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주 월요일이나 화요일 오후에 마트에서 장을 봅니다. 아들을 영어학원에 등원시키고 90분의 시간이 납니다. 그때 주로 이마트에서 장을 봅니다.
꼭 사야 할 목록을 써놓은 쪽지는 항상 두고 장 보러 옵니다. 그래서 항상 그 쪽지에 써놨던 아이템을 생각하느라 몇 바퀴를 돌 때도 있습니다. 다른 것들은 잘 까먹지 않는데 유독 장 볼거리 쪽지는 왜 이리 깜빡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다행히 쪽지를 챙겨 왔습니다. 쪽지를 챙겨 왔는데도 마트 1층을 몇 바퀴를 돌았습니다. "정말 이 가격이 맞는 건가?" 깜짝깜짝 놀라는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닙니다. 즉석미역국도 행사상품이 채워질 때까지 한참 기다렸다가 겨우 3팩을 담습니다.
소고기는 호주산으로 바꾼 지 오래되었습니다. 한우는 내 돈으로 사 먹지 않습니다. 다행히 아내와 아들이 기름이 없는 담백한 호주산 소고기를 잘 먹습니다. 비계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호주산 안심이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속은 살짝 미디엄 정도로 익혀서 먹으면 질기지 않게 부드럽고 야들야들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샤브샤브용 홍두깨살도 소금 조금 뿌려 살짝 구워주면 아이도 아내도 잘 먹습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순간에도 다나와 최저가, 네이버 최저가, 쿠팡 최저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인터넷 핫 딜 판매가가 몇 백 원 더 저렴하고 무료배송입니다. 이 아이템은 다시 제자리로 갖다 놓습니다. 마트에서 장 보면서 동시에 인터넷으로도 장을 봐야 합니다. 몇 백 원이라도 아끼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마트 노브랜드 중에서 실속상품도 있습니다. 80매 자이언트 물티슈는 3천 원도 안 하는 가격입니다. 크고 잘 닦여서 청소용으로 막 쓰는 전투용으로 꾸준히 애용하고 있습니다. 유아용, 어린이용 4입 칫솔도 저렴하지만 잘 닦여서 아들 칫솔로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노란바구니통 초코칩쿠키도 가성비가 뛰어난 간식입니다.
과일은 어느덧 주로 사는 품목이 바뀌었습니다. 요즘에는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을 사 먹고 있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딸기는 세종시 싱싱장터에서 사 먹고 있습니다. 토마토는 한 번씩 싸게 풀릴 때 사다 놓고 먹는 정도입니다. 사과도 참외도 토마토도 참 비싼 과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마시는 요거트가 행사기획이 끝나서 놀랐습니다. 8개 가격으로 12개나 16개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제 딱 8개를 사야 합니다. 그렇게 비싼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속상한 마음이 듭니다. 떠먹는 요거트도 행사나 기획이 많이 줄었습니다. 맛없는 요거트들만 1+1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용기 내어 사가더라도 맛없는 요거트는 아무도 먹지 않습니다. 결국 나만 또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맛없는 1+1을 선뜻 또 살 수가 없습니다.
두부도 국산콩을 고집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가격 차이가 너무 납니다. 국산콩 두부 500g 한 모가 5천 원인데, 외국산콩 500g은 반값입니다. 국산콩 두부 두 모에 1만 원이라니... 국산콩 두부를 고집할 수가 없습니다. 두부부침 계란 옷이라도 국산으로 해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찹쌀도 무농약, 유기농 찹쌀은 사치처럼 느껴집니다. 무농약, 유기농은 1kg에 1만원, 아닌 찹쌀은 1kg에 5900원입니다. 더 깨끗하게 씻어서 먹기로 합니다. 양배추, 호박은 행사할 때를 기다립니다. 오늘은 운 좋게 애호박 1개 990원이라 2개 샀습니다. 대파는 지난 번에 행사할 때 두 단 사서 썰어서 냉동실에 얼려놨습니다.
어렵게 고민고민하고 나서야 계산을 하러 갈 수 있습니다. 오늘은 10만원을 넘지 않게 결제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언제 쯤 고민없이, 고뇌없이, 한숨없이 맘 편하게 장을 볼 수 있을까요. 백화점에서 장 볼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습니다. 너무 큰 욕심인 것도 잘 압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올라버린 물가로 장 보는 사람의 마음은 참 힘들고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