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 보존의 법칙

by 안갑철 변호사

그렇습니다. 또라이는, 어느 곳 어느 때나 있습니다. 가끔은 ‘진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또라이가 없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라이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라이를 대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마주한다면 그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받아들이는 게 낫습니다.


또라이는 눌리지 않습니다. 자기가 또라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왜 자신을 또라이로 여기는지 모릅니다. 당연히, 자신을 또라이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또라이에게 큰 소리 쳐봤자 소용없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모르기 때문에 변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소시오패스 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또라이는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눌리지 않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말을 해줘도, 듣지를 않습니다. 듣지를 않으니 자신의 잘못된 점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고쳐지지 않습니다. 결국엔, 그 고집을 꺾지 않고 자기의 이야기만 합니다.


또라이는 예의까지 없습니다. 하기사, 예의가 있으면 또라이 소리는 듣지 않겠지요.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 아닙니다. 더러워서 피하지요. 그러니,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된다면 그 순간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다만, 범죄행위는 용납 안 됩니다. 즉시, 112 신고.


Episode


변호사 선임 계약을 하기 전에 상담할 때 겪었던 일입니다. 저는 상담에 들어가면, 수임 계약만을 위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즉, 의뢰인이 될 사람이 기분 좋을 이야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때에는 20대 초반의 남성과 어머니가 왔습니다. 상담 들어가기 전에, 의뢰인이 될 수도 있는 남성이 쓴 경위서를 먼저 보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남성에게 어머니가 같이 이야기를 들어도 괜찮냐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남성에게 물어봤는데, 어머니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얘 엄만데, 같이 못 듣나요?”

“성인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계시면 이야기를 솔직히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나는 들을래요, ○○야, 내가 있어도 되지”

“알았어, 대신 조용히 해.”


제가 사건을 더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남성에게 질문하는데,


“저기요, 왜 자꾸 피의자라고 그래요? 얘가 무혐의일 수도 있는데? 그리고 그 여자는 왜 피해자라고 그래요?”

“편의상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지금 뭐가 확정이 되지도 않은 상황인데, 왜 자꾸 얘한테는 피의자라고 그러고, 그 여자한테는 피해자라고 하냐고요.”

“고소됐으면, 신분 자체가 피의자가 되는 겁니다. 무죄를 받아도, 판결문에는 피해자라고 나와요. 제가 사건 파악하기 위해서 묻는 것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이 말을 듣던, 아들이 한마디 합니다.

“엄마, 변호사님은 경위서 보고 물어보시는데, 나도 경위서에 피해자라고 썼어. 좀 조용히 해.”


그 어머니는, 제가 계속 사건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이번에는 제 질문 가지고 뭐라고 합니다. 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어머니, 좀 나가 계세요.”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녀는 앞에 있던 컵에 담긴 물을 정확히 제 왼쪽 어깨를 빗나가게 뿌렸습니다. 그러면서 소리쳤습니다.

“내가 얘 엄만데, 왜 나가라고 그래!”


이럴 땐, 저도 지지 않습니다.


“지금 어머니가 상담을 방해하고 있잖아요!”

“뭐? 방해? 내가 엄만데, 그 정도도 못 물어봐! 내가 뭘 잘못했어!”

“지금 이렇게 방해하고 계시잖아요!”

“나, 여기서 계약 안해. (아들에게) 야, 나와. 나 여기랑 계약 안 해.”

그러나 남성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싫어, 엄마. 나 여기서 할 거야.”

“나와!”


어머니는 회의실을 나갔고, 저는 수임이 안 될 것을 알았습니다. 수임료는 남성이 내는 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상담해줬습니다.


형사고소를 하였는가?


폭행죄로 고소할까 생각하였으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불쌍한 인생이라고 여겼습니다. 다만, 회의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기는 했습니다.

여기서 아이러니, 그 여자는 무료 상담을 받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나 여기서 계약 안 해.”


누가 보면 몇억짜리 계약하러 오셔나 봐요? 죄송하지만, 몇억짜리 계약하러 오신 분은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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