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데 알, 자연사 박물관, 에펠탑 야경
한낮이 되자 파리를 도저히 밖에서 관광할 날씨가 아니었다. 너무 더워서 실내로 가기로 했다. 친구가 추천해 '포럼 데 알'이라는 쇼핑몰을 가기로 했다. 나는 코엑스같은 쇼핑센터를 생각했는데 친구가 시장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근데 막상 가보니 지하 4층으로 이루어진 아주 큰 쇼핑센터였다. ㅋㅋㅋㅋㅋ 알고보니 예전에는 재래시장 느낌의 큰 노천시장이었는데 그 자리에 시장대신 큰 쇼핑센터가 들어선 관광지였던 것이다. 둘 다 틀린말은 아니었다.
이렇게 지상에서 지하로 크게 쇼핑몰이 이루어져있다. 우리는 여기서 점심을 일단 해결하기로 했다. (놀랍게도 이제 먹는 점심..)지하에는 많지는 않았지만 식당이 여러군데 있었다. 브리또도 있고 샌드위치, 여러 빵 종류가 많았는데 우리는 아래의 사진의 나오는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다. 굉장히 맛있어 보였다. 브랜드 이름이 브레첼이었나, 그 비슷한 이름이었던 것 같다. 여기서 제일 맛있었던건 베이글 샌드위치였는데 아래에 샌드위치를 고르면 압축오븐? 같은 것에 데워준다. 그리고 핫도그와 빵도 골랐다. 근데 정말정말 맛있었다! 왜 우리나라에는 이 브랜드가 없나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ㅜ ㅜ ! 태어나서 먹은 샌드위치 중 가장 맛있었달까..! 역시 파리는 빵이구나 느꼈다 (앞으로의 여행기에도 파리 빵 얘기는 많이 나올 예정이다)
빵을 먹고 쇼핑몰을 구경했다. 자라 H&M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아주 큰 매장으로 있었다. 나와 친구는 옷 쇼핑에 큰 관심이 없어서 오래 둘러보지는 않았다. 여기서 처음 유료 화장실을 가게 된다! 유럽에는 화장실이 대부분 유료인데 돈을 내서 그런가 유료화장실은 대부분 깨끗했다. 하지만 그래도 화장실을 갈때마다 50센트~1유로 정도를 내야 한다는 문화의 적응은 어려웠다. 왜...왜 돈을 내야하는거야. 그런데 웃긴건 유료 화장실을 처음 가본 친구가 화장실을 다녀오고 한 말이었다. (나는 그 때 화장실을 안갔었다) "화장실에서 향기도 나...! 핸드크림도 주더라" 아주 프리미엄 화장실이었다.
오늘 계획에는 없었지만, (여행 첫날부터 아주 즉흥 계획이었다) 자연사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왜냐면 내가 가고 싶어서. 유럽, 특히 파리는 미술관이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부터 교과서에서 보던 작품이 모두 있는 오르세 미술관까지 파리에 다 있으니까. 그런데 나와 친구는 미술에 관심도 없을 뿐더러 지식도 없었다. 나는 3년전에 파리를 갔었을 때 루브르와 오르세를 다녀왔다. 루브르는 '정말 크군..!' 오르세는 '오 고흐다' 말고 다른 큰 인상은 없었다. 여행은 단순히 유명한 관광지를 갈 때 보다 나의 관심사에 맞는 곳에 갈 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기억나는 곳도 그런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유럽여행에서 미술관을 방문하지 않았다. 루브르 박물관도, 오르세 미술관도. 물론 나는 한번 다녀와서 꼭 가야할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유럽 여행이 처음인 내 친구도 굳이 미술관을 가야할까? 라는 입장이었다. 결론적으로 안가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에 더 재밌는 여행을 많이 했으니까.
나는 미술에는 관심이 없지만, 과학이나 진화론에는 관심이 많다. 파리에 가기 전에 검색하다가 알아낸 진화 갤러리는 나의 관심으로 인해 방문하게 된 여행지이다. 17세기에 왕실에 필요한 약초를 조달하기 위해 정원에 식물원을 만든 것이 이 박물관의 시초이다. 전체면적이 7만평이 넘는다고 하니... 어쩐지 정말 크더라.
위의 사진은 진화 갤러리로 가는 길이다. 파리 자연사 박물관은 박물관 건물 하나가 아니라 아주 큰 정원에 동물원도 있고, 식물원도 있고 여러 박물관과 전시관이 있다. 그래서 위의 사진도 자연사 박물관안에서의 길인데, 자연사 박물관이 너무 커서 입구에 들어가서도 진화 갤러리까지 한참을 걸어야 했다.
자연사 박물관에 가게 된 계기는 위의 사진이다. 노아의 방주를 모태로 하여, 박제된 동물이 전시되어 있다. 메인 홀에 살아있는 동물들이 마치 사진에 찍힌 채 멈춰있는 것 처럼 서있었다. 이 홀의 천장은 하늘을 흉내내기 위해 밝은 낮이었다가, 어두워지며 흐린 날씨를 표현하기도 한다.
죽어버린 동물이지만, 정말 살아있는 동물같은 질감과 크기를 보면서 두가지 감정이 들었다. 첫번째는 놀라움. 이렇게 많은 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이 박물관에는 특히 견학온 프랑스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 아이들이 이렇게 멋진 동물들의 표본과 진화에 대한 설명을 보며 많은 상상력을 키우고, 또 이를 통해 미래의 과학자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러한 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 프랑스 아이들이 부러웠다. 두번째로는 굉장히 불쾌한 감정도 들었다. 너무나 많은 박제 동물을 보면서 놀랍고 멋지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많은 동물을 박제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동물을 죽이고 박제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인간의 잔인함이 느껴졌다.
또 이 박물관에서 인상깊었던 점은 프랑스어이다. 프랑스어가 프랑스에서 무엇이 놀랍냐? 하겠지만 굉장히 놀랍게도 이 박물관의 많은 설명은 모두 프랑스어 뿐이었다. 세계의 많은 박물관을 가보았지만 대부분의 규모가 큰 박물관들은 (우리나라도) 기본적으로 영어 설명이 함께 있으며 여러 언어를 덧붙여 놓은 곳도 많다. 하지만 이곳은 프랑스어 뿐이라서 나와 친구는 설명을 읽지 못했다. 물론 그들의 의무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조금 심술궂은 마음이 들었다. 이러한 멋진 박물관과 설명들을 자국민들만 봐라 이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뭐 그래도, 국내에서 쉽게 보기 힘든 곳을 방문해서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결론적으로 루브르 박물관에서의 시간보다 훨씬 흥미로웠으니까. 혹시 과학이나 진화론에 관심이 많다면 프랑스에서 꼭 가보길 추천한다.
긴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면서 또 역 앞 마트를 들렸다. 마트를 가는 일이 가장 즐거웠기 때문에 이 역 앞 마트는 매일 갔던 것 같다. 생각보다 큰 규모의 마트여서 조리된 식품도 팔았는데, 이번에는 구워진 닭이 있길래 사보았다. 정말 맛있어 보였는데 옆의 감자의 향이 예사롭지 않았다. 나는 외국의 낯선 향신료의 맛을 꺼려하는 편인데, 감자에서 카레도 아닌 것이 무언가 특이한 향이 났다. 그래서 나는 별로 먹지 않았고 어떤 음식도 꺼려하지 않고 잘 먹는 나의 친구가 다 먹었다. 닭은 맛있었다. 그리고 뒤의 음료는 특이하게 패션 후르츠 주스가 있어서 사보았는데 시지도 않고 정말 맛있었다! 또 먹고 싶군. 옆의 오렌지나는 예전에 유럽갔을 때 먹었을 때도 정말 맛있어서 이번에도 많이 사먹었는데 우리나라에 오니까 이제 수입이 되더라고? 웬만히 맛있는 거는 이제 우리나라에 많이 오는 것 같다. 좋은 현상이다.
파리에서 묵은 에어비엔비를 고를 때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에펠탑이 가까웠다는 것이었다. 물론 걸어갈 정도로 가깝진 않았지만(그렇다면 너무 비쌌다) 버스로 3~4정거장 정도로 굉장히 가까웠다. 그래서 에펠탑을 밤 늦게까지 볼 수 있었다. 이 날도 여행 첫날 답게 저녁을 먹고 좀 쉬다가 에펠탑을 보러갔다. 에펠탑은 뭐랄까, 참 내가 사진으로 보고 알던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쇳덩어리의 느낌이 강렬했다. 그리고 굉장히 사람이 많았다. 잡상인들도 굉장히 많았다. 또 좋았던 것은 에펠탑 앞에 큰 공원같은 잔디 밭이 있어서 자유롭게 앉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저번에 유럽을 방문했을 때는 공사중인지 유로 행사 때문인지 막혀있어서 못가서 슬펐는데, 이번에는 앉아서 에펠탑의 점등식을 구경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앉아서 에펠탑의 점등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 순간이 정말 감동있게 다가왔다. 내가 정말 파리에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의 순간은 잊을 수 없을 만큼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파리에 오기 위해 많은 돈을 모으고 쓰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게 되었던 순간이다.
처음 본 에펠탑의 점등은 정말 아름다웠다. 에펠탑에 불이 켜지는 순간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 그 순간이 나에게 로맨틱하게 다가왔다. 반짝거리는 에펠탑의 조명과 별들이 마치 그 순간만은 현실을 벗어나 다른 별에 있는 느낌을 주었다. 더운 여름이었지만 밤이어서 그런지 시원한, 오히려 살짝 추운 공기가 그 순간을 더 빛내주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별 것 아닌 그 짧은 몇시간이 나에게는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남아있다.
이렇게 나의 파리 둘째 날 여행이 끝났다. 다음 날은 이번 여행 중 최고 top3에 꼽는 베르사유 여행기로 돌아오겠다. 씨유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