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보호재판 반성문 사과문 작성법 청소년 소년재판변호사의 말
소년재판변호사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나는 변호를 준비할 때마다 내 앞에는 수많은 반성문들이 놓인다.
어떤 것은 눈물자국이 번져 글씨가 흐려져 있고, 어떤 것은 너무나 또박또박 정성스럽게 쓰여져 있어서 오히려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가장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그 반성문들 속에서 진짜 '반성'이 아닌 다른 것들을 발견할 때다.
"저는 정말 나쁜 아이가 아닙니다. 그냥 그때 친구가 먼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반성문들을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이들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완전히 나쁜 사람으로 여겨질까 봐 두려워한다. 그래서 반성문 곳곳에 "하지만", "그런데", "사실은"이라는 말들을 끼워 넣는다.
친구가 먼저 놀렸다고, 선생님이 제대로 못 봤다고, 집에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그 모든 설명들 뒤에는 "제발 저를 이해해주세요"라는 절규가 숨어있다. 하지만 재판정에서는 그 변명들이 독이 된다. 판사는 진정한 반성보다는 책임회피로 읽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변호하려던 그 말들이 더 큰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를 나는 너무 많이 봤다.
"다시는 안 하겠습니다"의 공허함 두 번째로 많이 만나는 문장이다.
"다시는 절대 안 하겠습니다. 정말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장 뒤에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면, 그냥 공허한 약속일 뿐이다. 판사들도 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똑같은 말을 하며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는지를. 진짜 변화하고 싶다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말해야 한다.
"게임을 하루에 한 시간만 하기로 부모님과 약속했습니다", "화가 날 때는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일기를 써서 제 감정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노력들이 있어야 진심이 전해진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반성문은 이런 말로 끝났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제 손이 떨리고 있습니다. 제가 한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반성문을 쓴다고 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제가 한 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것도 압니다. 그냥... 정말 무서워서 밤에 잠도 못 자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변명도 하지 않았고, 거창한 다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이 지금 느끼고 있는 무거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 무거움이야말로 진정한 반성의 시작이었다.
어른들이 놓치는 것들은 아이들의 반성문을 볼 때마다, 우리 어른들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우리는 아이들에게 "반성하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어떻게 반성해야 하는지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냥 "잘못했다고 써라", "다시 안 하겠다고 써라"고만 한다.
하지만 진정한 반성은 기계적인 사과가 아니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 깨닫는 것이고, 그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거움을 견디며 조금씩 달라져가는 과정이다.
반성문은 형식적인 문서가 아니라, 한 아이의 마음이 담긴 편지여야 한다. 피해를 입은 친구에게, 실망한 부모님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쓰는 진솔한 편지 말이다. 그 편지에는 변명이 아니라 인정이, 거짓 다짐이 아니라 솔직한 두려움이, 가벼운 약속이 아니라 무거운 결심이 담겨야 한다.
아이들아, 실수가 전부를 규정하지는 않지만 그 실수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너희의 미래를 만들어간다. 반성문을 쓸 때는, 누군가를 속이려 하지 말고, 자신과 마주보길 바란다. 그 마주봄이 아플지도 모르지만, 그 아픔이야말로 너희가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증거가 될 테니까.
소년재판정에서 만나는 모든 아이들이, 진짜 반성을 통해 더 나은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