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기우의 돌의 의미는?

PARASITE, 2019 (스포 있음)

by 사흘된 망고

처음 영화의 제목이 ’ 기생충’이라고 들었을 때, 영화 ‘괴물’에서는 크고 징그러운 것을 보여주더니 ‘기생충’에서는 작고 징그러운 것을 보여주는 줄 알았다. 그리고 영화 인터뷰에서 기생충 영화에서는 기생충이 안 나온다길래, 벌레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볼 수 있는 영화가 하나 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감이 도통 잡히지 않는 예고편을 보고, 이 영화의 주제가 계급이라는 것을 알고 이 영화는 꼭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학과를 전공으로 하면서 내가 사회학에서 가장 관심 있어 한 주제는 ‘계급’이다. 그래서 계급에 관한 책이나 영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 이번 신작 영화가 ‘계급’이라는 것을 알고,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전작이 설국열차임을 떠올리고 그의 프로필을 검색했다. 역시나 그의 전공은 사회학과였다. 그리고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에는, 이 영화를 더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포는 열심히 피하지만 그래도 개봉하자마자 영화를 봐야 한다!라는 타입은 아닌데, 이번은 이례적으로 개봉한 지 3일 만에 보았다. 그래서 앞에서 3번째 줄에서 봐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빨리 보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1. 기택의 가족과 박사장의 가족, 그리고 그들의 계급


기택의 가족은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반지하 집에 살며, 박사장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정원이 딸린 비싼 집에 산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봉테일’이라는 감독의 별명에 걸맞게 두 가족의 계층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디테일한 많은 장치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두 가족은 화목하지만 가족들과 가족의 집은 매우 다른 모습을 가진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말투, 행동에서도 그런 차이가 나타난다. 기정, 기우는 일상생활에서 욕을 많이 쓴다. 단순히 친구 앞에서가 아닌 부모님 앞에서도.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욕을 기택이 운전하면서 썼을 때, 박사장은 깜짝 놀란다.


그리고 그들의 차이는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것과 가지게 된 것과의 차이를 보여주며 더 극대화된다. 딸 기정은 미술적 재능을 가졌지만 피시방에서 문서를 위조하는 것이 그녀가 잘하는 일이다. 그녀는 학원을 다닐 돈이 없으니까. 다송의 그림은 고릴라인지 사람인지 알아보기 힘든 그림을 그리지만 그의 재능을 어머니는 키워주고 싶어 한다. 외국 유명 대학의 (물론 가짜지만) 비싼 과외를 어릴 때부터 시킨다. 재능으로만 결정되는 사회는 이미 한참 지났다.

그렇다면 노력은 다를까? 기우는 수능을 4번을 보느라 영어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문법, 영작 등에 통달했다. 하지만 대학을 가지 못했다. 반대로 다혜는 비싼 과외를 받으며 노력할 수 있다. 다혜도 기우처럼 수능을 4번이나 보고 대학에 떨어지는 미래를 우리가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가 주변에서 많이 보았던 것처럼, 다혜는 좋은 대학에 갈 것이다.


그들의 사회적 계급은 ‘냄새‘로 표현된다. 사회적 계급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인식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누가 너는 상층이야, 하층이야 라고 정해주지도 않는데. 마치 ‘냄새’와 같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아니 본질적인 점은, 그들도 인간이고 인간은 결국 비슷비슷한 존재라는 것이다. 박사장과 연교의 섹스신이나, 다혜와 기우가 도덕적이지 못한 연애를 보여주는 것은 상층과 하층 계급의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당연한 것이지만, 인간의 계층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같다. 그런데 왜 다른 계급을 가진 걸까.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될 무렵, 그들의 갈등이 시작된다.



2. 갈등


영화 제목 기생충처럼 박사장의 집에 붙어살던 기택의 가족은 지하실에 예전부터 기생충처럼 살고 있던 가정부의 남편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들키지 않기 위해 피 터지게 싸운다. 박사장에게는 리스펙! 을 외치지만 하층끼리는 피 터지게 싸우는. 우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가? 최저임금을 몇 백 원 올리기 위해 가난한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은 피 터지게 싸운다. 임대료, 월세를 몇 백만 원 올리는 건물주는 욕하지 않는다. ‘건물주님’이라고 부르며 리스펙 한다. 자본주의의 모순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기택은 그 모순을 아수라의 순간에서 깨닫게 된다. 자신의 딸이 칼에 찔려 피가 나오는데도, 혼절한 자신의 아들을 빨리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칼에 찔린 그들은 신경도 안 쓰는 박사장을 보면서. 칼에 찔려 쓰러진 전 가정부의 남편은 더럽다는 듯이 코를 쥐어싸고 차키만 챙겨서 나가는 박사장을 보며 기택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모든 인간이 평등한 21세기인 지금, 이 상황은 귀족과 노예로 신분이 나뉘었던 중세로 돌아간 느낌이었을 것이다. 기택 자신과 노예가 다른 점이 무엇인가. 기택은 상층계급에 대한, 박사장에 대한 엄청난 혐오와 박탈감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박사장에게 반격을 한다. 그리고 다시, 지하실로 도망친다.



3. 돌의 의미


영화를 보면서 계속 생각했던 것은 기우가 계속 들고 다니는 저 ‘돌’이 무슨 의미일까? 였다. 해석은 다양하겠지만, 나는 저 돌이 ‘계급 이동’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기우의 잘 사는 친구가 준 돌을 기우는 집의 홍수 속에서도 지켜내며 끈질기게 들고 다닌다. 그런 모습을 보고 의문을 갖는 기택의 물음에 기우는 “이 돌이 나에게 붙어”라고 말한다. 영화를 보면 그 누구보다도 기우가 가장 계급 이동에 대한 열망, 즉 상층 계급으로의 이동을 꿈꾼다. 정원에서 파티를 하는 그들을 부러워하고 다혜에게 ”나 어울려?”라고 묻기도 한다. 다혜와 결혼해서 그 집에서 사는 꿈을 꾼다. 나는 그래서 그 돌이 기우가 갈망하는 계급 이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우는 전 가정부와 그의 남편과 싸울 때 그 돌을 떨어뜨린다. 기우의 계급 이동의 꿈이 좌절된 순간이다. 그리고 그 돌에 맞아 상처를 입기도 한다. 기우의 간절한 열망이 기우를 죽일 뻔했다.



4. 그리고 돌의 실패


기택은 반격을 했지만, 지하실에 아직 숨어 살고 기우는 계급 이동을 꿈꾸지만 꿈일 뿐이다. 하층계급이던 그들이 계획한다고, 노력한다고 상층계급이 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 기택과 기우의 대화에서 ‘계획’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기택은 기우에게 말한다. “무계획이 계획이다. 계획은 항상 계획된 대로 되지 않는다.” 기택의 가족은 계획을 세워도 예상 밖의 일들이 계획을 어긋나게 한다. 홍수가 그들의 집을 삼킨 것처럼, 그들은 비에도 쉽게 삶이 파괴된다. 하지만 박사장의 집은 많은 비가 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기택이 가지지 못한 ‘미래에 대한 통제 가능성’을 가졌다. 그들은 계획할 수 있다. 그리고 계획에 따라 살아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기우는 삶을 계획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 그 큰집을 사서, 아버지와 재회하는 계획. 그는 반지하에서 그의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까.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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