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자사 운영체제 탑재 강요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 9. 14. 구글이 삼성전자 등 스마트기기 제조업체에게 안드로이드가 아닌 운영체제(OS, Operating System, 이하 ‘OS’라 합니다)를 탑재한 기기를 생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경쟁 OS의 시장진입을 방해하였다는 이유로, 구글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2,07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코리아에 대해 첫 현장 조사를 시작한 후 5년여 만에 내린 결론입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에 대하여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과 그 내용, 그리고 해당 조치가 구글 등 플랫폼 사업자 및 관련 시장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차례대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모바일 OS는 스마트폰에 탑재되어 스마트폰 이용의 핵심이 되는 것으로서, 스마트폰 제조업자, 스마트폰 사용자, 앱 개발자를 상호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구글은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되던 초기부터 “구글은 OS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자신이 만든 안드로이드 OS를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용하고, 변형도 가능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도 공개하였습니다. 이런 전략은 기기 제조업자와 앱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 OS에 매력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였고, 그 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는 출시 초기부터 압도적인 점유율로 OS 시장의 주도권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편 위와 같은 전략 하에서 오픈소스로 공개된 소스코드를 변형한 OS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이른바 ‘포크 OS’라고 부릅니다.
구글은 자신들이 모바일 시장에서 72% 가량의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 2011년부터 경쟁 OS가 될 수 있는 포크 OS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업자들과의 사이에서 ‘파편화 금지 계약’ 체결을 강제하였습니다. 위 계약에 따를 때, 제조업자들은 자신들의 스마트기기에 포크 OS를 탑재할 수 없고, 자신들이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제3자가 포크 OS를 개발하거나 포크 OS를 탑재한 기기를 출시하더라도 해당 기기에서 구동되는 앱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SDK)를 제3자에게 배포할 수 없게 함으로써 결국 포크용 앱마켓이 형성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을 포함하는 스마트기기 모두에 대하여 ‘파편화 금지 계약’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기기 제조업자들이 스마트시계, 스마트티비 등 다른 스마트기기 분야에서도 포크 OS를 탑재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파편화 금지 계약’의 체결 비율은 2019년 전 세계 주요 기기 제조업체를 기준으로 약 87%에 이른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명입니다. 그 결과, 기기 제조업자들은 OS 개발 활동 자체를 할 수 없었고, 기타 포크 OS를 개발한 경쟁업체들은 자신의 OS를 탑재해 줄 스마트기기 제조업자들을 찾을 수 없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2019년 현재는 모바일 분야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OS의 점유율이 97%에 이르게 된 상황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같은 구글의 ‘파편화 금지 계약’ 체결 등의 행위를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사업활동방해) 및 제5호(경쟁사업자 배제), 동법 제23조 제1항 제4호(거래상지위남용) 및 제5호(구속조건부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과징금 외에도 구글로 하여금 문제되는 기기 제조업자들에게 기존과 같은 내용의 ‘파편화 금지 계약’ 체결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그 내용을 시정명령 취지에 맞게 수정할 것을 명령하였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조치는 스마트폰을 필두로 하는 스마트기기 분야에서 OS에 관한 경쟁압력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시장 선점 플랫폼사업자가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행하는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집행을 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구글과 관련해서는 이번 조치 외에도 앱마켓 경쟁 제한 건 등 총 3개의 사건에 대한 조사 및 심의가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황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당분간 구글 등 거대 온라인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