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판결로 본 원고적격
안녕하세요. 최훈일 변호사입니다.
평온하던 우리 동네 인근에 대규모 산업단지나 폐기물 처리장, 혹은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밤잠을 설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공사가 시작되면 겪게 될 소음과 분진, 그리고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질 오염이나 조망권 침해 등 환경 피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억울함을 풀기 위해 행정청이 내준 '사업 승인'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고민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법원에 소장을 낸다고 해서 판사님이 억울한 사정을 다 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본격적인 법리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행정청이나 시행사 측 변호인단으로부터 "당신은 소송을 제기할 자격(원고적격)조차 없다"는 공격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환경 소송이 이 '원고적격'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각하(소송 요건 미비로 내용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되곤 합니다.
오늘은 환경 행정소송의 첫 번째 관문이자 가장 높은 벽인 '원고적격'에 대해, 새만금 판결로 많이 알려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알기 쉽게, 그리고 확실한 대응 전략까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행정소송법은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사람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저 사업은 환경을 파괴하니 나쁜 사업이다"라는 정의감이나, "우리나라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공익적 목적만으로는 소송을 걸 수 없습니다. 해당 사업으로 인해 '나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직접적으로 침해받아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그 '개별적 이익'은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대법원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을 기준으로 그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을 세웠습니다.
새만금 판결에서 대법원은 원고가 거주하는 위치에 따라 입증의 난이도를 완전히 다르게 설정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보통 사업지 및 그 직접 영향권) 안에 거주하고 계신다면, 원고적격은 사실상 자동으로 인정(사실상 추정)됩니다.
우리 대법원은 환경영향평가 관련 법령이 해당 지역 주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개별적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복잡한 과학적 증거를 들이댈 필요 없이, "내가 이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살고 있다"는 사실만 등본 등으로 입증하면 소송을 시작할 자격을 얻게 됩니다. 이는 소송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입니다.
문제는 대상지역에서 조금 떨어져 사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영향평가서상 영향권이 반경 1km인데, 우리 집은 1.2km 떨어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행정청은 "당신은 영향권 밖이니 소송 자격이 없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대법원은 대상지역 밖의 주민이라도 "처분 전과 비교하여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는 환경 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예외적으로 원고적격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즉, 입증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대상지역 밖' 주민이 원고적격을 인정받으려면, 결국 '내가 입을 피해가 수인한도를 넘는다'는 것을 과학적·법리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나 비산먼지 농도가 환경 기준치를 얼마나 초과하는지 시뮬레이션해야 하거나, 수질 오염 물질이 해류나 지하수를 타고 우리 마을의 농업용수나 양식장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등 나의 건강이나 재산권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침해되는지 수치화해야 합니다.
이것은 일반인이 혼자서 준비하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전문적인 영역입니다. 단순한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데이터와 논리로 법원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환경 소송은 과학 소송입니다. 대상지역 밖이라도 환경데이터를 법적 증거로 가공하는 노하우가 있어야 여러분이 입은 피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할 수 있습니다.
환경 소송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사업의 경제성'입니다. 행정청은 종종 부풀려진 편익과 축소된 비용을 바탕으로 사업을 밀어붙입니다. 비용편익분석 보고서의 허점을 찾아내고, 사업의 타당성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합니다.
환경 행정소송은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가 중요합니다. 원고적격 문제로 고민 중이시라면, 망설이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법률사무소 윤헌
변호사 최훈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