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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혜정 변호사 Apr 03. 2020

성폭력 피해자로 법정에 서야 한다면

증인신문 대비하기

분명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로 조사를 다 받았는데,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라는 '증인소환장'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증인소환장을 받았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하나는 현재 피고인(가해자)이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로 법정에 서야 한다면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경찰과 검찰단계를 거치면서 여러 번 되풀이해서 말한 것을 왜 법정에 가서 또 말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증인신문은 왜 하는가


형사절차는 대체로 경찰→검찰→법원 순으로 사건이 진행되는데요. 법원이 피고인을 유죄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고, 그 증거 중 하나가 바로 증인의 말, 증언입니다. 이 증언을 받아내는 과정이 바로 '증인신문'이고, 이는 곧 증거조사입니다.


수사기관에서 이미 피해사실을 다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법정에 서야 하는 이유는 가해자가 공소사실(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기재된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데 가해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피해자의 진술이 담긴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조서에 적힌 내용은 수사 받을 때 내가 한 말이 맞다'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증인으로 법정에 반드시 출석해야 할까


증인은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있습니다. 증인소환장을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감치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으면 받게 되는 불이익도 문제지만, 또 다른 문제는 '피해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지 못해 가해자가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입니다.


즉, 범행을 부인하는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정에 출석해서 증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증인신문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각급 법원에는 증인지원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증인신문기일 전, 증인지원관(증인지원실을 관리·운영하고 피해자 등의 보호와 지원을 담당하는 직원)이 피해자에게 연락을 해 증인지원실의 위치 등을 알려줄 텐데요.


증인신문기일에는 법정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재판시간 전까지 증인지원실에 대기하면서 증인보호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거나 증인석의 위치 등에 대한 안내를 받게 됩니다.


증인석은 판사석과 마주 보는 자리에 위치해 있는데요. 법정에 들어와 증인석에 서서 증인선서문을 낭독하면서 증인신문절차는 시작됩니다.


양심에 따라 숨기거나 보태지 아니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며,
만일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증인신문이 시작되면,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변호인이 증인에게 먼저 질문을 하고 검사가 질문을 하거나, 반대로 검사가 먼저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증인은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변호인, 검사 그리고 판사의 질문에 피해사실, 피해 전후의 상황 등을 사실대로 정확하게, 기억나는 대로, 모순 없이 일관되게 진술해야 합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


피해자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부담감,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텐데요.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잘 활용해서 증인신문에 임하시기를 바랍니다.


1. 심리의 비공개


재판은 공개가 원칙인데요. 성폭력범죄에 대한 심리, 즉 재판은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와 그 가족은 사생활보호 등의 사유로 증인신문의 비공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2. 신뢰관계인의 동석


재판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피해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가족, 변호사 등이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에 동석할 수 있습니다.


3. 비디오 등 중계장치 또는 차폐시설을 통한 증인신문


피해자가 가해자 앞에서 증언해야 하는 부담, 공포로 인해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마련된 제도인데요. 차폐시설을 하고 증언을 하더라도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 있다면 여전히 피해자는 증언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겠죠. 따라서 피고인의 퇴정도 함께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4. 피고인의 퇴정


피해자는 증인신문을 위해 법정에 가면 피고인과 마주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설 텐데요. 증인신문을 할 때 피고인을 퇴정하게 하고 진술할 수 있도록 법원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는 증인지원실에서 법정까지 법원 직원들만 이동하는 통로로 법정에 가니까 피고인과 마주칠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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