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업들의 플립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대한민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진출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미국 플립을 고려한다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플립은 본사를 미국으로 바꾸는 걸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에서 이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법인이 해외 진출을 위해 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그 외국법인이 기존의 한국법인을 자회사의 형태로 지배하도록 지배구조를 전환하거나 아예 미국 법인만을 남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글에서는 모자회사로 지배하는 형태만을 고려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플립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 VC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함입니다. 당연하지만 VC들은 투자할 때 또는 투자금을 회수할 때 리스크가 생기는 것을 싫어합니다. 한국 상법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VC들이 한국 기업에 투자할 때 부담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고 그러한 투자에 있어서의 Friction을 줄이기 위해 Flip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이에서 더 나아가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플립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번째로 인재 유치의 측면에서 플립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VC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유능한 인재들은 미국회사에서 일하고 싶을 것이고, 한국 상법이나 한국 회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스톡옵션이나 주식을 받을 때 리스크를 지고 싶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미국 현지 고객이나 현지의 거래처들과의 계약에 있어서 미국 법인이 존재한다면 신속한 계약 처리 및 송금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Flip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점이 플립을 해야만 해외진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데요, 사실그렇지는 않습니다. 해외에 법인이 없다고 하더라도 현지에 외국법인으로 등록해서 현지 고객들과 계약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Flip이 아니라 자회사만 설립하더라도 그러한 목적은 충분히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플립을 하는 진짜 이유는 투자금 유치와 인재 유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플립의 방식은 주식교환, 주식매수, 삼각합병 등의 다양한 방식이 있으나, 지금까지는 대부분 주식교환의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주식교환의 방식은, 국내 법인 기존 주주들이 가진 국내 법인 주식을 해외 법인에 현물출자하여 미국회사 주식으로 교환하여 미국회사의 주주가 되고, 미국회사는 한국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모회사가 되어 한국회사를 자회사로 지배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을 취할 경우 실제 현금이 왔다 갔다 하지 않고 주식끼리만 교환되기 때문에 더 간편한 면이 있고 기존이 한국법인도 주주만 바뀔 뿐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간편한 면이 있습니다.
주식매수 방식은 미국 법인이 국내 법인의 주주로부터 주식을 전부 매수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주식 ”교환”계약이 아니라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되며, 실제 현금이 국내 법인의 주주들에게 지급됩니다.
삼각합병은 잘 이용되는 방식은 아니나, 미국법인을 설립한 후 미국법인이 다시 국내 자회사를 신설하고 그 신설 자회사와 기존 국내 회사가 합병하면서 미국법인의 주식을 기존 국내 회사의 주주들에게 부여하는 방법입니다.
일단 플립의 방식 중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되어 온 주식교환 방식을 기준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각 단계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단계별로 말씀드리자면, ① 한국법인 주주 동의 ② 한국법인 가치평가 ③ 미국법인설립 ④ 주식교환계약서(주식매매계약서) ⑤ 외국환거래신고 ⑥ 기타 절차로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주식을 100% 보유하는 구조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주주 전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 단계는 법적인 어려움이라기 보다 사실상의 어려움인데, 주주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이나 정부자금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VC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꽤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주주가 주식을 매도하면 그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납부하여야 하는데, 우리 세법의 해석상 Flip이 이루어지면 한국 법인 주주들이 일종의 “처분”을 하는 것으로 보아 양도소득세가 부과됩니다(한편, 이하에서 다시 설명드리겠지만 외국환신고와 관련하여서도 한국법인 가치평가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유의하실 점은 VC의 투자를 받을 당시의 “Valuation”과 법인의 세법상 가치평가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회사가 보유한 자산이나 매출 등을 고려하여 평가가 되는데 투자 유치시 Valuation보다는 당연히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미국에서 Flip으로 인한 세금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새롭게 모회사가 될 미국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법인 설립 절차와 다르지 않으며, 대부분의 회사는 델라웨어주에 법인을 설립하며 3~4주 급행 비용을 지불할 경우 1~2일이면 설립될 수 있습니다. 델라웨어주에 법인을 설립하는 이유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법인의 주주가 미국법인으로부터 주식을 받으면서 체결하는 계약서가 주식교환계약서(Stock Exchange Agreement)입니다. 미국 VC업계에서 사용되는 계약서 형태로 체결되는데 교환되는 주식수, 주주의 권리 등이 포함되어야 하고, 한국 투자계약서와 형식과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외국환 거래법은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증권을 취득하는 거래를 원칙적으로 사전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Flip과 관련하여서는 한국법인의 주주가 미국법인 주식을 취득하는 것에 대한 신고, 미국법인이 한국법인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에 대한 신고,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은 지급/수령에 대한 신고(주식교환의 경우 현금이 오가지 않기 때문입니다)가 각각 필요합니다. 외국환 신고가 다소 복잡하기 때문에 한국의 법무법인은 외국환 신고에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환 거래 신고는 거래 규모나 지분 취득 비율에 따라서 절차가 다른데, 각 주주가 해당되는 사항에 따라 한국은행과 외국환 은행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미국법인의 주식 증명서(Stock Certificate)을 한국 법인 주주들에게 제공하고, IP 등의 무형자산을 미국법인으로 옮기는 경우 소유권 이전 절차를 거쳐야 하며, 미국법인의 셋업과 관련하여 고용주 식별변호(EIN)발급/사업 영위에 필요한 인허가/미국계좌 오픈 등의 절차가 있습니다.
플립의 장애물 중 가장 현실적으로 어려운 장애물은 기존 주주의 동의입니다. 앞서 설명 드렸듯 기관투자자들이나 정부자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VC들은 Flip에 대한 동의를 얻기가 현실적으로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이는 법적인 문제라기 보다 사실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잘 설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기존 투자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던 주주의 권리가 주식교환계약에서는 그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변형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의사소통 과정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Flip을 하면 일종의 주식 처분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는데,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될 경우에는 파운더들이나 초기투자자들이 많은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비용 문제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Flip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은 한국 법무법인 비용, 미국 법무법인 비용, 회계법인 가치평가 비용 등이 있습니다. 변호사나 회계사는 시간당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Flip의 난이도에 따라 비용이 많이 들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먼저 플립을 고려하시는 분들은 해외 진출의 꿈을 꾸고 계신 분들이라 생각하고 그 꿈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저도 똑같은 꿈을 꾸고 있기에 더 마음이 갑니다.
그 마음을 전제로 조언을 드리고 싶은 부분은, 플립을 하시는 이유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시라는 점입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플립을 하는 이유는 결국 투자유치 및 인재유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미국에 Flip을 한다고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는 자본과 인재가 풍부하지만, 우리 회사가 이를 유치할 정도의 단단한 계확과 각오를 가지고 계신지 반드시 스스로에게 질문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 고민 끝에 Flip을 결정하셨다면 회사의 몸집이 가볍고 주주나 임직원 관계가 복잡하지 않을 때 신속하게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앞서 설명 드렸듯 Flip은 주주 등과의 관계가 복잡할 경우 사실상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법인의 기업가치평가가 최대한 낮아야 양도소득세를 적게 부담합니다(예를 들어 투자금을 유치한 직후는 Flip하기에 좋은 시점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늘은 플립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이것보다 거의 3배 정도 되는 내용을 설명 드려야 하는데, 최대한 이해하시기 쉽게 적어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