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행복은 실제로 가능합니다

작지만 큰 행복

by 안갑철 변호사

행복을 정의한다는 것은 인류의 끝없는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문제이며, 그 감정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최소한 행복은 ‘상대적 감정’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상대적 감정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큰 기쁨이 누군가에겐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작지만 큰 행복이 가능한 건 이렇게 행복이란 것을 쉽게 정의하기도 어렵지만, 그 상대성에 기인한 것 같습니다.


좀 더 쉽게 표현해 보겠습니다. 아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좋은 집과, 좋은 차, 그리고 좋은 시계와 좋은 가방, 좋은 옷과 좋은 신발이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나요? ‘좋다’는 것 역시 상대적이므로,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강남의 부동산과 사치품이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나요?

물리적인 기준으로 강남의 부동산과 사치품은 ‘매우 큰 것’에 해당합니다. 이를 누릴 수 있는 것은 특권입니다. 경제적으로 성공하여 강남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부담 없이 사치품을 사들일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그 사람의 만족도에 따라 행복한 삶을 산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행복’이란 것을 물리적 기준에 의하여 정의 내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각자의 삶에서 내 앞에 놓인 ‘작은 것’에도 큰 행복감을 누리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것’이 무엇이냐의 문제도 결국은 상대성을 띠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강남의 부동산과 사치품을 뛰어넘을 수 없으므로, 물리적으로 그 이하를 ‘작은 것’으로 정의하겠습니다.


가족과의 식사, 따뜻한 밥한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소중한 친구와의 수다, 시원한 맥주 한 잔, 격렬한 운동도 소소해 보이지만 큰 행복을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소소하다고 표현했지만, 오히려 이러한 무형의 가치가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닙니다. 작지만 큰 행복은 가능합니다.


작지만 큰 행복 1: 같이 밥 먹는 즐거움


저는 반찬 투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식구들과 함께 밥 먹는 게 좋기 때문입니다. 저는 열아홉 살 때부터 혼자 살았습니다. 그리고 새내기 때를 제외한 대학 생활 및 신림동에서의 2년은 거의 혼자서 식사했습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저는 식구들과 밥 먹는 것 자체가 좋습니다. 반찬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햇반에 김하나를 먹을지라도, 그 자리가 좋습니다.

이런 성향 때문인지, 반찬 투정을 하는 사람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은 스스로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작지만 큰 행복 2: 취미 부자

① 음반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유명 가수의 노래를 따라부르기를 좋아했고, 레코드판이나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음악 듣기를 즐겼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조금씩 모으다가,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음반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용돈을 모아서 음반을 사야 했기 때문에 주로 테이프를 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조금씩 테이프에서 CD로 바꿔 구매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는 아예 CD만 구입했습니다.

이 취미는 대학에 가서도 그대로 유지했고, 심지어는 신림동에서도 ‘음악을 자주 듣지는 못하지만’ 음반 자체는 꾸준히 사들였습니다. 공부에 바쁜 일상이었지만, 결국엔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좋았습니다.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 들어가서도, 결혼해서도, 그리고 지금도 음반을 꾸준히 모으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에 왜 음반을 사서 듣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반을 사 모으는 것이 취미이고, 즐거움이고,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인들의 음반 발매가 매우 뜸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한 공백은, 예전에 테이프로만 사고 미처 CD로 구매하지 못했던 음반을 사는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② 레고


초등학생 한정 레고는 저의 꿈의 장난감이었습니다. 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만을 기다렸지만, 매번 레고 선물을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저의 관심사가 레고에서 음악으로 옮겨졌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서도 레고에 큰 관심이 없다가 결혼 이후에 다시 레고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제 기준으로 돈이 많이 드는 취미이기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제 기준으로 돈이 많이 든다’고 한 이유는, 취미의 세계는 정말 넓고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취미에는 다양한 영역이 있습니다. 카메라, 스피커도 돈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계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은 자동차를 수집합니다. 제 수준에는 레고가 딱입니다. 물론, 대형 레고 제품의 경우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엄청 희귀한 단종된 레고는 가치가 높습니다. 단종된 레고는 마구마구 살 수도 없습니다. 음반도 마찬가지겠지요. 하지만 단종된 레고만이 저의 취미 생활의 수준을 높여주고, 저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수단이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풍족해서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레고라는 취미는 꿈으로도 이어집니다. 신혼 때 제가 좋아하는 레고를 샀는데, 둘 곳이 없었습니다. 레고를 팔지는 못하고 소장하고 있으면서, ‘언젠가 반드시 이 레고를 전시할 수 있는 곳으로 이사할 것이다.’라는 막연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 꿈을 꾼 지 10년이 지나 저는 그 레고를 전시할 수 있는 곳으로 이사하였습니다. 물론, 아내의 큰 양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긴 합니다.


저도 본업이 있으니 하루 종일 레고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루 종일 레고만 만들면 그게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 싶습니다. 자주 할 수 없으니 레고를 조립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뜯지 못한 제품이 많습니다. 이제는 놓을 곳이 없을 정도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계속 사고 싶습니다. 그래도 상상하면 즐겁습니다. 언젠가는 조립할 수도 있고, 또 필요 없으면 가끔은 팔기도 합니다.


③ 만화책


어렸을 때부터 책보다는 만화책을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학습만화를 많이 봤습니다. 만화라도, 역사나 과학 지식을 늘리는 데에는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만화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만화책은 좋아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드래곤볼》, 《슬램덩크》, 《열형강호》가 그렇습니다.


위 책들 역시 언젠가는 반드시 소장하리라는 일종의 목표 의식이 있었고, 다행히도 너무나도 잘 팔리는 책들이라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는 어렵지 않게 전권을 소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열형강호》는 완결도 되지 않았고, 90권이 넘기 때문에 비용과 공간의 문제로 염두에만 두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20세기 소년》과 《몬스터》도 흥미롭게 봤고, 모두 소장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지만, 시간 날 때 만화책을 읽고는 합니다. 만화책을 읽는 ‘지금 이 순간’도 좋지만, 예전에 좋았던 그 시절이 떠올라 좋을 때도 있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음반, 레고, 만화책 모두 소장욕이 있다 보니 공간의 한계에 부딪히고 고민하게 됩니다. 즐거운 고민인 셈입니다.


④ 글쓰기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비중은 적지만, 신림동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에도 꾸준히 글을 썼습니다.


자랑이지만, 박사과정에 있는 동안 무려 9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일하면서, 박사과정 수업을 들으며 2년간 9편의 논문을 쓸 수 있었던 건 글쓰기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면 쓰는 것이 저의 본업이기도 하지만, 그 외로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계속 펼치고 싶고, 사회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논문을 꾸준히 펴내고 싶으며, 저의 업무 분야에 대한 책도 펴내고 싶습니다. 시간이 부족할 따름이네요.


작지만 큰 행복 3: 운동


한때 몸무게가 70㎏이 넘었습니다. 당연히 건강검진 결과도 좋지 않았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고,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큰 충격을 받았고, 곧장 실내 자전거를 사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10kg이상 감량했습니다. 현재 과체중의 문제는 없습니다.


적게 먹고 운동해서 뺀 살이라, 조금만 살이 쪄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살도 잘 찌는 체질이라 운동을 주기적으로 합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실내 자전거를 30분 내지 한 시간 정도 타고 땀 흘리는 것도 행복합니다. 근력은 없지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성취감도 느낍니다.

토요일 연재
이전 14화현재를 위한 버티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