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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May 08. 2024

변호사 아빠의 초등학생 아들 공부 습관 잡아가는 법

3월부터 5월 초까지 국어, 영어, 수학 공부를 쪼끔한 후기입니다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이번에는 조변육아,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국어, 영어, 수학 공부를 함께한 후기를 남깁니다.


1. 글을 읽을 때는 글의 "큰 모습"을 일단 알아보고 읽고 있습니다.  


'문해력'이라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더라도 글을 제대로 읽고 뜻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동화책을 더 많이 읽고 있지만, 조금씩 국어 읽기 문제, 영어 읽기 문제를 접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입장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은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텍스트를 읽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른들은 여기저기서 미리 알고 있는 내용으로 짐작하면서 글을 읽을 수 있지만, 어린이는 짐작하면서 읽을 수 있는 배경지식이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들과 글의 "큰 모습"을 먼저 알아보고(= 글의 구조를 이해하고) 글을 읽고 있습니다. 한 사람에 관한 글인지, 두 사람에 관한 글인지 아니면 시간 순으로 쓰인 글인지 등 큰 모습이 어떤지를 먼저 보고 그 큰 모습에 따라서 글을 읽는 마음을 다르게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에 대해서 자세히 서술하는 글을 읽을 때에는 그 특징마다 중요한 단어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둘을 비교, 대조하는 글은 비교하는 것마다 어떤 것이 다르고 어떤 것이 같은 것인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시간 순으로 흘러가는 글은 그 흐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글을 다 읽고 나면 큰 모습에 맞춰서 정리를 하고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다행히 그렇게 문제를 풀면서는 많이 틀리지 않습니다. 아들 스스로 글을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데 자신감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2. 영어 듣기 문제는 문제를 알려주는 사람이 듣고 싶은 대답을 찾고 있습니다.


영어 듣기 문제는 받아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들으면서 아들이 쓸 수 있는 문장은 직접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맞고 틀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어로 들리는 한 문장, 한 문장에 집중하는 태도를 잡아주고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TOSEL이라는 문제집으로 LC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한 문제 전체를 다 받아 적었다면, 이제는 문제를 풀 시간입니다. 이 순간 가장 아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상상력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밖에 비가 옵니다."라는 문장을 들으면 "우산"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우리는 이미 훈련이 되어 있습니다. 상상력을 자제하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훈련을 오래 했기 때문입니다.


아들에게 "출제자의 의도"를 이해시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을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말하는 사람에게 아들이 해주고 싶은 말을 고르지 말고, 말하는 사람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고르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정답을 찾는 확률이 확 올랐습니다. 어린이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영어 듣기 문제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매력적인 오답의 그 느낌도 조금씩 알려주고 있습니다. 문제에서 나온 단어랑 똑같은 단어가 들리거나 비슷한 뜻의 단어가 들리면 일단 의심부터 해보라고 했습니다. 문제 푸는 사람을 "꼬시는 말"을 어떻게 피해 가야 하는지 아들도 조금씩 감을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3. 영어 읽기는 정확한 해석보다는 중요한 느낌 중심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요즘 초등학교 1학년의 삶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영어 듣기 문제도 풀어야 하지만, 영어 읽기 문제도 풀어야 합니다. 지난주부터 옮겨서 다니기 시작한 영어 학원의 숙제가 꽤 많습니다. 매일 영어책 3권도 읽어야 하지만 그것은 아직 너무 멀리 있습니다. 당장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태블릿으로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맨투맨기본영어, 성문종합영어의 느낌으로 영어를 가르쳐 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에는 한 문장, 한 문장 직역하면서 영어 독해 문제를 풀었습니다만, 아들은 조금 더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영어를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된 글을 읽고 문제를 푸는 과정도 가급적 "중요한 느낌"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관계대명사 등으로 문장의 구조가 복잡하거나, 어려운 단어가 있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우리말로 도와주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아들이 스스로 영어로부터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잘 따라와 주고 있는 아들이 조금 대견합니다.   


4. 영어 단어는 아들 스스로 찾아보고 단어장에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엣센스영한사전, 롱맨영영사전으로 영어를 공부했지만, 아들은 네이버 영어사전앱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썼던 오래된 스마트폰에 와이파이를 잡아서 아들 영어사전 전용폰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읽고 공부할 때마다 영어 단어를 찾고 단어장에 정리하는 습관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아들이 찾은 "우리말"도 여전히 어려운 말로 되어 있을 때가 난감합니다. 그리고 영어단어의 여러 가지 뜻 중에서 어떤 뜻이 그 문맥에 어울리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빠가 더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해 주고, 여러 가지 예시를 들어주면서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직은 아들 혼자서 영어 지문을 읽는 중에 단어 뜻을 찾고 정리했다가 다시 영어 지문으로 돌아가서 끝까지 읽어내는 수준은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느덧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옆에서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 그 뜻을 찾아보고 정리하는 습관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성과라 믿고 있습니다.    


5. 수학은 답을 찾을 때까지 고민을 오래 해도 된다고 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수학학원에서 대수학, 기하학을 모두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우 놀랐습니다. 방정식에 가까운 대수학을 배우고, 3차원의 기하학을 배우고 있는데, 요즘 초1 학생들은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들도 처음 접하는 유형의 문제를 많이 어려워합니다. 답을 못 찾아도 되고, 틀려도 괜찮으니깐 조금 더 고민해 보라고 시간을 많이 주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약간의 힌트만으로 답을 찾을 때도 간혹 있습니다.


낯선 느낌이 드는 수학 문제일지라도 차분히 생각하고 다양하게 접근하는 과정을 익힐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수학문제집에 있는 문제가 완벽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문제의 답이 하나가 아닌 경우도 있고, 문제에 모순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들에게 잘 설명을 해줍니다. 가끔씩은 문제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그래서 안 풀고 넘어가야 할 때도 있다고 설명을 합니다. 물론, 시험을 칠 때에는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도 얘기해 줍니다.  


수학은 반복과 용기가 모두 요구되는 과목인 것 같습니다. 사칙연산을 잘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반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낯선 문제, 다소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쫄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둘의 밸런스를 어떻게 잡아주느냐를 아빠는 고민하고 있습니다.


6.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아빠는 참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고, 자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공부 환경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공부 환경이라고 하니 거창한 느낌입니다만, 아빠가 눈높이를 맞추어서 끊임없이 설명해 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적절히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배경지식이 필요할 때가 있고, 영어사전에서 적절한 뜻을 골라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빠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있는 듯 없는 듯해야 합니다.


많이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여 아들의 문제를 대신 풀어줄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다 보면, 아들도 조금씩 성장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도 그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참고 기다리다 보면 어느덧 훌쩍 커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숙제를 포함해서 하루에 공부를 하는 시간은 20~30분 정도입니다..^^; 각 잡고 공부하는 그런 상황은 아닙니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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