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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Dec 14. 2023

출퇴근길에는 서로 모르는 척하는 게 더 편하지 않나요?

주말에 마트에서 마주치면 굳이 아는 척하지 않고 원래 갈길 가기로 해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직장 동료를 만난다면, 아는 척하고 인사하고 같이 출근하시겠습니까?

퇴근길이라도 마음 편하게 자유롭게 집으로 가고 싶은데, 뒤에서 나를 부른다면 돌아보시겠습니까?


"회사"는 일하는 곳입니다. "출근길"은 일하러 가는 길입니다. "퇴근길"은 힘겹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회사를 떠나는 시간과 공간입니다.


우리 각자에게 다른 동료의 출근길과 퇴근길을 방해할 권한이 있을까요?

출퇴근길에서의 동료의 인사, 상사의 부름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직장 경험이 적었을 때에는 어디서든 인사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출근길에 '모른 척'을 당하고 난 후, 스스로 고민할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렇게 머리가 큰 나를 못 봤다는 게 말이 되나?"

"바로 옆 사무실에서 일하는 나를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런데 일부러 나를 못 본 척한 것인가? 출근길이라서?"


그즈음 출퇴근길에 인사하고 동행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해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보다 약간 젊은 분의 그 '모른 척' 행동이 저에게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굳이 아는 척하지 않고 인사하지 않고 동행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


출퇴근길에 몸을 다치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은 아주 유명합니다.

그러면 출퇴근길에 마음을 다치면(마상을 입으면) 이 또한 직장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을까요?


시간대를 옮겨서, 주말에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에서 직장 동료나 상사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쇼핑 잘하시라는 덕담까지 나누고, 다시 본래의 업무인 쇼핑으로 복귀하는 것은 너무 거추장스럽지는 않을까요.


특히, 공무원들이 많고 대형마트가 적은 세종시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반갑지 않은데 반갑게 인사하는 것이 나은 것인지, 반갑지 않기 때문에 쿨하게 못 본 척하고 쇼핑에 집중하는 것이 나은 것일지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고, 좋음과 나쁨의 문제도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출퇴근 시간이 각자에게 가지는 의미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 주말 여가 시간의 개방성에 대한 민감도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여야 하는 문제로 정리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상대방의 시간은 언제나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점심시간도, 그 사람의 출퇴근시간도, 그 사람의 주말 여가 시간도 다 똑같이 소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저에게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면, 저 또한 직장 동료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으려 합니다. 직장 상사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출퇴근길 동료의 인사를 모른 척할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모른 척하자고 얘기는 할 수 있겠습니까? 마트에서 정면으로 마주친 동료를 못 본 척하고 과감히 지나갈 수 있겠습니까?


(제가 생각은 위와 같이 과감하게 하면서도, 정작 행동은 과감하게 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고민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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