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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무법인 미션 Jan 26. 2022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에 관하여


1. 들어가며


지난 2021. 12. 2.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국회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우리 상법상 중대한 원칙인 1주 1의결권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복수의결권주식을 인정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입니다. 위 개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는 건 법제처의 자구심사와 본회의 의결만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고, 사실상 위 개정안이 법으로 공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복수의결권주식(Multiple voting shares)은 1개의 주식에 2개 이상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말하며, 차등의결권 주식(Dual-class shares)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이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에 관하여 적어보려 합니다.




2. 1주 1의결권 원칙과 차등의결권



우리 현행 상법은 주주의 주식 1주당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을 1개로 정하는 중대한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상법 제369조 제1항). 이에 따르면 1주가 1개를 초과하는 의결권을 가지는 것은 원칙적으로 상법상 강행규정 위반입니다. 2011년 상법의 개정을 통해 특정한 종류주식을 발행하면서 의결권이 없거나 특정 안건별로 제한된 종류주식을 발행하는 등 다양한 종류주식의 발행이 가능해졌지만, 그 반대로 1주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것은 금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1주 1의결권 원칙에 대해 예외로서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에서야 제기된 주장이 아니며 우리나라에서도 꽤 오랫동안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차등의결권 제도의 도입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학설 및 실무에서 첨예하게 대립되어 왔고, 국회에서도 무려 5개의 법률안이 상정되어 있었으며 1년이 넘는 긴 논의 끝에 논의 끝에 위 5개의 법률안을 대안 폐기하는 대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1개의 대안을 본회의에 회부하기로 결정된 것입니다.




3. 개정안의 주요 내용


위와 같이 긴 논의 끝에 이루어진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의안 문구 그대로 가져온 바에 따르면 개정안의 목적은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외부로부터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자신의 지분이 희석되는 경우 창업주의 경영권이 불안해지면 창업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며,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30% 미만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등의 경우에는 1주마다 복수의 의결권이 있는 복수의결권주식을 창업주에게 발행할 수 있게 합니다.


구체적으로 존속기간을 10년의 범위로 하여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총회결의로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고, 이때 복수의결권주식의 의결권 수는 1주마다 1개 초과 10개 이하의 범위에서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며, 복수의결권주식은 창업주에게만 발행할 수 있고 ‘창업주’의 정의도 법으로 구체적으로 정해 놓았습니다.



두번째, 복수의결권주식 권한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창업주가 복수의결권주식을 상속 또는 양도하거나 이사의 직을 상실하는 경우 등에는 복수의결권주식이 보통주식으로 전환되도록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창업가 개인만이 복수의결권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 하고, 부당한 경영권 승계 등의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지요.


또한, 개정법에서는 벤처기업이 증권시장에 상장된 경우에도 보통주식으로 전환되게끔 규정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와는 별개로, ‘상장회사가 차등의결권을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는 현재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IPO 과정에서는 차등의결권을 인정하지만, 일단 상장을 하고 난 이후에는 차등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새로 발행할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개정법은 상장시 복수의결권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함으로써 아예 처음부터 논란의 여지를 없앤 것이지요.



세번째, 마찬가지로 복수의결권주식 권한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복수의결권주식의 존속기간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 이사의 보수,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감면, 감사의 선임 및 해임, 이익배당에 관한 사항 등의 사항에 관하여는 복수의결권주식도 1주마다 1개의 의결권만 가지도록 의결권의 행사가 제한됩니다. 지배주주가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어장치지요.



네번째, 허위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발행보고와 공시 등의 의무를 위반한 자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이 또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복수의결권주식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4. 나가며



오늘은 최근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차등의결권 제도에 대한 찬반 논의와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임은 부정할 수 없고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도 다른 방법으로 창업가들의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차등의결권 제도가 우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실제로 차등의결권 제도가 기업가치를 높이거나 줄인다는 연구는 각 연구마다 매우 다른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타트업 창업가의 경영권을 외부 자본의 잠식으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을 고려할 때, 적어도 회사가 차등의결권 제도를 선택할 가능성 자체를 전혀 열어두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는 이번 개정안은 환영할 만합니다. 다만 법이 제정되고 공포된다고 끝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차등의결권제도를 제도적으로 일단 받아들이되, 그 제도를 창업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를 확장하거나 축소하여 남용될 여지를 줄여가고, 각 회사의 상황에 맞는 제도를 유연하게 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더 나은 창업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겠지요.



차등의결권 제도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창업가들과 투자자들의 몫이며, 생태계 속에서 어떻게 제도의 단점을 보완해 나갈 것인지는 저희 같은 법률가들의 역할이 될 겁니다.



MISSION 장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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