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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혜정 변호사 Mar 06. 2020

성범죄와 성희롱은 정도의 차이가 아닙니다.

다음의 행동은 성범죄일까요? 성희롱일까요?


1. 직장 동료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음란한 사진을 보낸다.

2. 직장 동료에게 음란한 농담을 한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둘의 차이는 '사진'과 '말'인데요. 과연 어떤 경우가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성폭력범죄인지, 아니면 회사 내의 징계에 그치는 성희롱인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성폭력이란


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상대방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가해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흔히 성폭력범죄라 불리는 '성범죄'는 대표적으로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등에서 규율하고 있는데요.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등이 있고, 성폭력범죄는 말 그대로 '범죄'이므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이하에서는 성폭력을 성희롱을 제외한 성폭력범죄로 다루겠습니다.)



성희롱이란


상대방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하며, 일반적으로는 직장 내 성희롱을 의미합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양성평등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희롱에 대해서 정의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남녀고용평등법을 보면 성희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호).


그리고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 제2조 별표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의 예시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습니다.


1. 성적인 언동의 예시
가. 육체적 행위
(1) 입맞춤, 포옹 또는 뒤에서 껴안는 등의 신체적 접촉행위
(2) 가슴ㆍ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행위
(3) 안마나 애무를 강요하는 행위
나. 언어적 행위
(1) 음란한 농담을 하거나 음탕하고 상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행위(전화통화를 포함한다)
(2)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
(3) 성적인 사실 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
(4) 성적인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행위
(5) 회식자리 등에서 무리하게 옆에 앉혀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다. 시각적 행위
(1) 음란한 사진ㆍ그림ㆍ낙서ㆍ출판물 등을 게시하거나 보여주는 행위(컴퓨터통신이나 팩시밀리 등을 이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2) 성과 관련된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고의적으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
라. 그 밖에 사회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
2.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의 예시
채용탈락, 감봉, 승진탈락, 전직(轉職), 정직(停職), 휴직, 해고 등과 같이 채용 또는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하는 것

비고: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때에는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되,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이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하였을 것인가를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결과적으로 위협적ㆍ적대적인 고용환경을 형성하여 업무능률을 떨어뜨리게 되는지를 검토하여야 한다.


성희롱의 유형


성희롱의 가해자들은 대부분 친밀감의 표시였다고 변명하기 때문에 성희롱인지를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법원은 성희롱의 판단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는데요.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연령이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성적 동기나 의도의 유무,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그것이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 즉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참조).


성희롱은 대부분 직장 내에서 징계를 받는 것에 그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처럼 성희롱임과 동시에 성폭력이 된다면 성폭력범죄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성폭력과 성희롱은 정도의 차이가 아닙니다.



성희롱은 징계를 받으니까, 성폭력은 범죄로 처벌받으니까.

성희롱은 가볍고, 성폭력은 무거운 범죄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성폭력과 성희롱은 정도의 차이가 아닙니다.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처음 제시한 문제의 정답을 말씀드리면,


1. 카카오톡 메시지로 음란한 사진을 보낸 것은 성희롱임과 동시에 성폭력범죄에 해당합니다.


음락한 사진을 게시하거나 보여주는 행위는 시각적 성희롱에 해당하여 직장에서 징계를 받을 수 있겠죠. 또한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음란한 농담, 즉 말을 한 것은 성희롱에는 해당하지만, 형사처벌이 가능한 성폭력범죄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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