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1기로 입학하여, 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민법은 조변(조준현)입니다.
다음 주 주말부터 2025학년도 로스쿨 입시 면접 전형이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가군"과 "나군" 모두 면접을 앞두고 있는 후배님도 있을 것이고, 둘 중 한 곳의 면접을 앞두고 있는 후배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면접을 앞둔 시점에서는 자기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지고, 지난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면접을 보는 사람이면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조금 먼저 로스쿨 입시를 치른 사람으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1. 면접전형 전에도 순위는 정해져 있습니다.
법학적성시험(리트), 학점 등의 정량평가에 의한 1차 서류전형 결과에 따라 면접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 말은 서류전형의 결과에 따라 1차 순위가 내려져 있기는 합니다. 보통 3배수까지 면접을 보는데, 면접에서 엄청난 순위 뒤집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면접전형의 목적은 같이 면접을 보는 다른 지원자보다 아주 조금 더 좋은 인상을 주는 것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초 합격자 발표 이후에도 추가 합격자 발표가 꽤 많이 이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전형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면접전형의 1차 목표는 "완주"입니다.
일단, 후회하지 않도록 로스쿨 입시를 완주해야 합니다.
2. 지원동기와 자기소개 멘트는 매끄럽게 준비해야 합니다.
면접관으로 들어오시는 교수님, 변호사님, 판사님, 검사님들은 평소에 매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안 문제로 사전에 면접 자료를 제공받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면접관도 면접 과정 중에 면접을 진행하면서 면접자의 자료를 검토하게 됩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면접자를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소개서, 학업계획, 로스쿨 지원 동기, 향후 성장계획 등은 이미 서류전형에 제출한 상태이지만, 면접관이 그 자료를 숙지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부분 그러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에 자기소개, 지원동기 등을 생생하게 라이브 음성으로 면접관들에게 들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직접 자기소개나 지원동기를 말해보라고 할 것입니다.
자기소개, 지원동기, 학업계획, 향후 성장계획 등은 충분히 사전에 준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완벽히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급적 이미 제출한 서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충분히 연습한 멘트로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소개를 매끄럽게 하지 못하는 면접자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3. 면접 전 주어지는 문제(과제)에 대하여는 큰 시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면접전형도 대부분 그러하지만, 로스쿨 면접도 인성을 평가하는 면접과 법학적성(역량)을 평가하는 면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체법을 직접 다루는 문제가 출제되지는 않지만, 면접자의 리걸마인드(법학적성)를 평가하고자 하는 문제가 사전에 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면접전형을 위하여 이미 많은 문제를 풀고, 모범 답변응ㅡ을 암기하고, 수 차례 스터디 모임 등을 통하여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떤 문제를 접하더라도 해당 사안에서 무엇이 쟁점이 되는지, 그 쟁점에 대한 면접자의 의견은 무엇이고 그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모범답안을 암기하여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 모범답안보다 조금 더 큰 시야에서 쟁점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견해를 추가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금전채무가 문제 되는 사안이라면 누구에게 어떠한 권리가 있는지를 말하는 것에 멈추지 말고, 현실적으로 어떻게 그 돈을 돌려받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집행"의 문제도 함께 언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떻게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하여야 합니다.
어떠한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정책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더라도 그 정책을 위한 예산과 조직은 어떻게 꾸려야 할지, 정책의 타당성을 향후에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면접자는 단순하게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두루 살펴보고 그 이후에 어떻게 발전, 개선, 진화할 수 있을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떠한 사회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면 민사적, 형사적, 행정적, 헌법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조망할 필요도 있습니다.
모범답안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없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예상문제 또는 예상쟁점 대하여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플러스알파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이상적인 문제에서 그치지 말고 땅에서 논의되는 현실을 반드시 함께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4.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도 준비하여야 합니다.
면접전형이 끝날 시점이면, 면접관의 단골멘트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습니다. 면접자는 당연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변호사시험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자신만의 전략을 말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앞으로 어떠한 법조인으로 성장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인상 깊게 읽었던 서적을 인용하면서 닮고 싶은 법조인의 모델을 언급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면접자 자신이 가장 잘 준비할 수 있는 "30초" 멘트를 잘 준비하면 될 것입니다.
도저히 준비할 멘트가 없다면, 평소에 인상 깊게 읽어보았던 판례 문구를 판례 번호와 함께 언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가 만약 로스쿨 면접을 앞두고 있다면, 다음과 같이 마지막 멘트를 준비할 것 같습니다.
"저는 법을 공부하면서, 맹목적으로 대법원 판례를 암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소수의견도 잘 살펴보고 그 의미를 곱씹어 보는 법학도가 되고자 합니다. 특히, 과외금지규정에 대한 위헌 판단을 한 헌법재판소 98헌가16 결정에서 이영모 재판관님의 소수의견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영모 재판관님은 다음과 같은 소수의견을 남겼습니다. 과외를 금지하는 학원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22조에 대한 위헌판단은 결과적으로 개인 과외교습을 제한 없이 자유롭게 허용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진 자 스스로가 자제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기이자 사회ㆍ경제적 약자의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고려하지 아니하고, 과외교습과 직ㆍ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의 규제 및 자율이 아닌 대입수능의 정당성 여부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아니한 채 개인 과외교습을 허용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 위헌판단은, 학원에서 겨우 과외교습을 받거나 과외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수많은 학부모는 물론 그들의 자녀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안타까움과 위축감을 느끼고 허탈감과 좌절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결정이 어린 그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히는 것은 아닌지, 혼자만의 기우(杞憂)이자 노파심이기를 바랄 뿐이다.
저 또한 앞서 말씀드린 소수의견과 같이 더 깊이 고민하고 더 많은 것을 헤아릴 수 있는 식견을 갖춘 법조인으로 성장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면접장에서 특정 판결에 대한 사건번호를 언급하면서 해당 판결의 취지를 정확히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면접자의 진실성과 열정을 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수십 명의 면접자를 상대해야 하는 면접관에게 인상 깊은 마무리 멘트를 한 면접자는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아무쪼록 얼마 남지 않은 면접전형을 위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