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를 출원⋅등록할 때에는 상품 또는 서비스업 분류체계에 따라 상품류와 지정상품 등을 정해야 합니다. 더 많은 상품류와 지정상품을 선택하면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서 좋겠지만, 동시에 상표 등록료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장래에 사업 영위가 불확실한 상품류와 지정상품까지도 모두 기재하여 상표를 등록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보니 미처 지정상품으로 등록하지 못한 상품과 관련해서 상표권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요. 이때 상대방의 상표가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임을 주장하여 방어한 사례를 살펴보려 합니다.
주식회사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는 아이돌그룹 소녀시대를 데뷔시키면서 ‘소녀시대’를 음반이나 음원과 연계된 ‘가수공연업, 음악공연업, 방송출연업, 광고모델업’ 등에 상표 및 서비스표로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상대방은 에스엠이 지정상품으로 등록하지 않은 의류나 완구류, 냉동식품류 그리고 네일아트업 또는 미용실업 등에 ‘소녀시대’를 상표 및 서비스표 등록했습니다. 이에 에스엠은 상대방의 서비스표가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1호, 즉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라며 등록 무효를 주장했습니다.
상대방의 상표가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려면, 내가 먼저 사용하고 있던 상표(선사용상표)가 수요자에게 곧 특정인의 상표나 상품이라고 인식될 수 있을 정도로 알려져 있어야 하며, 상대방의 상표가 반드시 선사용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사용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된 경우에 못지않을 정도로 수요자에게 오인⋅혼동을 일으키는 경우여야 합니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후3268 판결 참조).
이에 대하여 특허법원은 ‘소녀시대’가 가수 공연업, 음악 공연업, 방송 출연업 등에서 에스엠의 상품 또는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식별표지로서 인식되기는 하나, ‘소녀시대’라는 서비스표가 주지⋅저명한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에스엠의 상품 또는 서비스업과 유사하지 않은 의류, 완구류 등 상품 또는 네일아트업에 대하여 상대방이 상표를 사용한다고 해서 수요자의 오인⋅혼동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에스엠은 소녀시대가 여러 상품의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으므로 상대방이 의류, 완구류 등에 ‘소녀시대’ 명칭을 사용하면 수요자들이 해당 상품이 에스엠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자에 의해 제공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광고모델이 그 광고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고, 이는 수요자들도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며 에스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특허법원 2013. 5. 3. 선고 2012허8225 판결 참조).
그러나 에스엠의 상고로 이어진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소녀시대가 수차례 각종 음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였고, 골든디스크나 대한민국연예예술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고 다양한 상품의 광고모델로 활동한 점을 들어 통상의 연예활동에서 예상되는 것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특허법원과는 달리 ‘소녀시대’라는 서비스표가 일반공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저명성을 획득하였고, 따라서 해당 서비스표가 가수 공연업이나 방송 출연업이 아닌 의류나 완구류 등에 사용되더라도 일반 수요자들에게 해당 상품이 에스엠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에 의해 제공되는 것으로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바, 상대방의 서비스표는 등록 무효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후1207 판결 참조).
상표권자로서는 내가 사용하지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도 전부 상표를 등록하기는 어려우므로, 내 상표가 일반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표나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갖췄다면, 이처럼 상대방의 상표가 일반 수요자들에게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이유로 등록 무효를 주장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