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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Mar 14. 2024

[법학논문작성법] 제1장을 읽고 느낀 점

(박사는 내 운명) 1-1. 학위논문을 위하여 준비해야 할 점을 배우다.

제가 모교 대학원 법학과에 박사과정으로 입학하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박사학위를 받기 위한 과정을 기록하고자 이 매거진에 글을 남깁니다.  


[박사는 내 운명] '법학논문작성법' 제1장을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합니다.  


이미지 출처: YES24


법학논문작성법(제3판)

홍영기 교수 지음, 박영사 출판


1-1. 이 책의 대상


학문을 하는 한다는 것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것이다. 

질문과 대답 없이 그저 학위를 준비하는 일에 그친다면, 자료를 찾고 번역하고 타자 치는 작업만 이어지니 재미가 있을 수 없다.

박사학위 논문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연구자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는 독창적인 물음을 제기해야만 한다. 정리하고 비판된 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식을 반드시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많은 논문 작성자들이 실수로 또는 부당하게 논문을 잘못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을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법학은 인간의 삶을 직접 취급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머리가 비상한 타고난 천재보다는, 시간을 길게 잡고서 권리와 의무를 둘러싼 문제들에 깊이 천착하는 학자를 조금 더 선호해 왔다.

박사학위논문의 경우, 연구자의 학문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과정이기 때문에, 개성 또는 능력에 따라 작업 기간은 크게 달라지지만, 적어도 제출 일 년 전 즈음에 겨우 테마를 정한 경우라면, 그 계획으로부터 생산된 글을 박사학위논문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변호사인 직장 동료가 이 책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제가 모교 대학원에 박사과정으로 진학을 한다고 하니, 저보다 먼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그가 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해 준 책입니다.


사실, 소개를 받고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한참 후에 들었습니다. 개강을 하고 세 과목의 행정법 강의를 듣고 나니 비로소 대학원생이 되었고, 박사과정에 있으며, 학문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로스쿨 도서관에서 새로 부여받은 학번으로 제일 먼저 이 책을 빌렸습니다. 변호사 실무를 하면서 많은 글을 썼고, 공무원을 하면서 많은 보고서를 썼지만, 학문적인 논문을 쓴 적은 없었습니다. 학술지에 투고할 소논문도 써야 하고, 200페이지가 넘는 박사학위 논문도 써야 합니다. 막막한 마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1-1. 이 책의 대상" 부분은 저에게 회초리와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변호사 실무를 하면서 고민스러웠던 점을 모아서 대~충 쓰다 보면 학위논문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안일하게 생각했던 저에게 정신을 차리게 해 준 챕터입니다.


아직 세상에 없는 질문과 세상에 없는 답을 찾는 과정의 기록을 자세히 남기는 것이 학위논문이라는 생각은 참 당연하지만, 실무를 한 변호사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떠한 지름길도 요행수도 없다는 말에 동의하고 공감합니다. 상당히 고통스럽고 어렵겠지만, 바르게 공부하고 우직하게 연구하면 "논문"이라는 결과라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이 어렴풋하게 생겼습니다.


1-2. 분야 정하기


■ '분야'란, 특정한 속성을 공유하는 제도들과 개념들이 취급되는 부분으로서 어느 연구자가 전문적으로 관심을 두고 공부하는 영역을 말한다.  

논문테마를 받은 학생들은 대학원에서 웃지만 졸업하면 울게 될 수 있고, 논문테마를 자기 자신이 정해야 하는 학생들은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더 고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졸업 후 다른 논문 쓰기는 더 쉬워진다.

전문분야를 정하는 것은 배우자를 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끌리는 외모는 첫눈에 보이지만, 평생 함께하고 싶은 성격은 좀 더 만나봐야만 안다.


 "논문은 논문으로부터 나온다."

일단 해당 분야의 논문을 찾았는데 많지 않으면 전부 읽어보고, 개수가 많으면 그 가운데 몇 개만이라도 우선 읽어본다.

지도교수의 논문이 있다면 당연히 최우선 순위이다.


'연구 분야'를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어디까지 연구되어 있고,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지를 알아야 그 분야로 연구를 할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아직은 그러한 상태에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후보군 리스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연구를 처음 하는 입장에서는 참 쉽게 느껴지다가도 참 어렵게 느껴지는 지점입니다. 학부 전공이었던 경영학, 회계학, 재무학 등과 연계되는 분야, 제 직장에서 실무적으로 깊이 공부하였던 보건의료산업 분야와 공공기관 분야 그리고 법제업무로 대표되는 입법분야와 집행분야가 상대적으로 익숙하지만,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연구 분야를 정해도 되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결국 공부를 더하고 고민을 더하면서 조금씩 날카로운 질문과 의문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날카로운 질문과 의문이 많이 쌓이고 끝까지 남아있는 분야가 학위논문을 위한 연구 분야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1-3. 테마 정하기


학위논문에서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다.

논문작성자는 늘 겸손해야 한다. 교만하게 연구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능력만큼만 하면 된다.

좁은 테마로 글을 쓰면 논문의 분량이 충분히 안 나올 것 같다는 걱정이 있을 수가 있다. 그렇지만 주제가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뜻이, '논문에는 꼭 그 이야기만 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논문의 테마가 곧바로 논문제목이 될 필요는 없다.

논문 겉표지의 제목을 조금 폭넓게 쓰거나 다소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허용된다.

논문의 핵심이 어떤 구체적인 대상을 향하고 있는지가 중요하고, 제목이 그 내용의 폭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은 그보다 덜 중요하다.  


이 챕터를 읽으면서 조금은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의문을 갖는다는 점에서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문제가 해결될 때의 안도감이 아니라, 나 혼자의 걱정이 아니었다는 안도감에 불과하긴 합니다. 그러나 먼저 걸어간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안함은 조금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좁은 테마'를 잡더라도 넓게 쓸 수 있고 또 그렇게 써야 한다는 저자의 견해는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연구자에게 큰 희망이 됩니다. 날카로운 쟁점을 뽑아낼 수 있다면, 그 쟁점의 배경과 관련 법리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하고 관련 연구도 충분히 다루어서, 학위논문 내에서 완결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견해를 믿고 저 또한 한 발짝씩 나아가보려 합니다.


1-4. 연구의 방법


어설프게 애매한 아이디어를 발명하느니, 기존 문헌을 충분히 이해하고 분석한 내용을 차근차근 써내는 것이 훨씬 낫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자료를 모으고 독서하여 분석하는 방법도 충분히 좋다고 하였다.

그럴 때에는 기존의 문헌에서 손쉽게 얻어지는 정보 이외에 다른 방법을 취하여 새로운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실무가가 구체적인 테마와 가깝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반복하여 묻고 답을 생각해 가는 '학문의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다.  

그 가운데에서 이론적인 배경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고, 더 의미 있는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실무가의 논문이라고 해서 긴 내용의 판례를 판시이유의 문장까지 그대로 옮겨서 나열하여 분량을 채운 후, 외국의 입법례와 판례를 간단히 추가하고 그에 몇 마디 논평을 더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그것이 가벼운 결과물이라는 것은 심사위원이 지적하기 앞서 작성자 본인이 알고 있다.

  

짧은 글이었지만, 좌절과 희망을 모두 겪었습니다. 변호사 실무를 하면서 특정한 분야에서 특정한 법적인 문제를 고민한 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그 법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로 학위논문을 쓰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법적인 문제의식이 정말로 "법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정책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현실적인 문제"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연구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개인적인 지식과 경험을 뽐내고 싶은 테마, 나 혼자 잘 알고 있어서 짧은 시간 내에 학위논문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테마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테마만으로 학위 논문의 전체 분량을 채울 수 없습니다. 탄탄한 "이론적인 토대"에 대한 조망, 정리, 분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1-5. 참고문헌의 활용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문헌조차 전부 수집하여 분석하지 않고서 학위논문을 쓰려하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계획이다.

아무런 대책이 없는 단계라면, 우선 많은 테마가 보편적으로 서술되어 있는 교과서 등 기본서를 먼저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곳의 각주 등에서 언급하거나 인용하고 있는 자료들은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모든 연구자가 참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찾아본 문헌을 검토하면서 또 거기의 각주에 소개된 인용자료들을 다시 수집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계속 진행하다 보면 테마와 관련된 여러 자료를 만나게 된다.


참고문헌이 글을 써주지는 않는다.

문헌의 기능을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참고문헌은 그야말로 '참고'로 삼을 자료에 그친다.

학문은 읽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과정이다. 이때, 참고문헌은 물음을 발견하기 위한, 그리고 대답을 찾기 위한 보조수단에 불과하다.

어떠한 생각이든 좋으니, 일단 자기 생각을 글로 옮겨 높고 보자.

자기 생각만을 이어서 논문을 쓰려는 계획은 허황된 것이며 실현불가능한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일 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다.  


박사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내 관련 문헌은 모두 읽어보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지 않고 쓴 학위논문은 학위논문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단호하게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상당히 번거롭고 귀찮기도 한 일이겠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학위논문을 쓴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생각입니다.


참고문헌은 연구자에게 기쁨을 주면서 동시에 슬픔을 주는 존재라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문헌이 많으면 읽는 부담이 생길 것이고, 참고문헌이 적다면 공부할 자료가 적어서 불안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참고문헌의 범위를 넓히기도 하고 때로는 좁히기도 하면서, 연구자 스스로 연구할 범위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1-6. 정리와 기록


■ 논문작성을 위해 정리하고 기록해야 할 대상은 (1) 테마와 아이디어, (2) 수집한 문헌 목록, (3) 문헌을 통해 읽은 내용과 깨달은 것이다.  

위 세 가지를 한꺼번에 기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세 개의 파일로 나누면 된다.

암기한 정보는 나이가 들어 잊히더라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둔 정보가 있다면 여전히 우리는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리를 하고 기록해야만 한다.


■ (1) 테마와 아이디어

책이나 논문을 읽을 때에 궁금한 점이 생기게 마련이고, 다른 매체를 접하면서 연구할 내용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럴 때 바로 컴퓨터 파일을 열어 그 생각을 그대로 써놓기만 하면 된다.

확실한 논문감일 필요도 없다. 막연히 '테마가 되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느낌만 있어도 일단은 기록을 해놓는 것이 좋다.


■ (2) 수집한 문헌 목록

효율성을 높이려면 확보해 둔 자료가 무엇이며, 어떤 분야게 관련되는지, 그리고 어디에 보관 중인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일련번호 / 저자 / 문헌제목 / 출처 / 보관장소 / 해당분야로 구분하여 정리를 한다.

모아둔 문헌이 별로 없을 때부터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나중에 많아진 다음에는 목록을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에, 정리가 꼭 필요하게 되어도 포기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 (3) 문헌을 통해 공부한 내용

밑줄을 긋고, 표시를 하는 것은 취향문제이고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다. 필요한 것은 '문헌을 읽으면 기록을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기록 내용은 논문을 비롯한 모든 글을 쓰는 데에 매우 소중한 자료이다.

학위논문 주제와 관련된 문헌을 많이 읽어서 위와 같이 정리를 해두었다면 작업은 아주 편해진다.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생각하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고유한 사고의 틀을 갖추어가는 것이다. 여기서 자료와 정보는 그 생각을 갖추기 위한 준비에 필요한, 또는 그렇게 갖추어 놓은 도구에 집어넣는 재료일 뿐이다.


드디어 "학위논문 작성 실무"의 영역으로 조금씩 들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정리하고 기록할 대상을 너무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점, 정리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연구자 초기 단계에 잘 정립해 둘 필요가 있다는 점, 그렇게 정리하고 기록해 둔 자료가 논문을 작성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1장을 읽기 전까지는 "학위논문 작성"을 위하여 준비해야 하는 사항에 대하여 깊이 고민한 적이 없었습니다. 변호사 실무를 하면서 흥미를 가지거나 비판적인 관점을 가졌던 법리적 쟁점에 대하여 '적당히 찾아보고, 적당히 고민하여, 적당한 분량으로 학위논문을 작성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제1장의 내용을 읽으면서, "학위논문"을 작성하기 위하여 평소에 어떠한 준비를 하여야 하는가에 대하여 개념적인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분야와 테마를 정하고, 참고문헌을 읽으며,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고 기록을 남기는 태도를 갖추는 과정이 오래 걸리겠지만, 그러한 태도를 잘 갖추어 두면 이후 학위논문을 작성하는 단계가 훨씬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라는 약간의 희망도 가져봅니다.


만만치 않겠지만, 지레 겁먹고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찾아서 읽고 공부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부터 하면서 연구 대상 후보를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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