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신분관계 고치기
호적이란 말을 아직 쓰시나요? 많은 분이 지금도 별 거리낌 없이 사용하실 텐데요.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뢰인 분들 이해를 돕기 위해서긴 하지만) 가족관계등록부보다는 호적이란 말이 편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이제 호적이란 단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난 2008년 호적법이 폐지되면서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대로 ‘호적’을 대체한 ‘가족관계등록부’라는 공식 용어가 좀 길어서인지 몰라도 우리는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호적’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호적을 판다, 호적을 바꾼다, 호적을 변경한다, 호적을 정정한다 등등. 정확한 용어는 아니어도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만큼 이번 포스팅에서도 혼합해 사용한다는 점 이해를 바랍니다.
아래에서는 가족관계등록부(호적) 변경 정정신청 방법을 통하여 잘못된 신분관계 고치기가 필요했던 현우 씨(가명, 40세)의 사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골프 레슨 프로로 일하는 현우 씨는 얼마 전 어머니 장례를 마치고 나서야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심지어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여동생이 어머니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있었던 겁니다. 어머니 역시 현우 씨에게 여동생에 관해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조그만 아파트 하나를 남기셨는데 당장 상속처리가 문제였습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실존하는 인물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법적으로는 엄연히 상속인이었습니다. 주변 지인들은 이 사람을 찾아야만 상속재산을 나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과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해야만 재산을 정리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관계등록부(호적) 변경 정정신청 방법 등을 통해 여동생 존재를 아예 지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잘못된 신분관계를 고치기 위해 현우 씨는 전문가를 찾아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지 문의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아마 많이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이 사례에서 어머니와 전혀 상관없는 여동생을 어머니 호적으로부터 지우기 위한, 즉 가족관계등록부(호적) 변경 정정신청 방법은 현우 씨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겁니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친모녀 사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법원으로부터 확인받는 절차인데요. 이 소송을 통해야만 어머니 가족관계등록부를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우 씨가 여동생에 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디에 사는지 혹은 살아는 있는지조차도 알지 못하죠. 그런데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소송은 시작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법원을 통한 각종 사실 조회를 통해 여동생 신상 정보를 특정하면 됩니다. 우선은 어머니 가족관계등록부에 나온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사는 주소를 확인해야 합니다.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전자 검사인데요. 이 사례에서 필요한 건 어머니와 (호적상) 여동생 사이 친자가 아니라는 유전자 검사입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사망했으므로 이는 불가능합니다. 다른 간접적인 방식을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현우 씨와 여동생 사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동일 모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고, 현우 씨와 어머니의 다른 친척(이모 등)을 통해 ‘동일 모계’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겁니다. 물론 유전자 검사 업체에 문의하면 더 간단한 방안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겁니다.
가족관계등록부(호적) 변경 정정신청 방법을 통해 가족관계등록부의 잘못된 신분관계를 고치거나 지우는 일은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함부로 고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분 관계에 관한 공적 권리와 의무는 모두 가족관계등록부를 기준으로 발생하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제한이기도 한데요. 상속인을 정하는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사례처럼 가족관계등록부상 일정한 지위에 있기만 하면 상속인이 됩니다. 실제로 피상속인과 혈연관계가 있는지, 둘 사이가 어땠는지, 정말 가족으로 지냈는지 등은 따지지 않습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들이밀며 피상속인과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따져봤자 상속인 지위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가족관계등록부가 고쳐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위법한 가족관계 등록기록’이나 ‘무효인 행위의 가족관계 등록기록’은 법원 허가를 받아 정정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법원 판결을 통해 현우 씨 어머니와 여동생 사이에 친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재판서 등본을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그 등본과 확정 증명서를 첨부하여 호적변경을 신청해야 합니다.
사례에서 현우 씨가 어머니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여동생을 지우려면 반드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벌여야 합니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주장만으로는 호적을 고칠 수 없다는 점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습니다. 유전자 검사가 여의치 않거나(상대방 비협조로), 당사자 정보를 확인하는 데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으니 미리 전문가 조언을 통해 소송 방향을 정확히 파악해보시기 바랍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호적) 변경 정정신청 방법은 다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잘못된 신분관계를 고치기 위해서는 사안마다 조금씩 다른 방법이 필요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작은 실수라도 있다면 시간은 지체되고 노력과 비용만 물거품으로 만드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기에 가사·상속 분야에 주력하는 변호사와 상의를 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