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관련 상표권 이슈
최근 1~2년 사이에 유명인 관련 상표권 이슈가 연일 보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에게 이와 같은 이슈는 흥미 위주로 소비되고 있을 뿐, ‘상표권’ 관련 법리들과 그 중요성에 관한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글은 최근 이슈가 된 세 가지 사건을 '스타트업 사업가' 입장에서 법률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펭수는 2019년 EBS에서 제작한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의 마스코트 캐릭터입니다. 2019. 9.경 공개된 EBS 육상대회 영상 이후 EBS의 주시청층인 어린이와 학부모뿐만 아니라 일반 성인들에게까지 서서히 팬덤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EBS와는 무관한 제3자들이 ‘펭수’의 이름으로 40여가지의 분야에서 상표출원을 신청하였습니다. EBS는 그보다 늦은 2019. 12. 4. 뒤늦게 상표를 출원하였습니다.
우리 상표법 제34조제1항제9호는 “타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되어 있는 상표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로서 그 타인의 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외 제34조제1항제11호(“수요자들에게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그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할 경우에도 등록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제3자의 상표출원은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다만 위 ‘펭수’ 상표 출원인의 대리인이 ‘펭수’의 유행어인 ‘펭하(펭수 하이)’, ‘펭바(펭수 바이)’에 대해서도 상표출원을 대리하였는바, ‘펭수’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펭하’나 ‘펭바’의 상표등록이 인정될지 여부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펭수’가 악의적 상표선점행위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보도된 이후 최초 상표 출원인의 대리인은 결국 EBS측에 펭수 관련 상표 전부에 대해 무상 양도할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이에 현재는 EBS만이 총 14종이 넘는 분야에서 ‘펭수’, ‘펭하’, ‘펭바’에 대한 상표권을 각 등록받은 상태입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이른바 상표브로커 혹은 상표사냥꾼이라고 불리는 자들로부터 상표를 미리 보호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해줍니다.
실제로 악의적 상표선점행위는 최근 연평균 300여 건이 넘는다는 것이 특허청의 통계인데, 악의적 상표선점행위 의심자들의 출원이 실제 등록까지 간 사례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처럼 악의적으로 상표를 선점하는 행위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므로 스타트업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출시, 판매할 브랜드에 대해서 미리 상표권 출원 등록을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한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설립된 신생 막걸리 업체가 2019년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생산을 앞둔 시점이었던 2020. 1. 23. TV조선 미스터트롯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수 영탁(본명 박영탁)이 ‘막걸리 한 잔'을 부르는 것을 보고 막걸리 이름을 ‘영탁'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5일이 지난 2020. 1. 28. 위 막걸리 업체는 특허청에 ‘영탁’이란 이름으로 주류 등 총 3종의 상품분야에서 상표출원을 신청했습니다. 이후 ‘영탁’막걸리라는 상품이 2020. 5. 13. 본격적으로 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특허청은 이와 같은 상표출원 신청에 대해 상표법 제34조제1항제6호를 근거로 등록을 거절하였습니다. 위 규정은 “저명한 타인의 성명·명칭 등 또는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는 본인의 승낙을 받지 않는 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특허청은 해당 막걸리 업체가 가수 영탁으로부터 상표권 등록에 관한 본인의 승낙을 얻지 못하면 상표등록을 할 수 없다고 공표한 것입니다. 설사 광고모델을 했다 하더라도 이는 영구적인 상표권 등록에 대한 승인이 아니며, 그 기간 동안 상표 사용에 관해 승낙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도 하였습니다.
해당 업체는 위와 같이 거절결정이 이루어진 출원 건 외에도 ‘영탁’ 등을 포함하는 상표출원을 여러 품목에서 다수 신청한 상태이나, 법리상 막걸리 업체가 ‘영탁’이라는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여 독점적, 배타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위 막걸리 업체가 ‘영탁’이라는 상표를 등록받지 않은 채 단순 사용만 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한 스포츠용품 업체가 전 국가대표인 박주봉과의 사이에서 그의 이름 ‘주봉’을 사용해 배드민턴 용품사업 등을 수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해당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업체가 그의 이름 등을 계속 사용하자 박주봉 선수가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법원은 스포츠용품 업체의 행위가 박주봉 선수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결국 판례에 비추어 볼 때 광고계약 종료 후에도 ‘영탁’이라는 상표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권리침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당 막걸리 업체 외에도 2020. 1.~4.경에만 '영탁', '영탁막걸리', '영탁탁주', '영탁주', '영탁주점', '영탁의 막걸리 한잔 ~', '박영탁 막걸리 한잔' 등의 상표가 서로 다른 제3자들에 의해 상표출원신청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당시 주류 등의 분야에서 '영탁'이라는 브랜드를 선점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영탁’ 막걸리 사례는 연예인(유명인)의 이름을 상표로 등록 혹은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 이익은 가져다줄 수 있을지 몰라도 법적으로는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법의 보호 밖에 있는 상표는 결국 논란을 만들 수밖에 없으므로, 스타트업 사업자들의 입장에서는 관련 법을 검토하여 처음부터 문제 될 수 있는 상표를 만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2021. 5.경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가 네일업체에 의해 상표출원된 ‘보라해’를 두고 특허청에 취소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보라해’라는 말은, 2016.경 BTS의 멤버 중 한 명이 만든 것으로 현재는 BTS와 그 팬들 사이에서 “끝까지 믿고 사랑하자.”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특히 BTS와 맥도날드가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형태로 발매한 ‘BTS 세트’ 패키징에도 ‘보라해’라는 단어가 사용될만큼 BTS와 그 팬덤 간에는 하나의 상징적 단어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네일 전문업체가 ‘보라해’라는 이름으로 화장품 관련 상표에 2020. 9. 1.자로 상표출원을 신청하였습니다. 이런 사실이 BTS 팬덤 내에 알려지면서 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앞서 본 ‘영탁’ 브랜드처럼 연예인의 이름 자체를 타인이 출원했다가 문제가 된 경우는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소녀시대’ 건이 그러했는데, 의류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소녀시대’라는 상표 및 서비스표 등록까지 마친 업체가 결국은 ‘소녀시대’라는 상표가 걸그룹 소녀시대와 특수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수요자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인해 대법원에 의해 등록 취소까지 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런데 본 건은 연예인의 이름이 아니라 연예인과 관련된 유행어이므로, 상표법이 과연 이것까지 보호해줄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즉, 앞서 본 상표법 제34조제1항제6호가 저명한 타인의 성명뿐만 아니라 예명, 약칭 등도 보호하고 있지만, 유행어에까지 위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고, 동법 제34조제1항제12호가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대해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하고 있으나, 이 역시 적용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본 이슈는 결국 해당 네일업체가 BTS의 팬들에게 사과하며 ‘보라해’라는 상표출원을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단락되었습니다. 이후 BTS의 소속사인 주식회사 하이브가 2021. 6. 4. 총 10종의 분야에서 ‘보라해 BORAHAE'에 대한 상표출원을 직접 신청하였습니다.
이처럼 ‘보라해’라는 브랜드는 상표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떠나 팬덤 사이에서 소중하게 공유되는 표현을 상업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에 의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상표법은 물론이거니와 이에 준하는 인격적 이익, 소비자의 감정, 시장 상황 또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MISSION 이수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