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실무를 모르고 행정법을 공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민법은 조변입니다.
제 필명이 '민법은 조변'이지만, 이번 3월부터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행정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시험에 출제되는 행정법의 주요 법리가 무엇인지, 주요 판례가 무엇인지, 변호사시험에서 실제로 작성해야 하는 사례형 문제 답안의 모습과 기록형 문제 답안의 모습을 고민하고 강의하고 있습니다.
한 달 남짓, 로스쿨 재학생들(후배님들)과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고 있는데,
후배님들은 민사법과 형사법에 비하여 행정법이 상대적으로 많이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저도 로스쿨에서 공부할 때, 행정법 과목이 어려웠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행정법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는 "행정처분"입니다. 행정기관의 어떠한 행위가 "행정처분"에 해당하면, 행정절차법상 행정절차(사전통지, 이유제시, 의견청취 등)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경우에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그 행정기관의 행위를 취소하거나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행정기관의 어떠한 행동(절차)이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학문적으로, 그리고 수험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당연히 실무적으로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학교에서 행정법을 공부하는 대부분의 학생이 "행정처분"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행정처분은 불리한 처분이기 때문에, 경험이 유쾌하지도 않기 때문에 일부러 경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일부러 경험하기도 어렵습니다. 식당 사업이나 편의점 영업 등 사업자로서 어떠한 영리 행위를 하기 위해서 개별 행정법령을 살펴보게 되고, 영업을 하면서 크고 작은 실수들로 인하여 영업정지나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되기 때문에, 학생으로 살아온 경험 또는 근로자(월급쟁이)로 살아온 경험만으로는 "행정처분"을 경험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축구에 관한 규칙을 배우고자 하는데, 축구공을 한 번도 만져본 적도 심지어 본 적도 없는 상태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축구공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축구 경기라도 많이 봐야 합니다. 그래서 축구 선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축구 경기는 어떻게 시작하고 끝나는지 간접적인 경험이라고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행정법을 공부하면서, 행정법이 적용되고 해석되는 '간접적인 경험'도 충분히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행정법이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고 낯설지만 관련 판례를 열심히 읽고 이해해야 합니다.
민법 시험에서는 대부분 민법 조문이 등장하고, 가끔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부동산 등기법이 등장합니다.
형법 시험에서는 대부분 형법 조문이 등장하고, 가끔 특경법이나 특가법의 조문이 등장하는 정도입니다.
헌법 시험에서는 대부분 헌법 조문이 등장하고, 가끔 헌법재판소법 조문이 등장합니다.
이렇게 다른 과목 시험에서는 공부하는 범위의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법을 어느 정도 깊이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행정법 시험은 그렇지 않습니다.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행정기본법, 행정절차법, 행정소송법 등이 있지만, 이러한 법률을 공부한다고 하여서 시험을 완벽히 준비할 수 없습니다. 사실, 행정법 시험을 완벽히 준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게임산업법, 공무원연금법, 공유재산법, 관광진흥법, 교육환경법, 국토계획법, 산업입지법, 액화석유가스법, 하천법. 최근 3년 간 변호사시험 행정법 사례형 문제에 직접 출제되었던 법률입니다. 이러한 법률을 학교 수업시간에 제대로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스스로 위 법률들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시각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행정법은 기본적인 법리와 판례, 그리고 실무 수행 방법론입니다. 대한민국에는 1500여 개의 개별 행정법이 있기 때문에, 모두를 자세히 살펴볼 수는 없습니다.
저는 매주 수업시간에 변호사시험에 등장했던 개별 행정법을 1장에 정리하여서 학생들에게 간단히 브리핑을 하고 있습니다. "법률견적"이라는 별칭을 붙인 PPT 슬라이드를 준비하여서 개별 행정법의 핵심만 1장으로 정리하여서, 최소한의 행정법 상식을 갖추고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저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행정법은 제1조 목적을 잘 살펴보아야 하고, 제2조 정의를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관련 내용 중 꼭 필요한 내용만 정리를 했고, 해당 법률에서 행정법 이론의 측면에서 중요한 사항(허가, 인가 등 처분의 성격)과 중요한 절차를 따로 정리를 했습니다.
제가 법률견적을 꾸준히 정리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개별 행정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처음 보는 법률이 시험지에 있더라도, 법률견적을 통해 비슷한 법률을 공부했던 경험을 토대로 당황하지 않고 문제에 집중하고 쟁점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함에 있습니다. 처음 보는 법률도 결코 낯설지 않도록.
제가 법제처에서 백 여 건의 법령을 심사하면서 느낀 점도 이와 유사합니다. 개별 행정법은 공통적인 구조를 갖고 있고, 공통적인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개별 행정법의 모든 내용이 개별적이고 고유하지 않습니다. 법제처의 업무지침서인 "법령입안심사기준"에서도 개별 행정법의 공통점을 잘 정리해 두고, 이를 법령심사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행정법 공부에도 이를 응용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학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습니다. 조금 더 이해가 잘된다고 합니다.
행정법만 공부해서는 행정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에, 조금은 특별한 자료를 함께 강의하고 있습니다.
첫 학기, 개별 행정법의 견적을 잡아서 함께 강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