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들은 올해 2월 유치원을 졸업하고, 3월에 세종시에 있는 집현초등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저와 제 아들 모두 1학년이 되어서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제 아들은 초등학교 생활에 그럭저럭 잘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시절보다 점심밥이 맛있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시절보다 공부해야 할 것이 적어서 일단 만족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후 늦게나 저녁까지 있지 않고 환한 대낮에 집에 올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반면, 저는 10여 년 만에 다시 입학한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려고 하니, 학생증이 없어서 학번으로 겨우 책을 빌렸습니다.
정기주차 등록을 하면 주차요금을 아낄 수 있는데, 그것도 나중에 알게 되어 헛돈을 쓰기도 했습니다.
은행에서 학생증을 발급받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스마트폰 모바일 학생증 발급이 가능한 줄 뒤늦게 알았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학교를 다시 가니, 제법 많이 바뀌어 따라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제 아들도 저도 특별히 하는 것도 없이 피곤한 3월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기간이라 그런지 특별히 더 많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제 아들도 저도 체력의 한계를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 오후에 영어학원에 가는 차 안에서 짧은 낮잠에 빠지는 아들을 보면,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만만치 않구나 싶습니다.
저는 첫 학기에 9학점 3과목을 듣고 있습니다. 목요일 저녁 행정심판법연구, 금요일 저녁 독점규제법연구, 토요일 오전 일반조세법연구 강의를 듣습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로스쿨 1기라서 그런지 교수님들께서 저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해주셨습니다.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교수님들께서 반갑다고 그동안 잘 지냈냐고 먼저 인사해 주셨습니다.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매 순간의 긴장감은 없지만, 단순히 수업을 듣는 학생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학위논문'과 '법학연구'를 별도로 늘 생각해야 한다는 또 다른 차원의 긴장감이 생겼습니다. 지도교수님의 논문도 찾아보고 수업시간에 다루는 논문과 연계되는 다른 논문도 찾아보고 있습니다.
제가 일했던 경북대학교병원과 법제처에서 수행했던 업무를 다시 떠올리며, 연구 분야와 주제를 정리해보기도 합니다. "박사수료"가 아닌 "박사학위"가 목표이기 때문에, 미리 학위논문의 분야와 주제 후보군을 정리해두어야 합니다. 정리한 자료가 있어야,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논문 지도"를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도교수님께서 특정 분야와 주제를 하사하여 주시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습니다.
당장, 하반기에 소논문 투고계획부터 세워야 할 듯 합니다.
아늑했던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슬픈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유치원을 다닐 때, 제 아들은 아침 8시에 일어나서 8시 50분에 집에서 나섰습니다. 달콤한 늦잠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생이 된 아들은 7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합니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어야 하고, 집에서 더 일찍 나서야 하기 때문에 달콤한 늦잠을 마음껏 누릴 수 없습니다.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저의 일상에서 1순위 일과는 단연 "브런치"였습니다. '나만 몰랐던 민법'의 내용을 구상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저는 로스쿨 1기 변호사입니다.'라는 브런치북을 쓰기도 했습니다. 아내와 아들이 먹을 반찬을 만들면서 '조변살림' 매거진에 그 흔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저녁에 산책을 할 때는 '조변명곡' 매거진에서 소개할 노래를 들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구독해 주시는 분도 많이 늘어나고, 제가 글을 발행할 때마다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도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브런치는 제 일상에서 1순위 일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의 글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들 그러하시겠지만 브런치로부터 위로도 많이 받고 격려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1순위 일과를 바꾼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박사과정을 시작하고 나니, 제 일상에서 브런치를 1순위 일과로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익숙한 내용을 정리하는 글을 쓰는 일과가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논문을 읽고 수업을 준비하는 일과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세종시가 아닌 대구에서 수업을 듣고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브런치" 중심으로 돌아가던 제 생활이 "학업"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 당연한 것을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느 순간의 감상을 기록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논리와 법리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학생'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제 스스로 제 마음을 다독이고 있습니다.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난 이후에 시간이 흐를수록 학위논문을 준비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박사과정 중에 최대한 학위논문 준비를 해두려고 합니다. 당장 연구 분야와 주제부터 정해야 합니다.
연구 분야와 주제를 정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의 진전된 기존의 연구를 이해하고 파악하여야 합니다.
잠시 여유가 생기더라도 브런치앱에 들어가기보다 RISS 사이트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당분간은 브런치가 1순위 일과에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많이 속상하지만, 학생이 된 이상 학생의 본분에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 소통하던 삶에서 글로 연구하는 삶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속상하지만, 거스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운명 같이 다가 온 '박사과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시 학생이 되어서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