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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자라기만 바랐는데, 다른 기대와 욕심이...

그런 기대와 욕심을 갖게 되는 나쁜 아빠가 여기에 있습니다.

by 민법은 조변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오늘은 "조변육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2017년) 아들이 태어났을 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제 아들은 2017년 11월, 대구시 달서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때 저는 경북대학교병원에서 법무총괄 변호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아들은 그 누구보다 우렁차게 울었습니다.

엄마가 수유하러 가기 전에 이미 간호사님의 품에 안겨 젖병을 물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아가였을 때, 그때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기를 바랐습니다.

그렇게 건강하게만 자라기만을 바랐습니다.

대구에서 세종으로 오고 난 후에 잔병치레를 자주 했습니다.

수족구에도 걸리고, 중이염에도 걸렸습니다.

수액주사를 맞느라 아동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건강하게 잘 자라기만을 바랐습니다. 다른 욕심은 없었습니다.

콧물에 힘들지 않고, 기침에 힘들어하지 않는 어린이가 얼른 되기를 바랐습니다.

(2020년) 어린이집에 들어갔을 때: 키가 좀 더 크면 좋겠다.


어릴 때 자주 아팠기 때문인지, 아들은 많이 크지 못했습니다.

0세에는 키도 몸무게도 상위 90%였지만, 어린이집에 갈 때가 되었을 때에는 평균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습니다.

아들보다 더 큰 친구도 있고, 더 통통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아들은 키가 작다는 점에 어떠한 불만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귀여움을 잘 어필할 수 있어서 어떤 측면에서는 만족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부모의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학병원의 성장발달센터에 가서 아들의 성장을 진단받습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하여 "뼈나이"가 1년이 늦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도, 그렇지만 더 잘 먹이고 더 잘 재워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아들과 한의원에도 갔습니다. 성장한약을 처방받고 매일 1포씩 먹입니다.

기분 탓인지 아들이 밥을 더 잘 먹고, 응아도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목에도 살이 조금 찌고, 턱에도 살이 조금 찌는 것 같습니다. 키만 좀 더 크면 좋겠습니다.


(2024년)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더 똑똑하면 좋겠다.


영어학원 숙제를 할 때면, 영어를 조금 더 잘하면 좋겠습니다.

수학학원 숙제를 할 때면, 수학을 조금 더 잘하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초등학교 수업은 곧 잘 따라가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아기였을 때에는 건강하게 자라주기만을 바랬던 순수했던 아빠가...

어느덧 영어도 수학도 모두 잘하기를 바라는 속물 같은 아빠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제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습니다.

이미 아들은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도, 조금 더 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꾸 생깁니다.


아들이 실수로 다른 친구의 수학 시험지를 함께 집에 가져온 적이 있었습니다.

하필 그 친구의 시험지에는 100점이 적혀 있었고, 아들의 시험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애써 태연학 척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영어학원의 성적은 3월보다 4월 점수가 떨어졌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컨디션 문제일 수도 있고, 사실 큰 차이도 나지 않는 점수입니다.


그런데 아들은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학교와 학급이라는 사회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기 위하여 매 순간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수학보다, 영어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할 일을 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헛된 기대와 욕심은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점수로 표현되지 않지만, 매일 배우고 성장하는 아들을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친구들과 즐겁게 학교를 다니는 1학년이 되길 바라봅니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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