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법은 조변 Mar 25. 2024

친구야, 비 맞지 말고 이거 써. 나는 우산 두 개야.

더 좋은 우산을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오후 12시 50분

아들이 초등학교에돌아오는 시간입니다.

바쁘게 아들을 데리러 초등학교로 가는데,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우산을 챙겨갈 시간이 없습니다. 빗방울이 더 자주 떨어집니다.

아들을 만나자마자 아들을 제 외투 속으로 넣어서 집으로 걸어옵니다.

점심 무렵부터 갑자기 내리는 비가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아들은 아빠 외투 속에서 장난치면서 오니 재미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오후 5시 15분

아들과 함께 아파트 상가에 있는 태권도학원에 가는 시점입니다.

이번에는 우산을 야무지게 챙깁니다.

아들은 캐릭터 무민이 그러져 있는 우산을 씁니다.  

토도독. 빗방울이 우산에 꽤나 부딪힙니다. 

아들은 우산을 아빠에게 주고 학원에 들어갑니다.

 비 오는 거리를 잠깐 걸어봅니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아들 또래 아이가 서 있습니다.

아침에 우산을 챙기지 못했는지, 꽤 굵은 빗방울을 맡고 있습니다.

아이가 길을 건너옵니다.

저는 을 건너지 못합니다.

"어이~ 친구야, 비 맞지 말고 이거 써요. 나 우산 두 개야.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때 돌려줘."

"감사합니다."

아들과 같은 또래로 보이는 그 아이는 우산을 쓰고 가던 길을 갑니다. 훨씬 덜 바삐 걷습니다.


 


잠깐 불편했던 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다른 집의 자녀도 나의 자녀만큼 소중합니다.

아침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비가 내립니다.

그 아이도 아침에 우산을 챙기지 못했나 봅니다.

남은 길에는 비를 맞지 않고 갈 수 있어 다행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라는 게 이런 것인가 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금 일찍 서둘러 핀 목련이 참 예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