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네프 다리, 예술의 다리, 파리 시청, 바스티유 광장, 생마르탱 운하
시차 적응을 조금은 걱정했었는데, 신기하게도 너무 시차 적응을 잘했다. 파리 시간으로 밤 11~12시쯤에 기절해서 일어나니 7시~8시였다. 파리에 폭염이 왔었지만 다행히 오전에는 선선했다. 지하철을 타고 센강으로 향했다. 둘째 날은 스케줄을 아주 빡빡하게 잡았었다. 원래 첫날은 의욕이 넘치니까. 그리고 퐁네프 다리로 향했다.
3년 전 파리에 갔을 때, 여행 책자에서 퐁네프 다리에 반원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면 파리에 다시 오게 된다는 미신? 설? 이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렇게 사진을 찍고, 꼭 또 파리에 와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3년 후 다시 퐁네프 다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정말 그 전설(?)이 맞나 봐.
퐁네프 다리에서 좀만 더 걸으면 예술의 다리가 있는데, 문제는 그곳에서 일어났다. 예술의 다리도 구경하자 싶어서 갔는데 누가 봐도 너무 관광객 같아서일까? 집시 3명이 서명판을 들고 나와 친구를 둘러쌌다. 서명단은 워낙 유명해서 노노를 외치며 피했지만 이 사람들은 정말 끈질겼다. 3명이 시끄럽게 하면서 우리를 둘러싸니 너무 정신이 없었다. 친구는 겨우 빠져나갔는데 3명은 나를 더 둘러쌌다. 그때 친구가 나를 보며 크게 화를 냈다. 물론 나에게 낸 건 아니고 집시들한테. 알고 보니 내 가방이 열려있었다. 와. (다행히 무엇을 잃어버리진 않았다. 내 가방은 열어도 또 그 안에 지퍼를 열어야 무언가를 훔쳐갈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겨우 빠져나왔는데도 정신이 얼얼했다. 파리에 오자마자 당할 뻔하다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멘붕 상태에서 빠져나오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사진을 찍는데도 멍했다.
그리고 센강을 따라 파리 시청 쪽으로 쭉 걸었다. 처음 센강을 봤을 때 느낀 점은 한강이 정말 큰 강이구나.라는 것. 한강에 비해서는 작았지만 그래도 센강을 따라 보이는 유럽 양식들의 건물들은 정말 예뻤다. 우리나라에서는 못 보는 모습이니까. 길거리의 많은 가판대들도 구경하면서 파리 시청에 도착했다. 시청을 보면 뭔가 으리으리해서 마치 중세의 궁전을 보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큰 궁들을 보는 것처럼 무언가 경외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사실 그런 경외감 느끼기 이전에 더웠다. 낮에 가까워지면서 날씨도 슬슬 더워졌다. 카페에 앉아 잠시 쉴까 하다가 이 더운 날 다들 바깥에 앉아 에스프레소.. 를 마시는 것을 보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 대신 백화점에 들어갔는데 아무리 파리에 에어컨이 없어도 백화점에는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역시 정답! 백화점은 아주 시원했다. 그렇게 큰 백화점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고 비싸고 예쁜 차들도 많았다. 물건은 구경만 하고 위로 올라가니 스타벅스가 있었다. 우리나라 브랜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스타벅스에 가서 빵과 음료를 마시기로 했다. 내 친구는 항상 자신이 못 먹어본 것, 혹은 신기한 메뉴를 고른다. 이 스타벅스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 친구는 난생처음 보는 메뉴를 시켰다. (나는 그에 반해 익숙한 것을 고르는 사람이다. 이 조합은 나에게 매우 마음에 들었다. 친구는 여행에서 항상 도전하는 음식을 시켰고 나는 무서워서 익숙한 것을 시켰다. 나는 도전하는 음식을 몇입 먹고 맛이 없으면 내가 주문한 것을 먹었다.ㅋㅋㅋㅋ) 그래서 sanguin이라고 써져 있는 스무디를 시켰는데 우리는 도대체 저게 뭘까하면서도 스무디인데 과일과 야채 말고 이상한 것을 더 넣겠어 싶어 시켰다. 그리고 정말 새빨간 음료가 나왔다. 사진을 찾아보니 안 찍었네. 어쨌든 정말 새빨간 색에 조금 버건디 색이었다. 먹어보니 여러 과일을 섞은 맛이었다. 도대체 sanguin이 뭘까 찾아보니... 프랑스어로 '피'였다. 그리고 다시 스무디를 먹어보니 피 맛이 났다. 진짜. 스타벅스에서 뭔 6월에 핼러윈 음료를 만들어준 줄 알았다. 조금 흘린 음료들도 피색이었다. 단어 뜻을 알고 나니 음료를 더 이상 먹지 못했다. ㅋㅋㅋㅋㅋㅋㅋ 내 친구가 다 먹었다. 같이 빵도 시켰었는데 무슨 빵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빵은 맛있었다!
백화점에서 나와 바스티유 광장으로 갔다. 서울의 지하철도 정말 빽빽하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파리는 더 했다. 거의 버스 정류장 수준으로 파리 시내에 정말 많은 지하철 역이 있었다. 너무 많아서 그런지, 서울과 다른 점은 지하철역이 매우 작다는 점. 물론 큰 역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역이 지하로 내려가면 큰 플랫폼이나 가게 없이 바로 지하철 타는 곳이 나왔다. 화장실과 편의점이 없는 지하철역이 없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풍경. 바스티유 광장으로 가는 지하철역도 그랬다. 바스티유 광장 앞에는 바로 생마르탱 운하가 있는데, 지하철에서 내리니 바로 운하가 보였다. 걸어서 바스티유 광장에 가면 그냥 큰 로터리에 많은 차들이 있다. 바스티유 광장은 친구가 가자고 해서 갔는데 친구는 무언가 큰 광장을 기대했나 보다. 하지만 지금은 광장이 아닌 그냥 큰 동상, 아니면 기둥 밖에는 없었다. 역사에 관심이 없는 우리는 그냥 사진을 찍고... 운하를 보러 갔다! 파리 시내를 걸으면서 굉장히 많이 보이는 것이 있었는데, 전기 킥보드였다. 신기한 게 우리나라 따릉이처럼 앱으로 구매해서 타는 것 같았는데, 따릉이처럼 따로 주차장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냥 아무 데나 놓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 데나 있는 것을 사람들이 타고 다니고. 굉장히 실용성 있어 보였다. 이름이 라임이던가...? 나는 여행에서 바스티유 광장 같은 유적지보다 사람들이 타고 다녔던 전기 킥보드가 더 기억에 남는다.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른 거니까.
운하에는 굉장히 많은 보트들이 있었다. 다 쓰는 건지 그냥 주차인 건지 모르겠지만. 구경을 하고 슬슬 더워져서 이제는 좀 시원한 곳으로 가기로 했다. 여행 하루에 한편을 쓰려고 했는데, 이 날은 여행 첫날이라 좀 무리해서 많은 곳을 다녔다. 둘째 날 이야기는 아직 길어서 운하 이후의 오후 이야기는 다음 편에 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