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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혜정 변호사 May 20. 2020

성폭력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하면 생기는 일

고소 대리는 어떤 일을 하는가

성폭력 가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하는 일은 흔합니다. 구속된 피고인에게는 법원에서 국선변호인을 의무적으로 선정해 주죠.


반면,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는 어떨까요?


피해자는 성범죄를 신고하거나 고소할 때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선임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라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모르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사선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국선변호사를 선임해 줄 것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과연 이 변호사가 나를 위해 무슨 일을 해주는지 궁금하실 테지요. 사건이 발생한 후 수사기관에 고소를 하고 수사가 종료되기까지의 과정을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는 것을 보통 '고소 대리'라고 부르는데요. 이하에서는 고소 대리는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해요.


※ 변호사를 선임한다는 표현을 썼지만, 피해자 국선변호사와 사선변호사 모두를 전제로 쓴 글입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역시 형사절차에 있어서의 업무의 범위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대리할 수는 없습니다.



고소장 작성, 접수(제출)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에 제일 먼저 변호사를 찾아온다면, 변호사의 업무는 고소장을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피해자를 만나 사실관계와 증거를 확인하고, 사건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죠.


상담 이후에는 피해자가 알려준 사실관계와 증거를 토대로 고소장을 작성하고, 사건을 관할하는 경찰서나 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제출)합니다.


보통 '고소 대리'라고 하면 고소장을 제출할 때 위임장을 함께 제출하는데요.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변호사의 이름이 적힌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이죠.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고소한 이후에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는 이 과정이 생략되거나 이미 제출된 고소장에 대해 추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고소보충의견서를 제출합니다.


※ 경우에 따라서는 고소장의 작성만을 의뢰할 수도 있는데요. 이 경우 변호사 위임장 없이 고소인(피해자)의 이름으로 피해자가 직접 고소장을 제출합니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피해자 조사 동석


고소장이 접수되고, 담당 수사관이 정해지면 경찰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피해자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요. 바로 고소인의 진술을 들어보는 절차인데요. 고소장에 적힌 사실관계에 대해 자세히 묻고,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수사기관의 판단하에 추가 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고, 조사 후에 피해자에게 추가 증거 자료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보통 고소인 조사를 먼저 하고, 가해자에 대한 조사가 나중에 이루어집니다. 고소장과 고소인(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가해자에 대한 조사를 하기 때문이죠. 고소 대리는 이러한 피해자의 조사 과정에 동석하게 됩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경찰서나 검찰청에 가서 조사를 받는다면 누구나 긴장하게 되고 두려울 겁니다. 그때 변호사가 옆에 있다면 든든하겠죠.


조사를 동석하는 변호사가 피해자 대신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변호사가 하는 일이 아니거든요. 다만, 피해자가 수사관의 질문 취지를 잘못 알아듣거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거죠.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실관계나 증거의 유무 등을 수사기관에 언급해 그 내용이 조서에 담기게 해야 하니까요.


피해자의 진술이 담긴 조서는 '증거'입니다. 그러니 조사 과정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됩니다. 수사기관으로부터 어떤 질문을 받게 되는지, 주의사항이 무엇인지를 고소 대리를 하는 변호사를 통해 숙지하고 조사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피해자 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성폭력 피해자로 조사를 받게 된다면



의견서 작성, 제출


변호사는 피해자 조사 이후에 사안과 관련한 법리, 증거 등을 담은 의견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데요.


경찰서에 의견서를 제출하면 검사도 보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간혹 계시더라고요. 경찰서에 제출된 의견서는 사건 기록에 첨부되어 검찰로 사건이 넘어갈 때 같이 넘어갑니다. 그러니 당연히 검사도 의견서를 보게 되죠. 의견서는 한번 제출하기도 하고, 수사의 진행에 따라 필요한 경우 수시로 제출하기도 합니다.



탄원서 제출


의견서가 법리, 증거 등을 담은 문서라면, 탄원서는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원하는 바를 담은 문서라고 보면 됩니다.


즉, 탄원서에 들어갈 내용은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인해 지금 어떤 심경인지, 어떤 피해를 봤는지, 가해자를 어떻게 처벌했으면 하는지 등'입니다.


변호사가 작성한 의견서도 중요하지만, 탄원서는 피해자가 직접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만큼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한다면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도 좋습니다.



합의 과정 진행


가해자가 합의를 요구하고, 피해자 또한 합의를 원하는 경우 고소 대리는 합의 과정을 진행합니다.


검찰청에서는 사건을 형사조정 절차에 회부하기도 하는데요. 형사조정은 조정위원이 있는 자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를 하도록 조율하는 절차입니다.


이러한 조정 절차에 회부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의견을 묻습니다. 합의의 의사가 있는지를요. 합의 의사가 있다면 조정 절차에 응하면 되겠지만, 반드시 응할 의무는 없습니다. 합의 의사가 있더라도 조정 절차가 아닌 별도의 합의 절차를 통해도 됩니다.


변호사를 선임하면 이러한 합의 과정 전반을 변호사가 진행합니다. 형사조정 절차 역시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게 되죠. 그러니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나 그 가족을 만나는 불미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겠죠.





형사절차 중 수사과정에서 고소 대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변호사가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를 판단하는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재판과정에서의 변호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후에 별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고소 대리의 경우 보통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기 전 단계(수사단계)까지를 진행하는데요. 변호사와의 위임계약에 따라 1심 법원단계까지로 하는 등 업무의 범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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