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범죄들은 만약 실수로 저지른 행위가 명백하다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별도의 과실범도 처벌한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을 하고 있지요. 그래서 사람을 때린 폭행죄나 다른 사람의 물건을 부순 손괴죄의 경우 만약 고의가 아닌 과실로 밝혀진다면 처벌되지 않는 범죄입니다. 같은 이유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실수로 다른 자동차를 파손하더라도 벌을 받지는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고의로 물건을 부순 경우뿐만 아니라 과실로 물건을 부순 경우에도 형사처벌이 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물건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재산인 경우가 그런 경우입니다. 대표적으로 군대에서 사용하는 군용물을 손괴한 경우에 적용되는 ‘군용물손괴죄’가 있습니다.
군형법상 군의 공장, 함선, 항공기 또는 전투용으로 공하는 시설, 기차, 전차, 자동차, 교량, 군용에 공하는 물건을 저장하는 창고 등 군대에 사용하는 물건으로서 군용물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군용물이나 그 밖의 시설을 고의로 손괴하거나 효용을 해한 경우에는 벌금형 없이 2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집니다. 게다가 과실범에 대한 규정도 별도로 있어서 과실로 저지른 경우에도 군용물손괴죄로서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더욱이 군인의 경우 형사처벌로 인한 징계도 뒤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그 불이익의 배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심지어 고의로 군용물을 손괴할 경우 벌금형 처벌이 불가능하므로 기소가 이루어질 경우 원칙적으로 당연퇴직을 피할 수가 없다는 문제도 존재합니다.
반드시 군인만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도 아닌데요. 민간인이 군용물을 파손한 경우에도 군형법이 적용되어 형사처벌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민간이 형사처벌을 받은 대표적인 경우로서 주한미군 THAAD 배치 반대시위와 관련된 사건이 있습니다.
A는 THAAD 반대 시위를 하기 위해서 군용 차량이 진입하려는 도로 위에 길이 3센티의 나사못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보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A는 수사기관에 입건이 되었으나 스스로를 무죄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왜냐하면 A가 던진 나사못으로는 타이어가 손상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으며, THAAD 장비와 공사자재를 실은 군용 차량이 실제로 손괴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을 한 것인데요.
하지만 수사기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처음부터 군용트럭의 타이어를 손괴하거나, 적어도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아서 군용물손괴죄 미수에 해당한다고 보아서 기소하였습니다. A는 못을 던진 것은 시위 퍼포먼스의 일종일 뿐이지 손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도 최종적으로는 모두 유죄를 인정하였습니다. 특히 나사못의 크기를 고려한다면 군용트럭의 타이어가 파손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이처럼 군인만이 적용대상이 아니라, 민간이라고 하더라도 군용물을 대상으로 하여 손괴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과실로서 처벌될 수도 있는 죄다 보니 군용 차량을 운전하다가 실수로 사고를 낸 경우,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거 판례를 보면 군용 지프차를 운전하던 운전병이 그 운전부주의로 사고지점 철도변의 배수로에 앞바퀴가 빠지게 되었고, 그대로 열차와 추돌하여 차량이 파손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당 사건에서 운전병은 결국 군용물손괴로 기소되어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민간차량이라면 보험처리로 끝났을 사건이 군용물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과실이라고 하더라도 군용물을 파괴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군인 신분의 경우 군용물을 주변에 두고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위험이 높습니다. 특히 고의로 군용물을 파손하여 군용물손괴죄를 저지르면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이 부과된다는 점도 유의하여야 합니다.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불가피하므로 군인신분을 그대로 상실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기소가 되지 않는 기소유예를 노리거나 선고유예를 노리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혹은 고의가 아닌 과실이 인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역시나 징계까지 고려해 최대한의 선처인 기소유예 및 선고유예를 노리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한 사건에서 군인 X는 군생활 중 부조리를 참지 못하고 화가 나 생활관에 있던 관물대를 부수고 거울을 파손하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고의로 군용물을 파손한 것이었기 때문에 손괴죄로 기소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처벌과 군인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우선, 자기 실수를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관물대 3개와 거울을 파손한 것은 순간적인 판단실수였을 뿐 지속적으로 명령에 불복종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성실하게 군생활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다짐 하였습니다. 다행히 재판부는 이런 X의 노력을 인정하고 징역형을 선고하면서도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주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군용물과 관련된 범죄는 고의뿐만 아니라 과실까지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만약 군용물손괴죄 혐의를 받고 있거나, 군복무 중 감정적으로 행동해 군용물을 파손하는 일이 있었다면, 성급하게 대응하기보다 처음부터 정확한 사실관계와 법리를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의가 아니라 과실에 불과한지, 손괴의 정도와 피해 규모는 어떠한지, 이후 진지한 반성과 원상회복·배상 노력을 했는지에 따라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등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억울한 혐의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을 기회를 얻어낼 수도 있으니 우선은 자세한 법률상담 후 대응방법을 고민해 보시기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