자를 치료한 것이 아니라 지원과 브랜드 관리에 그쳤으므로 의료법을 위반한 구조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 만약 영리법인이 의료인 명의를 빌려 실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수익을 배분했다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으로 계약 무효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원고는 합법적인 MSO 역할 범위 내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3) 현대적 영업 형태에 대한 고려: 재판부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업방식을 언급했습니다. 예컨대 금융지주회사의 계열사, 약국 체인 등 하나의 공통된 브랜드를 여러 사업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현행 상표법상 단체표장 제도 등으로는 이러한 현실을 모두 포섭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네트워크 내 각 사업주체가 하나의 공통된 표장을 사용하여 영업하는 형태”는 사회경제적 현실인데, 이를 법의 사각지대로 방치하면 상표법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4) 상표권 사용의 인정: 상표법은 상표 사용 주체를 상표권자로 한정하지 않고, 통상사용권자(라이선시)에게 사용을 시키는 것도 상표 사용에 포함됩니다. 2심은 원고가 비록 치과 진료 자체를 하지 않더라도, 통상사용권자들을 통해 상표를 실제 사용하고 품질관리와 통일된 서비스 제공에 관여하였다면 상표권자의 사용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원고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치과들이 지정서비스업(치과업) 분야에서 원고의 상표를 사용해 영업했고, 원고는 그 브랜드에 대한 신용과 고객흡인력을 관리해왔으므로, 이는 “상표를 등록만 해두고 방치한 경우”와는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5) 권리남용 주장 배척: 피고는 원고의 상표권 행사가 상표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 수요자 혼동을 초래하는 등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원고의 상표 사용에 사회적·경제적 필요성이 있고, 서비스표권자의 업무상 신용 유지와 관련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원고의 상표권 행사가 공정한 경쟁질서를 해치거나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 아니므로 법적으로 보호 가치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수요자에게 혼동을 일으키지 않고, 오히려 네트워크 브랜드를 통한 신용 확보라는 상표 본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6) 손해 발생 및 추정: 1심과 달리 2심은 원고에게 손해 발생을 인정했습니다. 상표법 제67조 제3항(구 상표법)에 따라 통상사용료 상당액을 손해액으로 추정하려면, 상표권자가 실제 그 상표를 사용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2심은 원고가 직접 진료행위를 하지 않았어도 네트워크 치과들을 통해 상표를 현실로 사용하였고, 침해로 인해 원고의 라이선스 사업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만약 상표권자나 통상사용권자 누구도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면 불합리하므로, 통상사용권자의 사용도 상표권자의 사용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상표를 실제 사용하지 않은 경우 손해배상 불인정)와도 조화를 이루는 해석입니다.


(7) 과실 추정: 상표권 침해에 대해 고의·과실은 추정됩니다. 피고는 모르는 상표였다고 항변했으나, 상표공보 등에 공시된 권리를 통상 주의로 알 수 있고 업자로서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원고가 오랜 기간 해당 표장을 네트워크로 사용해왔고, 특허심판원·대법원에서도 피고 표장이 원고 상표와 유사하다는 심결·판결이 확정된 바 있으므로(피고는 그 후 상호를 변경), 피고에게 적어도 과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8) 손해배상 범위: 2심은 원고가 청구한 1억7천4백만 원(라이선스료 3년치) 전부를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라이선스 비용에는 상표 사용 외에 경영지원 서비스 대가가 포함되어 있어 순수 상표사용료로 보기 어렵고, 실제 일부 치과는 계약기간 후 무상 사용을 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과거 피고에게 “지금까지 사용한 대가 2천만 원”을 요구한 적이 있는 사실도 참작하여, 손해액을 1천만 원으로 산정했습니다.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1천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는 영리 MSO의 상표권 행사는 인정하되 남용을 막고 손해를 한정적으로 본 절충적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상표법적 쟁점 및 법리 분석


이 사례에서 상표법상의 핵심 쟁점은 상표권의 사용 및 손해 인정 요건입니다. 관련 법리와 판례의 흐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상표권자의 사용과 손해 발생: 대법원은 “단지 상표를 등록만 해 두고 실제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해 왔습니다(2014. 6. 10. 선고 2002다33175 판결 등). 상표권자는 자신의 영업에서 상표를 사용하고 있어야 침해로 인한 구체적 피해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권리남용이나 상표 괴물(트롤)에 대한 억제 장치로, 실제 영업 의사 없이 상표만 점유한 경우 남의 사용을 배타적으로 막고 이익을 취하려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입니다.


(2) 통상사용권에 의한 사용 인정: 다만, 상표의 사용 주체는 상표권자 본인뿐 아니라 통상사용권자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상표법은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행위” 자체를 광범위하게 정의하며(구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7호), 상표권자가 승인한 자(licensee)가 일정한 통제 아래 사용하는 경우에도 그 신용과 출처표시의 효과가 상표권자에게 귀속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상표 사용자 외에 사용허락계약 등을 통해 상표 사용을 통제하거나 상품·서비스의 품질을 관리해온 자가 있다면, 그 상표 사용으로 인한 신용은 그 자에게 귀속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번 2심 판결은 이러한 법리를 적극 적용하여, MSO인 원고가 라이선스 병원들의 상표 사용을 관리·통제해왔으므로 원고 스스로 상표를 사용한 것과 유사한 지위에 있다고 본 것입니다.


(3) 권리남용 여부 판단: 상표권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면 허용되지 않습니다(민법 제2조의 신의칙 등 적용). 1심은 영리법인이 의료분야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상표제도의 취지(소비자 보호, 출처 혼동 방지)에 어긋나 보호 가치가 없다고 보았지만, 2심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신뢰도 있는 공통 브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을 인정했습니다. 결국 권리남용인지 여부는 해당 상표 사용이 공정한 거래질서에 반하거나 소비자에게 혼동·피해를 주는지 등에 달려 있습니다. 2심은 MSO의 상표 사용이 의료서비스의 질 관리를 통해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고, 브랜드로 식별되는 출처 표시에 기여하므로 정당한 권리 행사로 평가한 것입니다.


의료법 및 관련 제도상의 고려사항


이번 판결은 상표법적인 쟁점에 국한해서 판단했지만, 의료분야 브랜드 공유 사업에는 여러 법제도상의 이슈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1) 의료법상의 한계: 영리법인은 의료기관 개설 금지 규정을 우회하기 위해 MSO 형태로 경영지원과 브랜드 제공을 합니다. 합법적인 MSO는 행정·경영 지원에 그쳐야지, 의료인의 고유 영역인 진료 행위나 병원 운영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MSO가 사실상 병원을 지배하면서 수익을 배분받는다면, 이른바 “사무장 병원”으로 간주되어 의료법 위반이 됩니다. 실제로 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이익을 취하는 MSO 계약은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MSO의 상표권 행사도 전제 조건은 합법적인 경영지원 형태여야 합니다. 이번 사례에서 2심 법원은 원고의 역할이 위법하지 않은 지원사업 범위라고 보았기에 상표권을 인정했지만, 만약 불법 구조였다면 상표권 행사 자체가 공서양속 위반으로 제한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2) 프랜차이즈(가맹사업) 법률: 원고 A의 사업 모델은 실질적으로 프랜차이즈(가맹사업)와 유사합니다. 브랜드를 공유하고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면서 가맹비(가입비·월회비)를 받았다면, 이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일명 가맹사업법)상의 가맹사업 요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정보공개서 제공, 가맹계약서 기준 준수 등 가맹점주 보호 의무를 집니다.


의료 분야에서는 이 제도가 생소하며, 주류 판례는 의료 분야에 가맹사업법 적용을 배제하고 있습니다만,

치과 네트워크처럼 브랜드 사용 대가로 정기적 지급이 이루어지는 경우 가맹사업법 적용 가능성이 남아있습니다. 만약 원고가 가맹사업자로서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가맹희망자인 치과의사들이 계약 해지나 손해배상을 주장할 소지도 있습니다. 반대로 가맹사업 구조를 취하면서도 법망을 피하려고 “라이선스 계약”이라 명명하는 사례도 있지만, 실질이 중요하므로 법적 요건 충족 여부를 유의해야 합니다.


(3) 공정거래 측면: 공통 브랜드를 사용한 의료 네트워크는 환자 유인과 신뢰 제고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공정한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거대 MSO가 시장을 좌우하거나, 과도한 비용 부담을 치과에 전가하면 불공정거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1심은 상표권 남용에 따른 시장교란 우려를 언급했는데, 2심은 브랜드 공동 사용이 소비자 선택에 오히려 편익을 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공정거래법 일반 원칙으로 볼 때, 소비자 혼동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경쟁을 촉진한다면 허용되지만, 시장을 독점하거나 거래 상대방을 착취하는 형태라면 제재될 수 있습니다. 향후 의료 MSO들이 증가할 경우, 브랜드 사용 계약의 공정성도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및 시사점


이번 사례를 통해 영리 MSO의 병원 상표권 행사에 대한 법원의 시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심은 전통적 견해에 따라 “스스로 영업하지 않는 상표권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 반면, 2심은 “현실에 맞게 상표 사용 개념을 확장”하여 MSO의 정당한 브랜드 사업을 보호했습니다. 이는 의료 분야의 네트워크화라는 새로운 흐름에 법원이 적응해가는 모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리법인도 적법한 범위 내에서라면 의료 브랜드를 소유·관리하고, 침해 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유사한 의료 네트워크 사업들이 참고할 선례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는 MSO의 역할이 어디까지나 지원에 국한되고, 상표의 신용관리 주체로서 기능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만약 본질을 벗어나 의료법을 위반하거나 가맹사업법 등을 무시한 채 운영된다면, 그 상표권 행사는 제한되거나 무효한 계약에 기초한 것이 되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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