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제목을 여러 번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일보다는 사람이 힘듭니다’였다가, ‘가끔은 일보다 사람이 힘듭니다’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일이나 사람 모두 힘듭니다’로 결정했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모든 직역이 같지 않으므로, 때로는 육체적으로 고될 수도 있고, 때로는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고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육체적·정신적으로 모두 고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주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 나도 힘들고 너도 힘들고 모두 힘들다.
둘째, 나만 힘들다.
저는 위 두 가지 말이 모두 맞는 말 같습니다.
먼저, 제가 가진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른 사람들 시선으로는 시원하거나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 재판을 준비하고 법원에 가서 실제 재판하는 이미지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도 힘든 직업입니다! 때로는 경찰서 혹은 검찰청에 가서 종일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고, 때로는 서울에서 영덕, 거제, 통영 등으로 출장을 가기도 하며, 때로는 의뢰인에게 시달리기도 하면서 ‘늘’ 사건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반드시 성공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은 사건은 저 스스로 많은 스트레스를 줍니다(이게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물론 저보다 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에 종사하시는 분이 더 많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힘든 게 맞습니다.
두 번째는 다른 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서 옵니다. 나만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병역을 대체복무로써 이행했습니다. 당시 모 세무서에서 근무했는데, 관리자의 소양이 정말 형편없었습니다. 심지어 계장과 과장이라는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같이 무능력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제가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당시 근무했던 직원분들의 생각도 저와 같기 때문입니다. 최근 거의 15년 만에 당시 함께 근무한 직원분을 만났는데, 일개 공익근무요원이었던 저에게까지 그랬냐며 놀라실 정도면, 제가 파악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현역으로 입대한 제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저의 몸은 분명히 편했습니다. 비교할 게 못 됩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참으로 간사합니다. 자기의 위치가 제일 힘들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두 명의 관리자는 저를 참 힘들게 했습니다. 그 두 사람의 괴롭힘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정당한 휴가 사용을 금지하는 등 권익을 침해했고,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군부대는 더 심하겠죠).
당시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은 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름의 보람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형사전문변호사인 저로서도 법원에서의 무죄판결이나 검찰에서의 무혐의 처분, 혹은 경찰에서의 불송치 결정을 받아내고도 허망할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그래서 매번 보람을 느낀다면 그것은 보람이 아니죠. 어떻게 하더라도 힘든 건 힘든 겁니다. 하지만 분명히, 저나 여러분이나 여전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보람을 느낀다면 삶의 질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보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보람찬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 이상적인 말입니다. 보람의 사전적 정의가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을 갖게 해 주는 일의 가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보람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당연히 내야 하는 세금이지만, 때로는 근로 의욕을 저하시킵니다. 많이 썼다고 생각하는데도, 연말정산 환급은 적어 보입니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지만, 변호사는 의뢰인의 인생을 구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뢰인 역시 수임료를 지급하지만, 사건을 성공시키기 위해 그 이상의 노력을 쏟아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99.9%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의 보람을 찾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한때는 이렇게 ‘보람 없는 일을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고민은, 어렵게 법조인이 된 만큼 심각하고 깊게 했습니다. 그러나, 보람이 가치가 있는 이유는 그만큼 드물게 찾아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는 일이 매번 보람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매번 감사하게 일할 수는 있어도, 매번 보람을 느끼며 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만일 매번 보람을 느낀다면, 그것은 보람이 아닙니다.
저는 이제 보람을 좇지 않습니다. 그저 분기에 한 번 정도만 보람을 느껴도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