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1월의 어느 주말

by 민법은 조변

브런치 독자님과 작가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2026년이 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다들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1. 저는 아직 3월이 꽤 멀게 느껴집니다.


3월이면 대구에 있는 경북대학교로 일터를 옮기지만,

일과시간에는 쌓여있는 일과 쌓이고 있는 일을 하느라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법제처 법제국만 그런 것인지, 다른 중앙부처도 그런 곳이 있는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저에게는 저의 업무를 인계할 후임자가 없습니다.


제가 있는 부서는 1명의 과장과 1명의 실무자(사무관)로 이루어진 부서라,

제가 제 자리에서 빠져야 후임 실무자가 온다고 합니다.


3월 중순과 4월 초에 반드시 시행되어야 하는 대통령령이 3건이 있는데,

제가 심사하고 결재받아 놓지 않으면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2월 말까지 꽉 채워 일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꼭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하여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야속하게 새로운 일이 줄줄이 계속 떨어지고 쌓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너무 큰 사이즈의 일이 오길래 도저히 그 업무까지는 수행하지 못하겠다고 저항을 했습니다. 법제처에서는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감히 실무자가 일을 못하겠다는 말을 하다니... 그래도 저는 했습니다. 2월 말까지 끝낼 수 없는 일이고, 2월 말에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도 없는 그런 일은 애초에 제가 맡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떠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2. 그렇지만 3월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법기록연습', '행정법사례연습'

제가 3월부터 강의할 과목의 이름입니다.


공법기록연습은 로스쿨 3학년을 대상으로 실제 사건기록을 보고 행정소송 소장, 헌법소원심판 청구서 등을 쓰는 방법을 함께 공부하고 실습하는 수업입니다. 변호사시험에서도 평가를 하는 과목입니다. 문제의 답을 찾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50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을 꼼꼼히 읽고 고객의 입장을 대변하는 현실적인 서면을 작성하는 과목을 강의하게 되었습니다.


행정법사례연습도 변호사시험에서 평가하는 과목을 준비하는 수업입니다. 10페이지 내외의 문제를 읽고 쟁점을 뽑아내고 목차를 잡고 6페이지 내외의 답안지를 작성하는 연습을 하는 수업입니다. 변호사로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지식, 변호사로서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소양을 갖추도록 함께 공부하고 연습하는 강의입니다.


첫 학기부터 3학년 과목을 강의하게 되어서 부담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기록형 과목, 사례형 과목을 설명하고 견적을 잡아주느냐에 따라 학생의 수험 효율성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기출문제를 함께 읽고 모범답안을 함께 읽는 수업으로 진행하지 않아야 합니다. 변호사시험을 쳤던 저는 그렇게 강의하지 말아야 합니다. 로3(로스쿨 3학년)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그들과 같은 시각으로 기출문제를 바라보고, 어떤 점이 난해한지, 어떤 점이 헷갈리는지 함께 고민하고 다시는 실수하지 않는 방법과 바른 접근 방향을 찾아내는 수업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수업을 하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준비가 필요합니다.


교수의 입장에서 "이렇게 하면 됩니다."로 일관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의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로 동행하는 수업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은 교수를 신뢰하고, 교수는 학생에게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어떠한 의도로 로3 학생들에게 만족스러운 수업을 제공할지 고민이 이어집니다.


3. 3월을 기다리는 중에는 겨울방학이 있습니다.


제 아들은 1~2월 오전에 집에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 학교에 방과 후 수업을 듣기보다는, 따뜻한 집에서 놀이와 공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아들의 점심식사는 부모의 몫입니다.

1월에는 엄마가, 2월에는 아빠가 오후에 출근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저녁 식사만 챙겨주면 되었던 생활에서, 매일 점심과 저녁을 챙겨주는 생활로 바뀌었습니다.


늘 메뉴가 걱정이고 고민입니다.

평일 점심은 간단하면서도 맛있어야 합니다. 영양도 풍부해야 합니다. 단백질이 충분해야 합니다.

학교 급식 시스템의 위대함을 다시 깨닫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매 끼니를 챙기면서, 동시에 다음 주 점심을 위한 국과 반찬도 준비했습니다.

닭백숙과 무국을 끓이고, 시금치나물을 했으며, 잡채용 돼지등심을 볶았습니다.

소고기 안심은 초벌로 구워서 다음에는 간단히 데우기만 해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싱싱장터 새롬점에서 메추리알 장조림과 감자채 볶음을 샀습니다.

메인 반찬과 사이드 반찬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합니다.


이번 주말에도 회사일, 학교일,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났더니 벌써 일요일 밤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선배님들... 존경합니다. 그 고된 시간을 어떻게 그렇게 잘 보내셨습니까.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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