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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Jun 15. 2024

공정위의 "쿠팡, 1400억 과징금 처분"에 생각할 점

[조변인사이트]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은근하게" 지켜봐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박사는 내 운명',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이번에는 [조변인사이트] 공정위의 "쿠팡, 1400억 원 과징금 처분"에 관한 글입니다.


지난 6월 14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쿠팡과 쿠팡의 자회사 씨피엘비에 대하여 1,400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리면서, 동시에 검찰에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요청하는 취지로 고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행정부가 바로 내릴 수 있는 행정벌인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를 한 것이고, 사법부가 취할 수 있는 형사처벌도 함께 요청한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공정위는 사안이 꽤 중대하다고 본 것입니다.


1. 공정위는 쿠팡이 좀 치사하게 경쟁을 했다고 봤습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는 공정하지 않은 거래행위(불공정거래행위)를 했다고 봤습니다. 즉, 쿠팡이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를 했다고 봤습니다. 아래 공정위 보도자료에서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도자료의 분량이 좀 많지만, 현재 본 사안을 가장 사실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쿠팡은 두 가지의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쿠팡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운영자의 지위를 갖고 있고, 동시에 쿠팡이 직접 생산한 제품(곰곰, 탐사 등)을 판매하는 판매자의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시장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 시장에서 자기가 만든 제품도 팔고 있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핵심은 운영자의 권한으로 판매자의 지위에 영향을 줄 있는 것이고, 공정위는 실제로 운영자의 권한으로 판매자의 지위에 영향을 주었다고 봤습니다.


쿠팡도 판매자의 지위에서 다른 판매자와 "공정하게" 경쟁을 했다면, 과징금을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운영자의 지위에서 알고리즘을 조작하여 "검색결과", "검색순위"가 쿠팡에게 유리하게 나오도록 하였습니다. 그 결과, 다른 판매자의 제품은 후순위에 놓이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쿠팡의 제품이 더 좋은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쿠팡은 "검색순위" 조작과 함께 2,297명의 임직원이 쿠팡 제품에 좋은 후기를 달고 높은 별점을 달도록 했습니다. 긍정적인 후기와 높은 별점은 소비자의 선택에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였고, 다른 판매자의 판매량은 감소하였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를 방해하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쿠팡이 공정하고 건전하게 경쟁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누구를 다치게 해서 형사적인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갚아야 할 돈을 갚지 않아 민사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지, 형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고, 상법이나 민법을 위반한 것도 아닙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특징은 눈에 확 드러나는 피해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피를 흘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못 받아서 억울해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경쟁에서 배제되어 속상한 사업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공정위가 집중하는 것은 "경쟁질서"이고, 보호하는 것도 "경쟁질서"입니다.

 

"경쟁질서"를 지키지 않은 쿠팡에게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고, 이와 별도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고발조치를 한 것입니다. 공정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1,400억 원은 쿠팡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불공정하게 판매한 상품의 매출액으로 산정하였다고 합니다.


2. 공정거래법의 목적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제1조는 "(생략)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성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과 공정위가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공정하고 자유롭게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은 "독점"을 가장 싫어합니다. 1개 기업이 독점하거나, 2~3개 기업이 과점을 하는 시장에서는 판매자는 "갑"이고, 소비자는 "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공정거래법은 독점, 과점 상황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보고 규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위에서 봤던 단어가 보입니다. "지위 남용"입니다.


쿠팡도 "쇼핑몰 운영자의 지위를 남용하여 판매자로서의 제품 매출액"을 높인 것입니다. 자신의 이중적 지위를 남용하여 →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를 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쿠팡은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옥션도 있고, 지마켓도 있고, 알리도 있고, 테무도 있고, 11번가도 있고, 인터파크도 있고, 네이버쇼핑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은 독점도 과점도 아니지만, 그래도 얍삽하게 사업을 하는 기업도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따로 "불공정거래행위"라고 규제하고 있습니다.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하여 "공정하고 자유롭게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손상된 경우에, 공정위는 시정조치(금지명령)를 명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며, 그 위반의 정도가 심각할 경우에는 징역형과 벌금형 등의 형사처벌까지도 요청하는 것입니다.


1,400억 원이라는 과징금은 쿠팡의 매출액 중 위반행위의 기간, 비율을 기준으로 산정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공정거래실무상 과징금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경쟁질서를 어지럽힌 행동의 결과가 1,400억 원의 과징금입니다. 과징금은 행정부의 벌금형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 과징금 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을 거치면 쿠팡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는 확정될 것이며, 최소 2~3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이렇게 규모가 크고 유명한 사건은 보통은 4~5년씩 걸립니다).


3. 그런데 쿠팡의 대응에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보통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은 기업은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의 취소에 집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언론플레이를 한다거나, 중장기 사업 전략을 변경하는 등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쿠팡의 대응은 특이합니다.


https://news.coupang.com/archives/43567/


쿠팡 뉴스룸을 통해 쿠팡이 직접 밝힌 입장 전문입니다.


• 쿠팡은 다른 오픈마켓과 달리 매년 수십조 원을 들여 로켓배송 상품을 직접 구매하여 빠르게 배송하고 무료 반품까지 보장해 왔습니다.
• 고객들은 이러한 차별화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쿠팡을 찾고, 쿠팡이 고객들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 역시 당연시해 왔습니다.
• 로켓배송 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없다면 모든 재고를 부담하는 쿠팡으로서는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고 결국 소비자들의 막대한 불편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만약 공정위가 이러한 상품 추천 행위를 모두 금지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는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쿠팡이 약속한 전 국민 100% 무료 배송을 위한 3조 원 물류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 원 투자 역시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 유례없이 ‘상품진열’을 문제 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을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할 것입니다.


청색 밑줄 부분은 통상적인 대응입니다. 공정위 처분에 대한 유감표명과 행정소송으로 진실을 바로 잡겠다는 방식은 일반적입니다. 특이한 것은 붉은색 밑줄 부분입니다. 로켓배송이 어려워질 것이고, 25조 원 규모의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공정위의 처분'과 향후 '로켓배송과 신규투자' 사이의 실질적 관련성이 커 보이지 않지만, 의도적으로 사업전략의 변경을 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 기사에 의하면 부산 첨단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했다고 합니다.


https://www.sme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4171


제가 쿠팡 소속의 사내변호사 또는 전략기획실 직원이었다면 적극적으로 말렸을 사항입니다. 공정위를 포함한 정부 당국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와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전하지 못하는 입장 표명입니다. 보통은 쇼핑몰 운영자의 역할과 판매자의 역할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운영자의 지위를 남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다른 판매자들이 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겠다는 취지로 대응합니다. 그런데 이와 다른 방향인 핵심 서비스 철회, 신규 투자 취소라는 다소 극단적이고 이례적인 방식을 선택한 것은 변호사 입장에서도, 전략컨설턴트 입장에서도 매우 특이하게 보입니다. 아마도 최고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고, 그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선택과 결정이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4. 공정거래사건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은 기업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이미지"와 "신뢰도"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공정거래사건이 발생했다고 하여 피를 흘리는 피해자가 생긴다거나 돈을 못 받은 피해자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수많은 속상한 사업자가 발생하는 것이고 이와 더불어 건전하게 유지되어야 할 경쟁질서가 일정 기간 제대로 유지되지 못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확인되는 것입니다. 물론, 수많은 속상한 사업자를 괴롭힌 기업을 처벌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건전한 시장질서를 교란한 "얍삽하고 치사한 기업", "갑질 기업"의 이미지가 수많은 언론보도를 통하여 고착화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여야 합니다. 4~5년이 지난 후에 대법원에서 "위법사항 없음"이라는 판결을 받아본 들 그것은 이미지와 신뢰도 회복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쿠팡 입장에서는 "이미지"와 "신뢰도"는 이미 핵심 고객층이 두터워서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생각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로켓배송 철회, 신규투자 취소의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 지켜볼 부분입니다.


그리고 몇몇 커뮤니티에서 쿠팡을 절대악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공정거래사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쿠팡의 인허가를 취소하지 않았습니다. 경쟁질서를 어지럽게 한 부분에 대하여 딱 그 부분에 대하여 매출액 기준으로 과징금을 납부하고, 형사적으로 문제 될 수 있는 부분은 징역 2년 또는 1.5억 이하의 벌금을 내면 된다고 한 것입니다. 쿠팡이 법을 어긴 잘못을 한 것은 맞다고 하더라도, 그 잘못이 쿠팡을 폐업시켜야 할 정도로의 잘못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글의 부제로 공정거래사건은 "은근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행정부(공정위)는 쿠팡이 좀 치사하게 영업을 했다고 봤습니다. 이제 사법부(행정소송, 형사소송)로 공이 넘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공정위의 향후 대응과 사업전략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지점도 있습니다. 공정위의 판단으로 쿠팡을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공정거래법은 그렇게까지 심각한 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쿠팡에 관한 언론보도가 다소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자님과 작가님들께서 공정거래법과 공정거래사건의 특성을 이해하시면 사안을 조금 객관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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