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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Oct 13. 2023

질문! 변호사는 __급 공무원에 임용되고 있을까?

변호사 민간경력 일괄채용(민경채) 지원 및 합격 전략

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하여 재수를 했다. 경북대학교병원 사내변호사 경험을 믿고 보건복지부 5급 법무행정 사무관에 지원을 했다가 마지막 면접 전형에서 떨어졌다. 나에게는 관리자(팀장, 과장) 경험이 없었다. 다음 해 나는 법제처에 5급 법무행정 사무관으로 지원했고, 기적적으로 최종합격을 했다. 그렇게 나는 2018년 4월부터 법제처에서 5급 공무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5급 사무관은 관리자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법제처에서 5급 사무관은 실무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법제처에서 날 받아준 것 같다.



변호사가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경로는 매우 다양하다. 2명의 변호사가 대통령이 되기도 했었고, 1~2급 공무원(실장님, 국장님 등)에 해당하는 고위공무원단으로 임명되기도 한다. 그런데 조금 더 빈번하고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공무원이 되는 경로는 5급 사무관이나 6급 주무관으로 임용되는 경우이다. 경찰직렬에서는 '경감'으로 변호사를 임용하고 있고, 소방직렬에서는 '소방령' 또는 '소방경'으로 임용하고 있다.


변호사 자격을 갓 취득한 경우에는 6급 주무관으로, 2~3년 정도의 경력을 쌓은 변호사는 5급 사무관으로 임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공무원 사회, 공무원 처우에 관한 글은 브런치, 블로그 등에 많이 있으므로, 이번 글에서는 주로 변호사가 5급 사무관이 되는 경로인 민간경력자 일괄채용(이하 "민경채")을 살펴보겠다.

2023년 국가공무원 민간경력자 일괄채용시험 공고 포스터


매년 인사혁신처에서는 각 부처의 수요를 파악하여 국가공무원 5급, 7급 일괄채용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30~50명 정도의 변호사가 채용되고 있다. 공정위, 법제처, 국세청 등 각 부처에서는 인력 수요를 인사혁신처에 통보하면, 인사혁신처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의 자격증 소시자, 박사, 민간경력자 등을 대상으로 일괄채용을 진행한다. 법제처에서는 2023년에 법무행정으로 4명을, 공정위에서는 일반행정 1명을 채용하겠다고 공고를 하였다.


법제처에서는 경력자, 학위자, 자격증 소시자 중에서 4명을 뽑겠다고 한다.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 관련분야에서 2년 이상 근무 또는 연구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법무'와 '송무'를 관련분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변호사 업무를 2년 이상 했다면 지원할 수 있다. 법제처에서는 법제처와 관련된 송무(행정소송, 국가소송 등)를 내부 직원 중에서 변호사 자격 소지자가 수행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송무 업무를 '주요 업무'에서 언급하고 있다.


공정위는 학위 요건은 없고, 경력자 또는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1명을 뽑는다. 변호사는 '공정거래', '약관법' 분야에서 2년 이상 근무 또는 연구한 경력이 있어야 하고, 우대요건으로 공정위 소관 법령과 관련된 소송을 5건 이상 수행한 사람으로 제시하고 있다. 1명을 뽑고, 공정위 근무 경력은 변호사에게 매력적이기 때문에 우대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상당히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민경채시험은 매년 봄에 공고가 뜨고, 여름에 지원한 후 PSAT 시험을 치고, 가을에 면접을 보고 나면 겨울에 합격자를 발표한다. 일반적인 변호사 채용은 길어봤자 1개월 정도 걸리지만, 민경채는 사계절이 모두 지나야 끝날 정도로 오래 걸린다. 매우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PSAT로 10배수를 거르고, 이후 제출한 서류(실적) 심사로 3배수를 거른 다음, 면접전형에서 합격자를 결정한다. 합격자 발표 직전에 합격자의 경력에 대해서만 공문이나 팩스로 조회서를 보낸다. 현 직장과 과거 직장에 모두 보내기 때문에 현 직장에서도 알게 된다. 매년 12월 말 합격자 발표가 있고, 다음 해 3~4월 임용예정자 신분으로 연수를 받은 후, 각 부처에서 일하게 된다.   


PSAT시험은 기출문제와 문제집을 통해 준비할 수밖에 없고, 10배수를 뽑기 때문에 합격하기 어렵지 않다. 이후 평가대상이 되는 자기소개서, 지원동기 직무수행계획서, 성과실적 등을 작성하여야 하는데, 아래 항목을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기본적인 준비사항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각 부처의 직제, 직제 시행규칙, 사무분장규정 등을 통해 차별화된 서류와 면접을 준비할 수 있다. 모두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되어 있다. 법제처 민경채 공고는 근무부서를 특정하고 있지 않지만, 공정위 공고에서는 "사무처 조사관리관실 시장감시국"이 근무부서로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찾아봐야 한다. '직제 시행규칙'에 실무 부서(팀, 과)의 분장 업무가 나온다.

공정위를 지원하는 변호사라면, 시장감시국에 서비스업감시과, 제조업감시과, 지식산업감시과, 약관특수거래과, 전자거래감시팀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5개 부서 중 한 곳에서 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각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는 법률이나 업무에 대해서도 상당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이해만 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직무수행계획서에 녹여내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막막하면 각 부서에서 작성한 보도자료를 봐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약관특수거래과, 지식산업감시과, 제조업감시과 관련)


보도자료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공정위 판단과 제재가 담겨있다. 즉 정책이 집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해당 부서에서 작성한 보도자료를 참고하면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각 부처의 홈페이지에는 소식지와 업무매뉴얼이 반드시 게시되어 있다. 이것도 챙겨볼 필요가 있다.




각 부처에서는 매월 소식지를 발행할 예산이 확보되어 있고 그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대변인실이나 홍보담당관실에서 관련 업무를 하는데, 각 부서로부터 소식지에 담을 내용을 받는다. 각 부서는 당연히 자랑하고 싶고 논란이 없을 자료를 소식지에 담는다. 솔직히 재미는 없어도 너무 없다. 그래서 대부분 각 부처의 소식지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민경채 지원자에게는 고급진 정보가 된다. 소식지에는 보도자료에 비해 더 체계를 갖춘 자료가 실려있다. 매월 같은 종류의 자료가 실리다 보니 1~2년 치를 검토하면 자연스럽게 그 부서의 업무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나도 2년 치를 엑셀에 정리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상태에서 직무수행계획서를 써야 하고, 그런 상태에서 면접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



홈페이지에는 업무매뉴얼에 관한 자료도 다양하게 공개되어 있다. 관련 업무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진행하여 어떻게 마무리하는지 등 "절차"에 관한 매뉴얼도 있을 것이고, 여러 사안을 각각 어떻게 판단할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매뉴얼도 있을 것이다. 매뉴얼까지 본다면, 면접자로서 상당한 내공이 쌓이게 될 것이다.


2번의 민경채 전형을 경험하면서, 법제처에 합격하기 위한 노력은 위와 같았다. 민경채 전형이 매우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사항을 준비하는데 결코 시간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합격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마지막으로, 사내변호사와 사무관은 업무와 정체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내변호사는 법적인 이슈라면 어떤 사항도 일단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업무범위가 매우 넓은 반면, 사무관의 업무는 대부분 특정되어 있다. 사무관 업무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는 있어도, 업무 범위가 사내변호사만큼 넓지는 않다.


그리고 사무관은 '사무관'으로 임용된 것이다. 더 이상 '변호사'로 불리지 않고, '변호사'의 업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민경채로 임용된 부서에서 3~4년 정도 일하고 나면, 그 이후의 근무부서는 임용권자의 재량에 달려있다. 총무과에서 일할 수도 있고, 감사업무를 할 수도 있고, 홍보업무를 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사무관의 순환 보직 경로에 따라 일하게 된다. 그래서 그즈음에 사무관으로 임용된 변호사에게 '현타'의 타이밍이 오기도 한다. 공무원으로 계속 다닐 것인지, 아니면 다시 이직을 할 것인지, 아니면 개업을 할 것인지.

 



1. 인사혁신처에서는 각 부처의 수요를 받아 매년 수십명 규모의 변호사를 일괄 채용하고 있다(민경채).

2. 민경채는 공고(봄), 원서 접수와 PSAT(여름), 면접(가을), 합격자 발표(겨울) 순으로 1년 가까지 천천히 진행되므로, 각 단계마다 충분히 준비하여 임해야 한다.

3. 해당 부처의 직제 시행규칙, 보도자료, 소식지, 업무매뉴얼을 꼼꼼히 살펴보면, 지원동기와 직무수행계획서 등의 서류를 알차게 작성할 수 있고, 면접 전형에서 보다 구체적인 답변을 하면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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