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아이의 권리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어떤 자산가에게 숨겨진 자식이 있는 경우가 극적인 소재로 자주 활용되는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혼모 슬하에서 자라오던 혼외자식이 갑자기 나타나 친아버지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으면서 이복형제 사이에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러한 일이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요?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만 들었던 甲은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바로 친아버지가 살아 계시다는 이야기였던 것이죠. 오래전 이미 가정이 있었던 친아버지는 어머니를 만나 사랑을 나누었으나 집안의 반대로 두 사람은 새 출발을 할 수 없었고 친아버지는 결국 원래의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甲을 임신하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아이를 출산하였던 것이죠.
미혼모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甲을 사랑으로 키웠고 그러한 덕분에 아버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부족함 없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던 친아버지가 살아 계시다는 이야기와 함께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되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하였는데요. 그리고 어머니는 지금 현재 친아버지가 몹시 위독하시니 만약 용서할 수 있다면 찾아가서 인사를 드려보라는 권유를 하였습니다.
결국 甲은 친아버지를 만나보기로 결심하였으나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혼외자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복형제들의 거센 저항에 만남이 무산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복형제들은 혼외자식인 甲이 자신도 아버지의 자식이라면서 유산에 대해서 상속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며 경계심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이 참극의 원인이었습니다. 결국 甲은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볼 수 없었고, 이에 분개하여 자신의 정당한 몫을 주장해야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그런데 위 사례의 주인공인 甲은 지금 현 상태에서 친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을까요? ‘가능하지 않습니다.’ 현재 甲의 법률적 신분은 미혼모의 아이이고 아무리 유전자적 친아버지의 자식이라고 할지라도 법률상 부자관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족관계등록부에 부자 관계가 아니라면 신분법적 권리와 의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만약 자신이 신분법적 권리를 행사하고 싶다면 법률상 부자관계를 인정받는 일부터 선행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인지청구라고 하지요. 만약 친아버지가 살아 계시고 동의가 있다면 법률상 부자관계를 인정받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친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셨고 이복형제들의 저항이 상당하다면 결국 강제적으로 인지청구 소송을 통하여 가족관계등록부의 신분관계를 회복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렇게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해 확정 판결을 받는다면 법률상 부자관계를 인정받은 혼외자식은 드디어 친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를 공동상속인의 자격으로 부여받을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위 사례의 경우 이복형제들이 甲의 존재를 매우 경계하였다고 하였는데요. 그렇다면 이미 모든 유산을 서둘러 상속받아 처분을 했을 가능성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친아버지의 유산이 이미 모두 상속이 이루어진 상태라면 혼외자식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을까요?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이미 상속재산분할을 마친 상태라면 혼외자식이었던 피인지자는 자신의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상속분가액지급청구소송’이라고 부르는데 인지 판결 이후 3년 내에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기간이 존재하므로 기간을 놓치지 않고 가액지급청구권을 행사하도록 주의할 것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또한 신속히 가집행 등의 보전처분을 통하여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는 일도 실무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혼모의 아이로 자라오며 친아버지의 따뜻한 온정을 느껴보지 못했던 혼외자식이 받은 설움은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친아버지가 남긴 유산도 상속받을 수 없다면 경제적인 이득을 떠나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스스로를 괴롭힐 수 있을 겁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다며 괴로워하던 홍길동처럼 말입니다. 법률상 부자·부녀 관계를 인정받는 일은 그 자체로 엄청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인데요.
혹시 미혼모의 아이로 자라왔으나 뒤늦게 친부의 존재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제라도 혼외자식이라는 설움을 벗어던지고 친아버지로부터 친생자로 인지를 받고 상속을 받고 싶다면 그동안의 이야기를 상속전문변호사와 자세히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인지청구 이후 상속회복청구까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상세한 답변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