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이슈를 중심으로.
의대 증원과 관련한 몇 가지 중요한 법적 이슈가 대두되고 있어 관련 법령 등을 토대로 공부하고, 알고 있는 지식을 보태어 몇 가지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다소, 긴 글이 될 수 있어 지루한 면이 있을 수 있고, 미천한 지식에 기반한 글이라 불편한 점 또한 있을 수 있다는 점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이해를 돕고자 법령이 같은 것들은 동일한 색으로 통일하고, 강조체를 사용하였습니다.
환자가 의사 또는 의료기관 (이하'의료인'이라 한다)에게 진료를 의뢰하고, 의료인이 그 요청에 응하여 치료행위를 개시하는 경우에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는 의료계약이 성립한다 (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그대로 해석하자면, 의료인의 의료행위는 환자와의 의료계약이 체결됨과 동시에 이루어지고, 따라서 이미 계약이 체결된 의료행위의 거부 또는 미 이행은 결국 환자와의 계약상 의무 불이행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의료계약의 법적성격에 대해서는 크게 ‘위임계약’과 ‘유상계약’으로 의견이 나뉘고는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만일 아직 의료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환자의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의문으로 남으나, 계약의 원칙을 고려할 때 아직 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서의 법적책임은 물을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본 내용은 이미 의료계약이 체결된 환자를 중심으로 논합니다 (다만, 좀 더 세밀하고 복잡한 헌법상의 권리들과 의료인에 대한 윤리강령 등에 관련된 내용에 대하여는 여기에서 논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것은 사실상 공권력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이하, '응급의료법' )에 의하면, 의료인은 응급환자에 대해 다른 환자보다 우선하여 상담, 구조 및 응급처치를 하고 진료를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하여야 하는데 (제8조 1항). 이때, 의료인이 선의로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한해서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5조의 2, (개정 2011. 3. 8., 2011. 8. 4)].
다만, 응급의료법 제60조(벌칙)에 의하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한 응급의료종사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동법 보칙 제55조 1항의 각호를 위반할 때에는 그 면허 또는 자격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면허 또는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는 한편, 제60조(벌칙) 3항은 각호에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고려할 사항은 응급의료종사자의 범위 및 위 각호 조항에 적용되는 응급의료법 제32조 2항 위반 (비상진료체계 위반), 그리고 응급의료법 제6조 2항 위반의 여부 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의료법에 의하면, 1)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고, 2)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선의 처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제15조, (개정 2016. 12. 20)].
만일 이를 위반할 경우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은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그 시설, 장비등의 전부 또는 일부의 사용을 제한 또는 금지하거나 위반한 사항을 시정하도록 할 수 있으며 [제63조 1항, (개정 2021. 9. 24)-현행, (최종개정 2023. 5. 19. - 시행 2024. 5. 20)].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제89조 (벌칙), (개정 2018. 3. 27, 2019. 8. 27)].
위 제63조 1항은 형사적 처벌규정이 아닌 행정명령에 관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의료법 제15조 위반 여부에 따라 의사들에 대한 형사 처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의사들에 대한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사직 처리된 의사들을 처벌할 수 있는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또한, 이 경우 처벌 대상 또한 모호할 수 있습니다 '의료인'은 의료기관을 비롯해 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조산사, 한의사, 물리치료사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즉, 종합병원의 경우 환자와의 의료계약의 주체는 의료기관인 병원이라 할 것이므로, 직접적인 처벌의 대상을 정하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형사적 처벌문제뿐 아니라 환자가 제기한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 또한 의료기관이 그 손해를 부담할 경우, 의료기관이 개별 의사에게 구상권 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인과관계 등을 고려할 때 상당히 복잡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의료법 제15조의 ‘의료기관 개설자’는 의료기관의 장이라 할 수 있으므로 병원장이 그 책임 주체로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의사들의 사직서 수리를 금지시켰다고 하지만, 사직의 의사(意思)는 그 의사(意思)가 사용자에게 도달되고 1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민법 660조 2항, 3항 : 자세한 내용은 고용노동부 -민원마당 '사직서 효력' 검색참조 )한다는 점에서 사직서 수리금지 효력이 유지될지 또한 의문으로 남습니다.
한편,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의료법 제66조 1항 각호 중 어느 하나를 위반할 경우,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는데, 이 조항에는 문제가 되는 의료법 제15조 (진료거부)에 관한 적용 여부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끝으로 사족을 보충하자면, 작금의 사태에서 의사들의 형사 처벌을 운운하는 것은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비단 의료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민들 그 어느 누구에게도 이로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의료서비스가 당장 절실히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새우등 떠지는 일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나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무엇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지를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부디 원만하고 조속한 해결이 되기만을 기대할 뿐입니다.
의사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화려한 직업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높은 연봉에 번듯한 주택을 소유하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등 그러나 모든 의사들이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죄가 될 수는 없습니다.
호수 위에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는 화려함과 도도함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끊임없는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호수의 차분한 수면 아래에서는 백조가 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쉬지 않고 발을 저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성취와 그 아름다움 뒤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원인과 노력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관련 법조항]
■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 제6조 2항, 제8조 1항, 제32조 2항, 제55조 1항, 제60조.
■ 의료법 제15조, 제63조 1항, 제66조 1항, 제8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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