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법은 조변 Oct 16. 2023

법제처는 무슨 일을 하는가? 혹시 법을 제거하는 일?

법을 고치고 해석하는 것이 법제처의 일, '만' 나이법'도 법제처의 일.

"법제처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이에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법제처에 근무를 하고 있지만, 법제처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깔끔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가장 쉽게 설명하는 방법은 "국가법령정보센터를 운영하는 정부기관"이다. 포털 검색에서 법령을 검색하면,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있는 내용을 보여주거나 국가법령정보센터로 바로 연결하여 준다.



국가법령정보센터가 법제처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아주 작은 조직이지만 정부 내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법제처의 주요 업무와 조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정부의 구성에 관한 규범은 '대한민국헌법'에서 시작한다. 입법부인 국회(제3장, 제40조~제65조), 행정부(제4장, 제66조~제100조), 사법부인 법원(제5장, 제101조~제110조) 순으로 규정하고 있다. 행정부에 관한 규정 중 제96조에서 '행정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이 헌법 규정에 '정부조직법'이 마련되어 있다.  



정부조직법 제23조 본문의 첫 단어는 '국무회의'이다. 국무회의는 행정부의 최고의 의사결정기구이다. 법제처는 국무회의에 올리게 되는 법률안, 대통령령안, 조약안 등을 확정하기 위하여 심사하는 업무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법률안 등의 초안은 법제처가 아닌 해당 법령을 소관하는 부처(농림부, 환경부, 기재부, 국토부 등등)에서 작성한다. 법제처는 그 초안을 보고 더 적절하게 수정·보완하여 대통령 결재를 위한 최종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법률안을 확정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정부는 정부 입장에서 법률안을 만들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결재를 받은 다음에 국회에 접수를 한다. 또한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은 대통령이 '공포'를 해야 시행되는데, '공포'를 위한 국무회의 의결도 필요하다. 국회가 만든 법률이 적절한지 마지막으로 따져보는 절차이고, 혹시라도 행정부 입장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재의 요구)로 그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낸다. 법제처의 법제정책국에서 위와 관련된 업무를 한다. 행정부 전체의 입법계획을 관리하는 일, 법률안을 국회로 보내는 일, 국회가 보내는 법률안을 받아 공포하는 일을 법제정책국에서 담당한다.


법제국(행정, 경제, 사회문화)은 각 부처가 마련한 '초안'을 보완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업무를 한다. 변호사가 작성된 계약서 초안의 내용을 다듬고 의미를 명확히 하듯이, 법제처 법제국에서는 각 부처가 입법예고한 초안의 취지가 더 명확하고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수정하고 보완하는 역할(심사)을 한다. 새롭게 만드는 제정, 전부 고치는 전부개정, 조금만 고치는 일부개정, 있던 법을 없애는 폐지 등의 방식에 따라서 심사 요령이 달라진다. 국무회의에 올라갈 법령안의 절차적인 측면을 법제정책국에서 담당한다면, 법령안의 내용적인 측면을 법제국에서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법'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어디에 물어볼 수 있을까? 답은 행정기본법 제40조에 있다.

국민연금법은 보건복지부(국민연금정책과)의 소관 법률이므로, 보건복지부에서 해석할 책임을 진다(제2항).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해석에 이의가 있다면 법령해석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에 법령해석을 요청할 수 있는데(제3항), 이곳이 바로 법제처 법령해석국이다. 법제처 법령해석국에서 개최하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결론으로 행정부 전체의 해석이 확정된다. 일반 국민도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할 수 있다. 자세한 절차는 법제처 홈페이지(관련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법제지원국은 자치입법지원, 법제교육, 법령용어순화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치법규인 조례나 규칙을 고치거나 해석할 때 생긴 의문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제공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또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법령과 법제에 관한 교육을 다양하게 하고 있고, 어렵고 낯선 법령용어를 쉽게 고치는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한편, '법제처'와 '법무부'를 헷갈려하는 분도 많다. 정부조직법상 법무부의 사무는 검찰, 행형, 인권옹호, 출입국관리 등이다. 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사람을 형사 재판에 넘기고, 유죄 판결받은 사람의 죗값을 치르게 하며, 국가 인권정책을 수립하고, 국경은 넘는 사람에 대한 업무를 수행한다. 법을 고치고 국회에 보내는 업무를 하지 않는다. 법제처는 입법부인 '국회'와 가깝다면, 법무부는 사법부인 '법원'과 가깝다고 보면 된다.  



2023년 6월 28일 소위 '만 나이법'이 시행되었다. 행정기본법과 민법을 개정하여 만 나이를 도입하였다. 행정기본법은 법제처 소관의 법률이기 때문에, 법제처도 '만 나이법' 정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조금씩 '만 나이' 문화가 정착하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30대를 몇 개월 더 누릴 수 있어 만족했었고, 어르신들도 다시 젊어졌다고 좋아하셨다. 대부분은 '만 나이법' 시행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지만, 나의 아들은 그렇지 않았다. '연 나이 7살'이 '만 나이 5살'로 되면서 매우 분개하였다. "어떻게 살아온 인생인데!"라고 외치던 아들의 한 마디를 잊을 수 없다. 그만큼 모두를 만족시키는 법과 제도 마련은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1. 법제처는 행정부 차원에서 법령을 관리한다. 초안을 다듬고,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해 법령을 보여준다.

2. 법제처는 법령을 해석한다. 각 부처의 법령해석에 이의가 있으면 누구나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신청할 수 있다.

3. 법제처는 국회와 가까운 행정기관이고, 법무부는 법원과 가까운 행정기관이다.

이전 26화 질문! 변호사는 __급 공무원에 임용되고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