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할 수 없는 이유

by 문혜정 변호사

60대 여성이 이혼을 하고 싶다고 찾아온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한평생 살면서 제대로 된 일도 하지 않았고, 자식들을 키우는 것은 그녀의 몫이었죠. 남편은 한 번씩 화가 나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습니다. 그녀는 수십 년을 참고 살았는데 이제는 그만 참고 싶다고 했습니다. 자식들도 이혼을 결심한 어머니를 지지해주었죠.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 재판에 앞서 반드시 조정이라는 절차를 거칩니다(조정전치주의). 조정위원이 있는 자리에서 이혼을 할 것인지, 위자료, 재산분할 등은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이지요. 마지막으로 당사자들끼리 협의를 할 기회를 갖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역시 조정절차를 거쳤는데요. 조정을 앞둔 그녀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물론 조정기일이라 불리는 날짜에 당사자는 반드시 참석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재판부에서 당사자의 출석을 거듭 요구한 상태라 어쩔 수가 없었죠.



"변호사님, 나 그 양반 얼굴 보기 싫은데, 무서워."


"조정할 때, 상대방하고 최대한 부딪히지 않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부탁드렸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께서 하고 싶은 말씀만 하시면 돼요."



조정 당일, 그녀와 상대방은 각자 조정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따로따로 이야기를 마친 후 한 자리에 모였죠. 이제는 내 인생을 좀 살고 싶다는 그녀. 왜 이제 와서 그러느냐는 남편. 도돌이표처럼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조정위원은 상대방에게 왜 이혼을 안 하려는 거냐고 물었죠.

"어르신, 왜 이혼을 안 하려는 거예요? 원고가 저렇게 이혼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얼마간의 정적이 흐른 후, 조정위원의 '왜'라는 물음에 상대방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너무 사랑해서 그래! 안돼 못한다고! 못해!



절대로 이혼만은 할 수 없다던 할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사랑'이라는 단어. 당사자를 비롯해서 조정위원들마저도 모두 놀랐죠. 예상 밖의 대답이었으니까요. 저 또한 의외의 대답에 당황스러웠습니다. 변호사 없이 대응을 하셨으니 누군가의 조언을 받았던 것 같지도 않았고요. 이혼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그냥 하는 말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사랑해서 이혼할 수 없다는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진심이었다면 너무 늦어버린 고백이요.

이혼을 배척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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