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법은 조변 Jun 04. 2024

육아휴직 중인데,  '번아웃'이... 온 것 같다...

저도 납득이...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박사는 내 운명',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오늘은 조변성장기에 관한 글을 씁니다.

제목에서 미리 언급을 했지만, 저는 육아휴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번아웃'이 온 것 같습니다. 이에 관한 글입니다.


"육아휴직" 중인데, "번아웃"이 온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상황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지난주부터 '의욕저하', '소진된 느낌', '자고 싶은 마음' 등이 마음속에 조금씩 생겼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육아휴직 중입니다.

집안 살림을 잘 챙기고, 아들과 오래 함께 지내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분명히 행복하고 즐거운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는 다른 느낌이 조금씩 생기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지... 깊이 고민을 해 봤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육아휴직 후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왜 "소진된 느낌"이 드는 것인지 의아하고 난감합니다.


9개월이라는 휴직 기간이 꽤 길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9개월 동안 저에게는 꽤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아들의 등하교, 등하원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아들의 여가생활도, 공부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했고, 브런치가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살림도 조금 더 잘 챙기고 있습니다.

건강도 많이 회복하고 있습니다. 살도 제법 빠졌습니다.

그리고 올봄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휴직하고 난 후에 자주 연락하던 회사 동료들과도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회사가 아닌 학교라는 공간이 더 익숙해지고, 저녁의 여유보다 낮 시간이 더 익숙해졌습니다.


"조금 더 열심히", "조금 더 효율적으로"라는 생각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작년 8월, 휴직을 한 직후에는 많이 자고 많이 쉬었습니다.

휴직을 한 직후에는 제 삶에 여유가 많이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꼭 그날 해야 하는 것들이 있지 않았습니다.

마음에도 여유가 있어서, 그날 못하면 다음날로 넘겨도 괜찮았습니다.


9개월이 지나는 동안 저도 모르게 저 스스로 제 삶의 모든 순간에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해야 하는 일, 매주 해야 하는 일, 주말에 해야 하는 일...

삶에 루틴이 생기고, 그 루틴을 인식한 순간, 삶 속의 여유를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그 여유에 무언가를 해야 하는 강박이 다시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오늘 지금 여유로우면, 내일 해야 할 일을 당겨서 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제가 제 삶을 "컨설팅"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한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매 순간 열심히 살고 있어서, 더 열심히 살 수 없는 단계가 된 것일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아들의 아침식사와 등교준비를 합니다.

오전에는 빨래, 반찬, 청소 등의 살림을 합니다. 시간이 나면 논문을 읽거나 쓰고 있습니다.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 후에는 초등학교에 가서 아들과 함께 하교합니다.

아들에게 과일이나 요거트 간식을 먹인 후 영어학원에 함께 등원합니다.

하원할 때까지 90분의 시간을 근처 스터디카페에서 보냅니다.  

요즘에는 이번 달 투고 예정인 논문의 초안을 스터디카페에서 쓰고 있습니다.  

영어학원을 마치고 집에 오면 태권도학원에 가거나 학교 숙제, 영어학원 숙제를 합니다.  

이후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저녁식사를 온 가족이 함께 먹습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아들의 목욕을 챙겨주고, 목욕 후에는 아들의 한약과 과일 간식을 챙겨줍니다.

'오늘의 축구영상'을 다 본 아들에게 치실과 양치를 해 줍니다.

아들이 잠들고 나면, 재활용품 배출을 하고 산책을 합니다.


그리고 위 일정 사이사이에 꼭 해야 하는 다른 일정(장보기, 다림질하기 등)을 끼워 넣습니다.

살림하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지만, 열심히 해도 잘 티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더 효율적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 느낀 "번아웃"과는 다른 종류의 "번아웃" 같습니다.


회사에서 느낀 번아웃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사고 능력이 멈춰버리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생각을 빨리빨리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몸이 지친 것보다 머리가 지친 느낌이 컸습니다.


그런데 육아휴직 중에 찾아온 번아웃은 몸이 지친 것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몸속의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서 마음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느낌이 있습니다. 매 순간의 의욕도 예전보다 적어진 느낌입니다.


그래서 살림도 학업도 브런치 글쓰기도 예전처럼 성실히 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이 일을 하면서도 다음에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번 주에 잠이 부쩍 늘었습니다. 물리적인 휴식이 필요한 것인지, 일찍 자야 버틸 수 있습니다.

당분간은 야간 산책을 생략하고 일찍 자려고 합니다.


혹시 육아휴직 중에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이 계실까요?

아니면 살림을 많이 하시는 주부님들 중에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이 계실까요?


좀 푹 쉬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고견을 여쭙습니다.

근력운동을 좀 빡세개 해서 체력을 확 늘려야 할까요?


육아휴직 중에 '번아웃'이라니... 참 부끄럽습니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8개월 동안 천천히 5kg을 감량할 수 있었던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