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법은 조변 Mar 05. 2024

세심한 학교, 대단한 학원, 게으른 학원을 모두 하루에

모두 하루에 겪었습니다. 그것도 모두 개강하는 날! 그 단상을 남깁니다.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어제 브런치에는 "입학식", "개강" 등을 주제로 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저도 어제 제 아들의 "입학식"과 "개강"을 총 3회 경험하였습니다.


꼼꼼한 학교, 대단한 학원, 게으른 학원을 경험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단상을 남깁니다.


[1] 초등학교는 매우 세심했습니다.


오전 10시에 제 아들의 입학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전 8시가 되자, "학교종이" 앱을 통해 아들의 담임 섬생님이 스스로를 소개하는 알림이 왔습니다.


학부모님만큼 담임선생님도 아이들의 입학식이 기다려지고, 어서 만나서 인사 나누고 싶다는 그 한마디에 눈길이 갔습니다. 사실 입학 이전부터 귀찮을 정도로 "학교종이"앱을 통하여 수많은 안내사항과 공지사항을 보내준 덕분에 아들의 입학식과 아들의 초등학교 첫날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대강당에서 입학식이 끝나고 아이들은 각 반으로 이동하자, 그 자리에서 학부모를 위한 교육과정 설명회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는 어린이집, 유치원과 무엇이 다른지, 초등학생의 부모는 무엇을 더 신경 써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스스로 하는 학생"

학부모를 위한 설명회의 핵심은 "스스로 하는 초등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도 학부모도 함께 노력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디테일한 일주일 시간표에 대한 설명도 있었지만,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명확했습니다. 그리고 세심하게 준비하는 모습에서 초등학교 선생님과 운영진에게 신뢰감이 생겼습니다. 제가 30여 년 전에 경험했던 그 국민학교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에 조금 놀라기도 했습니다. '공교육'이 '사교육' 못지않다는 기대와 신뢰가 생기는 시간이었습니다.  


[2] 태권도학원은 참 대단했습니다.


제 아들도 지난달부터 아파트 상가에 있는 태권도학원에서 태권도와 줄넘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젊은 관장님들이 열정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라 항상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약 3주 전 토요일에는 태권도학원에서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 등교 예비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태권도학원에 다니는 친구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까지 모두 모아서 자기소개를 하고 초등학교 등하교 동선을 직접 걸어갔다 오면서 익혔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끼리 익숙해지고 조금씩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입학식이 있었던 어제 아침에도 문자가 왔습니다. 태권도학원에서 씩씩하고 건강하게 배우고 수련했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도 잘할 것이라는 "부모"를 격려하는 문자가 왔습니다. 그리고 입학식 가는 길에 만나자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정문에서 다시 관장님과 사범님을 만났습니다. 아들의 사진과 이름이 부착되어 있는 학용품 세트를 받았습니다. 그들의 열정에 놀랐습니다. 학원생 모두를 위하여 학용품 세트를 직접 챙겨서 입학식 가는 길에 만나는 그들의 노력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믿고 맡길만하다"

경영학을 전공한 제 입장에서 어쩌면 "뻔히" 보이는 마케팅 전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아들을 챙겨주고 입학식 당일의 학부모를 격려하는 그들의 노력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사실 금전 가치로 따지만 얼마 하지 않는 학용품 세트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고객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하고 챙겨주는 그 노력이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3] 영어학원은 참 게을렀습니다.


아들의 친구들과 함께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로 셔틀버스를 지원해 준다는 말을 믿고 등록을 했습니다. 그러나 개강 직전에 셔틀버스 운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가 그렇게 빙빙 돌아가지 않는다고 제가 직접 차를 운행한 블랙박스 영상도 학원 측에 제공하였지만, 이미 노선이 확정되어 변경이 어렵다는 얘기만 반복하여 들었습니다. 약속을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약속에 가장 민감한 변호사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개강 첫날, 아들을 차에 태우고 영어학원으로 갔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식과 같은 특별한 행사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수업을 충분히 준비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교실 안내는 열악했고, 담임 선생님 안내는 없었으며, 셔틀버스 비용 환불은 즉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원어민 선생님의 배정이 확정되지 않아 임시로 다른 반 선생님이 이번 주를 담당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한국인 담임 선생님의 배정도 제가 물어보자 그 때야 가르쳐주었습니다. 묻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셔틀버스 운행이 어렵다는 통보는 했지만, 셔틀버스 비용 환불 절차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셔틀버스 비용 환불을 요청하지만 내부 보고를 이유로 보류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원장님과 다시 논의를 한 후에야 현장에서 셔틀버스 비용 환불이 이루어졌습니다.


"이건 어메리컨 스타일이 아닌것 같은데..."

고객이라 "갑"이 되어 "갑질"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학원이 "갑"이 되어 "갑질"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영미문화를 공유하는, 최고의 학원이라고 홍보하지만, 개강 첫날의 그 "시장통"같은 분위기, 뛰어다니는 선생님, 어디로 갈지 몰라 방황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눈높이를 맞추려는 학교.

부모까지 격려하는 학원.

준비가 되지 않은 학원.


최근 제가 쓴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civil-law


좋은 노래 모음글 [조변명곡]을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lawschool/79


조변살림 + 조변육아에 관한 글도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jbs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