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보세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글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욱 적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무엇인가 나를 힘들게 하던지 혹은 정리할 게 필요하다면 글 쓰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생각을 적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나의 생각이 정제됩니다. 나의 생각이 정제된 언어로 변하는 순간은 내 사고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고 그 표현으로써 나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깨작깨작 글 쓰는 것은 권유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러한 방법으로도 심리적인 상태를 완화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가벼운 글은 소위 뇌를 거치지 않은 표현일 수 있고, 그 경우 때로는 형사책임을 질 수도 있으므로 옳은 방법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제안하는 글쓰기는, 잘 쓰는 글이 아닙니다. 이때의 글은 잘 쓸 필요가 없습니다. 글씨가 악필이어도 됩니다. 노트에 적기 싫으면 스마트폰 메모장에라도 적으세요. 그저 글쓰기를 통해 생각이 정리되고 이를 통해 버티는 힘을 얻기를 바랄 뿐입니다.
글을 쓰는 것으로 내가 처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답이 없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나의 현재가 정리됩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지금의 나를 더욱 온전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Episode 1 – 일기
초등학교 시절 숙제로 내주던 일기를 그렇게 쓰기 싫어하는 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詩)라는 이름을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촌 누나 집에 있던 시집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용은 자유로웠습니다. ‘이게 시집이라고? 이 정도면 나도 쓸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계기가 되어 노트 한 권을 사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형식은 시였지만, 내용은 일기나 다름없었습니다. 중2병이 도져서 좋은 기회가 됐던 것 같습니다.
경험하여 생각을 정리할 게 있다면 시를 썼습니다. 그렇게 시를 쓰면, 나도 이렇게 시를 쓴다는 자신감이 들고 생각도 정리되어 좋았습니다.
그러한 습관은 고등학교까지 이어졌고, 뭔가 생각 정리가 필요하면 시를 썼습니다. 시(詩)이다 보니, 제 마음을 전부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게 좋았습니다. 저만 알 수 있는 언어로 제 생각이 정리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Episode 2 – 월간 글쓰기
대학에 입학하니 모두 싸이월드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시작했고, 거기에는 ‘게시판’ 기능이 있었습니다.
그때에도 생각이 참 많았던 모양입니다. 한 달에 한 편 글을 써서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그 글들을 지우지 않고 따로 보관해 뒀다가 다시 책으로 발간한 게, 저의 첫 번째 에세이집 《스물다섯의 끝자락에서》입니다.
뭐 하나 정리되지 않은 시기, 저는 그때에도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위로했고, 친구들과 공유했습니다.
어려움이 많던 시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저의 월간 글쓰기는 제 인생에 많은 힘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