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여러 명반(名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이승환 5집《CYCLE》을 명반으로 뽑으면서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수록곡 중에 ‘세상 사는 건 만만치가 않다’라는 노래가 있고, 여기에 ‘정말 어른들 말씀은 뼈가 되고 살이 돼’라는 노랫말도 있습니다.
이승환 5집이 나올 때가 1997년, 제가 초등학교 6학년인 시절입니다. 그의 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의 노랫말마저도 다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가사 중에서도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게 바로 ‘어른들 말씀은 뼈가 되고 살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 말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저 노랫말이 20년도 더 넘게 이토록 인상적인 것은, 그 노랫말이 제 인생에 정확히 들어맞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른들 말씀이 다 맞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정확한 예측을 내놓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은 저보다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의 성공과 실패는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어른들의 말씀으로부터 성공과 실패의 과정이 담긴 지혜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이 지금 버텨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면, 먼저 경험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역시 굉장한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 지혜를 받아들이는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한편, 무조건적인 수용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저마다 놓인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옳지만, 누군가에겐 그를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만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러므로 분별력도 필요하고, 분별력 역시 길러야 합니다.
Episode - 선생님들의 말씀
저는 부모님 외에도 선생님들의 말씀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마흔이 됐지만, 지금도 인생의 고민이 있을 때면 은사님들께 전화 드려 고충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제게 뼈가 되고 살이 된 어른들 말씀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① 자유관
놀랍게도 저의 자유관은 제가 유치원 다니던 시절에 형성됐습니다. 아마도 만6세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담임 선생님께서 굉장히 무서우셨어요. 그리고, 늘 강조하시던 게 “너희들에게 자유가 있지만, 그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아야 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한 번만 그런 말씀을 하셨으면 잊어버렸을 텐데, 여러 번 강조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어린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으니까 그런 말씀으로 규율을 지키게 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때 확실히 배웠습니다. 자유가 있지만,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저희 부모님 역시 누구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분들이시지만, 가정이 아닌 교육기관에서 그런 철학을 배우게 된 것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자유관은 윤리관으로도 이어졌고, 제 삶의 기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② 시간 개념
앞서 나눈 자유관과도 연관되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혼내실 때 “지금 너 혼내느라고 2분을 쓰고 있는데, 너 때문에 지금 다른 친구들의 시간까지 쓰고 있다. 너 때문에 80분, 1시간 20분이 낭비되고 있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그런데, 만9세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말이었습니다. 지금 흘러가는 시간은 단 2분인데, 그게 어떻게 1시간 20분이 되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산수를 정말 못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그 말씀이 이해되기 시작했는데, 결국, 한 사람 때문에 여러 사람의 시간을 뺐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저는 시간의 중요성을 더불어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③ 집념
신림동 들어가기 전에 사법시험을 공부할 무렵입니다. 독서실에 가는 길에 횡단보도에서 중학교 때 기술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아니셨지만, 저를 예뻐하시던 분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거슬러, 대학에 다니고 있고 사법시험을 준비한다고 하자 손을 꼭 잡으시며 제게 격려해주신 선생님.
그 선생님께서는, 제게 “갑철아, 집념이다.”라는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저는 사법시험을 공부할 때 ‘집념’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선생님의 말씀 하나로 제가 어떤 자세로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비록, 그때의 시험에서는 떨어졌지만, 집념을 보인 끝에 지금의 저로 있을 수 있게 됐습니다.
④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저를 지도해 주시던 수학 과외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입니다.
그 말을 정작 그때에는 활용하지 못하다가, 성인이 되어 쓸 수 있었습니다. 빛을 발한 것은, 역시 사법시험이었습니다.
이젠, 너무 오래되어 모의고사를 몇 번을 봤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요. 1차이든, 2차이든 제가 받을 점수에 상관없이 실전처럼 모의고사를 치렀던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수험생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높은 모의고사 점수를 얻기 위해 ‘모의고사 점수 획득’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습’에 집중했습니다.
시험 합격을 좌우하는 것은 모의고사 점수가 아니라, 시험 점수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잘 간직한 결과, 저는 재학 중 합격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