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레몬 : 초보의 용기


2012년 1월 3일부터 7일까지, 제1회 변호사시험.
4박 5일의 시험이 끝났지만 나는 집으로 가지 못하고 다시 학교가 있는 익산으로 향했다.

3년간의 공부와 4박 5일 동안 휘몰아친 시험이 끝난 날,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가 마음껏 먹고 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채 나는 시험장이었던 고려대학교에서 곧바로 서울역으로 향했다. 일주일 뒤 예정된 재판연구원 시험에 남은 나의 운과 시간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편 접수 기간을 놓쳐 재판연구원 지원서를 직접 서울에 가져가 접수해야 했던 일, 나를 대신해 엄마가 그 서류를 접수하기 위해 익산으로 내려오셨던 일, 그리고 엄마가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서울로 가던 중 대리 접수에 필요한 서류가 빠진 것을 발견하고 중간 정류장에서 내려 다시 익산으로 돌아오셨던 일이 떠올랐다.

부주의한 나 때문에 엄마는 고속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으셔야 했지만, 아무 말씀 없이 다시 서류를 받아 들고 또다시 서울로 향하셨다.

왜 이렇게 부주의하냐고 잔소리를 하던 아빠와 달리, 엄마는 끝내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변호사시험이 끝났다고 해서 쉬어버리면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익산에 내려온 그날, 나는 다시 수험서를 펼쳤다.
나에게 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재판연구원 선발 필기시험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남은 면접시험.
질문 하나하나에 내 모든 지식과 생각을 담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마지막 질문은 내가 시험장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손에 들고 있던 최신 판례에 관한 것이었다.

질문을 듣는 순간 너무 반가웠다. 답을 까먹기 전에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재빨리 답변을 마쳤다. 그러자 시험관이 어떻게 그 답을 알았느냐고 물었다.

시험 직전에 판례를 봤다고 말해도 괜찮을까.
법률적으로 사고한 답이 아니라 암기한 대답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나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험장에 들어오기 직전에 최신 판례집을 읽어서 그 사안의 결론을 알고 있었습니다.”

시험관들은 지난주에 발간된 최신 판례까지 보았느냐며 웃었고, 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어 이런 질문을 받았다.
“그동안 재판연구원 없이도 판결을 작성해 왔는데, 재판연구원으로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법학을 공부한 지 고작 3년이 된 초보 법률가에게 이 질문은 늘 따라다녔다.
법리 이해나 법률 해석은 분명 법관들의 경험과 능력이 더 뛰어난 영역이다. 그렇다면 초보 법률가의 강점은 무엇일까.



내가 찾은 답은 ‘용기’였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고, 왜라고 질문할 수 있는 용기.

초보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을 묻는 데 부담이 적었다. 그리고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종종, 서로가 당연하게 숨기고 있던 중요한 전제이거나 핵심 사실인 경우가 많았다.

경력이 쌓일수록 “이게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라는 말은 점점 하기 어려워진다. 경력자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질문을 하면, 그것은 쉽게 무지나 몰이해로 오해받기 때문이다.


나는 “기록 속에 답이 있다”는 지도교수님의 말씀과 함께, 이해되지 않는 지점에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머물며 이해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질문을 멈추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을 묻는다는 이 단순한 태도가, 법학을 전공하지 않고 3년 만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내가 재판연구원으로 자리를 잡고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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